토마토라면·감기약… ‘이상한’ 숙취해소법, 진짜 깰까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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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앞에 장사는 없다고 했던가. 부어라 마셔라, 왁자지껄했던 연말모임은 꿈결처럼 지나가고 날이 밝아오면서 후벼파기 시작하는 쓰린 속과 깨질듯한 두통. 바로 ‘숙취’다. 그러나 진정한 애주가라면 술이 주는 뒷감당마저 스스로 해야하는 법. 이들을 위한 숙취해소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머니S>는 다양해지는 숙취해소시장을 들여다봤다. 아울러 잘못된 숙취해소법을 진단하고 송년·신년모임에서 선방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숙취해소법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사진=이미지투데이DB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숙취 경제학-중] 최고의 숙취해소법을 찾아서
오전 6시30분. 휴대전화 알람이 요란하게 귀를 긁는다. 전날 과음한 정 과장은 내내 뒤척이다 새벽 3시에야 잠이 들었다. 무거운 눈꺼풀은 둘째치고 속이 너무 괴롭다. 머리도 지끈거린다. ‘연차’라는 글자가 머릿속을 스쳐간다. 어제 3차에서 폭탄주를 먹인 김 부장이 그렇게 야속할 수 없다. ‘출근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잠시, 정 과장은 그렇게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이불 밖으로 나온다.
대한민국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경험했을 아침 풍경. 음주 후 다음날 아침은 피곤함과 숙취로 몸이 만신창이다. 영국의 유명 과학저널에 따르면 ‘숙취해소에는 왕도가 없다’고 했다. 그래도 나름의 방법은 있지 않을까.
음주인 사이에서 검증된 조금은 독특한 사례를 찾아보고 김대호 한약사(키푸드 대표)의 진단과 함께 최적의 숙취해소법을 들어봤다.
#. A경제지 장모 기자(남·37)
-음주 후 집에서 잠들기 전 구토로 위장을 비워내는 편이다. 억지로 먹은 것을 토해내는 것은 아니고 속이 메스꺼울 때만 실행한다. 어차피 내일이면 구토할 것 같아 전날 미리 해둔다. 채운 속을 다시 빈속으로 돌려놓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어디 있나. 이러면 자면서 몸에 흡수되는 알코올 양이 줄어든다고 친구 아버지께 들었다. 진짜다.
▶진단=음주 후 수면장애에 시달리는 것은 알코올로 인해 발생한 소화기계통 문제가 두통으로 이어져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구토는 숙취해소에 도움이 된다. 문제 성분을 아예 체내에서 배출시키는 방법인 셈이다. 단 음주 후 잦은 구토 시 위산이 과하게 배출돼 식도를 자극할 수 있다. 식도 염증이 심해지면 식도암을 유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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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DB |
-음주 전 숙취해소제와 우유 등으로 단단히 대비하는 편이다. 그래도 다음날 숙취가 있으면 무조건 버틴다. 팀 업무 특성상 새벽부터 일이 많아 숙취를 해소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점심까지 버틴 후 병원에 가서 수액주사를 맞은 적이 있는데 효과가 좋았다. 문제는 회사 앞 병원 수액주사실에 그놈의 박 팀장이 살다시피 해 자주 못 간다.
▶진단=숙취해소제는 음주 전후로 복용하면 효과적이다. 아예 전후 두번 먹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음주 전에는 간을 보호하고 후에는 힘들어진 간을 토닥여준다. 수액주사도 문제없다. 수액성분으로 혈중 알코올 농도가 희석돼 숙취해소에 효과적이다. 다만 너무 자주 맞는 것은 좋지 않다.
#. C보험사 박모 주임(남·33)
-일단 출근하며 사이다 한캔을 마신다. 시원한 탄산음료 한방이면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점심까지 몽롱한 상태로 버틴 후 구내식당에 늘 구비된 따뜻한 누룽지 한그릇으로 해장한다. 뜨끈뜨끈한 누룽지가 체내에 남아있는 알코올을 모두 녹여주는 느낌이다. 실제 효과는 없고 기분만 그런 거라고?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는 것을 모르시나.
▶진단=정신이 육체를 지배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사이다와 누룽지가 숙취해소에 도움이 된 케이스다. 음주 후에는 소화기계통의 부담이 큰데 이때 탄산음료인 사이다는 소화에 도움이 된다. 누룽지 또한 지친 소화기계통을 편안하게 만들어줄 좋은 음식이다. 맵고 짠 음식보다는 누룽지처럼 덜 자극적인 음식을 먹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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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DB |
-숙취해소? 어차피 오늘 점심에 업무미팅으로 또 술을 마셔야 하니 오후에 해야겠다. 꼭 참석해야 하는 술자리라면 편의점에서 토마토주스를 사서 맥주에 섞어 마신다. 토마토가 숙취해소에 으뜸이다. 토마토주스를 섞은 맥주 맛은 토마토를 넣은 ‘블러드메리’라는 칵테일의 맛과 흡사하다. 라면에 토마토 넣어 먹어도 된다. 어떤 맛인지 감이 안 온다고? 오늘 저녁에 일단 한잔하면서 들어보던가.
▶진단=알코올은 간에 침입해 피로를 누적시키고 영양소를 파괴한다. 이때 수분과 영양소가 풍부한 토마토는 간을 달래주는 역할을 한다. 맥주와 섞어 마시는 건 별로 권하지 않는다. 토마토에 함유된 베타카로틴은 생으로 먹는 것보다 살짝 익혀먹는 게 좋다. 라면에 토마토를 넣어먹으면 오히려 베타카로틴 체내흡수율이 좋아진다. 궁합이 나쁘지 않은 셈이다. 단 라면의 해로움은 별개다.
#. E보험사 이모 지점장(남·36)
-친구야, 이거 너한테만 알려주는 특급비법이야. 절대 다른 사람에게 얘기해선 안돼. 나는 다음날 아침 숙취로 힘들면 감기약을 먹어. 감기약 먹으면 두통이 사라지고 통증도 줄여 주잖아. 숙취로 속이 메스껍고 머리가 아플 때 딱이야. 단점은 자꾸 약에 의지하게 된다는 건데…. 인간사, 어차피 약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 아니겠냐. 너 어디 가서 절대 얘기하면 안된다.
▶진단=음주 후 감기약 복용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감기약 성분은 간독성을 급격히 유발할 수 있다. 두통이 잦는 것은 일시적인 마취효과일 뿐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숙취해소법이다.
위 사례 외에도 기름진 햄버거나 짜장면, 파스타를 먹는 사람도 많았다. 김대호 한약사는 “기름진 음식의 경우 담백함으로 속을 달래준다”면서도 “음주 때는 과식하는 경우가 많다. 위가 팽창된 상태에서 다음날 또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위에 부담이 생긴다. 음식을 적절히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숙취해소에는 적당히 먹고 푹 자는 게 정답이지만 출근 압박에 시달리는 직장인에게는 꿈같은 얘기다. 직장인들은 건강도 지키고 멀쩡한 정신으로 업무를 소화할 숙취해소법이 필요하다.
위에서 정리한 내용을 종합하면 최적의 숙취해소법은 소화기계통에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다. 단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기에 본인에게 맞는 숙취해소법을 건강에 무리가 없는 선에서 음주 때마다 시행해보는 것이 좋다.
김 한약사는 “음주 다음날은 되도록 위에 부담이 덜한 편안한 음식을 먹고 간을 자극하는 커피보다 영양분이 많은 생과일주스를 마시는 게 좋다”며 “물은 숙취해소의 진리다. 찬물보다 미지근한 물을 계속 마시는 게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72호(2018년 12월25~3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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