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연승 도전' 맨유, 솔샤르와 합작한 놀라운 반전 [김현준의 스포츠톡]
김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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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임시 감독으로 부임한 후 팀의 놀라운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의 축구 철학을 공유한 그동안 무기력했던 맨유를 탈바꿈시키고 있다. /사진=로이터 |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 부임 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가 완전히 달라졌다. 단순하게 성적만을 보더라도 리그 6연승을 포함해 총 7경기 동안 7전 전승을 기록했다. 부임 후 첫 리그 6경기서 전승을 거둔 것은 140년의 맨유 역사를 통틀어 처음 있는 일이다.
‘레드 데빌스(맨유의 애칭)’가 파죽지세로 상대방을 모조리 무너뜨리면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달린 4위 자리도 사정권 안에 들어왔다. 17라운드 당시 11점이나 벌어져 있었던 첼시와 맨유의 격차는 이제 단 3점에 불과하다.
약 한달이라는 기간에 내부 분위기도 탈바꿈했다. 지난해에는 전임 감독인 조제 무리뉴 감독과 선수 사이의 갈등 요소가 각종 매체를 달궜다면 현재는 그러한 가십거리를 찾아보기 힘들다. 많은 선수가 현재 부여받은 역할에 만족하고 있으며 캐링턴 훈련장에는 이전보다 웃음이 넘치고 있다. 현재의 맨유는 말 그대로 ‘행복 유나이티드’다.
◆‘안정·점유율’이라는 족쇄 푼 맨유, 날개를 달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 은퇴 후 맨유는 본연의 색깔을 잃어버렸다. 잉글랜드와 유럽 무대를 호령한 퍼거슨의 맨유는 측면 자원들을 통한 속도감 있는 공격, 그리고 중원 미드필더들이 풍부한 활동력을 바탕으로 전방 압박과 함께 빈 공간을 커버하는 유기적인 움직임이 가미된 역동적인 축구를 선보였다.
하지만 데이비드 모예스 전 감독 부임 이후 맨유 고유의 색깔이 옅어졌다. 모예스의 맨유는 지나치게 안정성을 추구한 나머지 속도와 활동량이 크게 감소했다. 대신 의미 없는 점유율과 롱패스 횟수는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모예스의 맨유는 2014년 당시 최하위인 풀럼을 상대로 한 경기에만 2006-2007시즌 이후 최다인 81개의 크로스를 날렸다.
루이스 반할 전 감독이 이끌었던 두 시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스포츠 통계 매체 ‘옵타’에 따르면 2015-2016시즌 16라운드까지 맨유의 경기당 평균 점유율은 60%로 리그 전체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맨유의 후방 패스 비율은 1위인 반면 전방 패스 비율은 리그 최하위에 그쳤다.
통계에서 드러나듯 의미 없는 볼 소유 시간은 크게 증가한 대신 이미 상대방의 수비가 정돈된 상황에서 효율적인 공격 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맨유는 롱패스에 의존하고 빈공에 시달리며 시즌 내내 고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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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 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르 이끌었던 (왼쪽부터) 데이비드 모예스, 루이스 반 할, 조제 무리뉴 전 감독. 이들의 수비 위주의 단조로운 축구는 좋은 결과물을 남기지 못했다. /사진=로이터 |
솔샤르 감독의 전임인 조제 무리뉴 전 감독 역시 안정성과 수비 중심의 철학을 지닌 인물이었다. 라인을 무리하게 올리지 않으면서 역습을 노리는 전술을 구사했다. 하지만 최근 축구가 펼쳐지는 그라운드는 전역에서 압박과 탈압박이 쉴 새 없이 이뤄지는 ‘전쟁터’와 같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뉴 감독의 전술처럼 너무 낮은 위치에서 ‘빌드업’을 시작하려면 이미 하프라인 근처까지 배치된 상대방의 수비수까지 모두 이겨내야 비로소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무리뉴 철학’을 받아들인 맨유는 느리고 정적이었다. 강력한 압박에 전혀 대처하지 못했다. 리버풀과 맨체스터 시티, 토트넘 핫스퍼와 같은 빠르고 압박을 즐겨 쓰는 강팀들을 상대로 공세에 시달리다가 경기를 마치기 일쑤였다. 무리뉴 감독 경질의 결정적인 경기가 됐던 지난해 12월 리버풀전에서 맨유는 무려 36개의 슈팅을 허용하면서 1-3 완패를 당했다.
실제로 영국 매체 ‘스카이스포츠’에 따르면 맨유는 무리뉴 감독 부임 후 2시즌 연속 경기당 활동량 리그 최하위에 위치했다. 2017-2018시즌 12라운드까지 짧은 거리를 25.2㎞ 이상으로 빠르게 뛴 ‘스프린트’ 횟수도 15위에 불과했다.
그러나 퍼거슨 전 감독 휘하에서 선수로서 ‘공격 철학’을 몸소 체험했던 솔샤르 감독은 달랐다. 수년 동안 맨유가 잃어버렸던 공격성과 적극성을 선수들에게 주문했다. 이 같은 변화로 기다렸다는 듯이 맨유 선수들은 불과 일주일 만에 전혀 다른 팀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오랜 기간 퍼거슨 전 감독을 측근에서 보좌했던 마이클 펠란 코치의 복귀도 맨유의 ‘개혁’에 큰 힘이 됐다.
솔샤르 체제로 치러진 첫 경기였던 지난해 12월22일(한국시간) 카디프 시티 원정경기에서 맨유 선수들은 적극적으로 ‘뛰는 축구’를 선보였다. 이날 경기서 상대방보다 총 5km를 더 뛰었다. 스프린트 횟수도 119대 99로 크게 앞섰다.
족쇄를 풀었던 것처럼 그라운드 전역을 지배한 맨유의 이날 경기 결과는 어땠을까. 많은 이들이 기억하듯이 슈팅 수 17대 9, 최종 스코어 5-1이라는 압도적인 내용으로 대승을 거뒀다.
카디프 시티전을 포함해 솔샤르 감독이 부임한 7경기 동안 맨유는 총 19골을 쓸어 담으며 경기당 3골에 가까운 수치를 선보였다. ‘포스트 퍼거슨 시대’ 동안 경기당 2골 이상을 기록한 시즌을 단 한차례도 보내지 못했던 이전 모습과는 크게 대조되는 결과물이었다(모예스 감독의 맨유 34경기 평균 1.65골, 반할 감독 76경기 평균 1.46골, 무리뉴 감독 89경기 평균 1.60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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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샤르 체제'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미드필더 폴 포그바. 그의 놀라운 활약상은 맨유의 7연승의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사진=로이터 |
◆‘맞춤 옷’ 입은 포그바와 친구들, 8연승 노린다
솔샤르 감독의 지휘 하에 그동안 다소 부진했던 선수들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최근 맨유의 주전 공격수로 낙점받은 마커스 래시포드는 리그 6경기 동안 5골 1도움으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동안 애매모호한 역할을 수행했던 안데르 에레라도 장점이었던 커버 능력과 패싱력으로 팀에 크게 공헌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획기적인 변화를 보인 선수는 폴 포그바다. 2016-2017시즌 맨유로 복귀할 당시 세계 최고 이적료(8900만파운드, 현재 기준 약 1300억원)를 기록한 포그바는 팬들의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 무리뉴 전 감독과 끊임없는 마찰을 빚으면서 숱한 이적설에 휩싸였다.
그러나 맨유 유스팀 시절 포그바를 지도한 경험이 있었던 솔샤르 감독은 그가 어떤 상황에서 재능을 펼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약점을 보이는 수비에서의 부담을 줄이는 대신 세계 최고 수준의 공격 재능을 펼칠 수 있게끔 ‘프리롤’을 부여했다.
이와 동시에 포그바는 마치 물을 만난 고기처럼 유벤투스 시절과 프랑스 국가대표에서 보여준 활약상을 맨유에서도 선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전보다 더 집중력 있고 헌신된 자세로 매 경기에 임하고 있다. 최근 리그 6경기서 5골 4도움을 기록한 포그바는 2차례 ‘MOM’(경기 최우수 선수)에 선정됐으며 스카이스포츠가 발표하는 파워랭킹에서도 4주 연속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이런 극적인 변화와 관련해 포그바는 지난 토트넘전 승리 이후 영국 매체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난 지금 축구를 즐기고 있다. 지금처럼 공격적이며 더 높은 위치에서 압박하는 플레이를 좋아한다. 현재 포지션에서 가장 편안함을 느낀다”며 한결 편해진 그의 심경을 밝혔다. 솔샤르 감독 역시도 “맨유의 정체성을 잘 아는 바로 그 포그바로 돌아왔다”면서 공격적인 재능을 발휘하고 있는 포그바의 활약상을 반겼다.
이처럼 솔샤르 감독은 포그바 외에도 안토니 마샬과 린가드 등 공격에 더 뛰어난 재능을 지닌 선수들에게 무리하게 수비 역할을 지시하는 대신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그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솔샤르 감독이 제작한 ‘맞춤 옷’으로 달라진 포그바와 그의 동료들은 오는 26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FA컵 16강 경기서 아스날을 맞상대한다. 이미 토트넘을 꺾었던 맨유가 또 다른 런던의 강호 아스날을 물리치고 8연승을 만든다면 향후 시즌 향방은 ‘붉은 악마’의 귀환으로 더욱 흥미진진하게 흘러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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