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옹진군 신시모도 자전거여행
올망졸망 색다른 매력, 하루에 즐기는 '삼색 재미'


인천 영종도 삼목선착장에서 신도(장봉도)행 페리를 타는 여행객들. 건너편 섬이 신도다. /사진=박정웅 기자
인천 영종도 삼목선착장에서 신도(장봉도)행 페리를 타는 여행객들. 건너편 섬이 신도다. /사진=박정웅 기자
아지랑이보다 미세먼지가 먼저 왔나.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얘기가 도처에서 들린다. 봄이로되 미세먼지 때문에 봄 같지 않다는 하소연이다. 미세먼지는 이제 일상의 한 부분인 듯하다. 대사증후군처럼 말이다. 미세먼지에도 봄은 어김없다.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 겨우내 잠든 근육들이 꿈틀댄다. 의식보다 ‘몸’이 먼저 봄을 알아챈다. 자전거 타이어에 공기압을 다시 채웠다. 봄맞이 첫 ‘두 바퀴’ 행선지는 인천 옹진의 삼형제섬이다.

인천 옹진군 북도면에는 삼형제섬이 있다. 신도(信島), 시도(矢島), 모도(茅島)가 나란하다. 깊고 검은 서해개펄에 올망졸망 움을 틔웠다. 사이좋은 삼형제섬이어서 ‘신시모도’로도 불린다. 한 뱃속 한 섬인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연도교로 한몸이 됐다. 신시모도가 자전거와 걷기여행 명소로 꼽히는 이유다. 하루에 섬 3개를 ‘일망타진’하는 재미가 쏠쏠해서다. 더구나 같은 듯 다른 듯 섬 저마다의 매력도 있으니 신시모도행은 기껍다.


페리에서 바라본 신도와 신도선착장. /사진=박정웅 기자
페리에서 바라본 신도와 신도선착장. /사진=박정웅 기자
신시모도는 영종도에서 가깝다. 영종도 삼목선착장에서 신도선착장까진 10분 거리다. 5년 후면 무늬만 섬이다. 지난 1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로 ‘남북평화고속도로’ 개통이 구체화됐기 때문이다. 영종도에서 신도를 해상교량이 이을 전망이다. 영종도처럼 신시모도의 상전벽해가 임박한 것. 장밋빛 기대는 곳곳에서 환영 현수막으로 휘날렸다.

◆같은 듯 다른 삼색 섬여행

시도 쪽에서 바라본 신시도연도교. 신도는 삼형제섬 중에서 면적이 가장 넓다. /사진=박정웅 기자
시도 쪽에서 바라본 신시도연도교. 신도는 삼형제섬 중에서 면적이 가장 넓다. /사진=박정웅 기자
신도(信島)는 ‘믿을’ 만한 섬이란다. 지명은 섬 주민들이 착하고 신의가 있다는 데서 유래한다. 뭍으로 향하는 신시모도의 대문 격으로 덩치 또한 세 섬 중 가장 크다. 신시모도 자전거여행은 보통 신도선착장에서 내린 뒤 큰 길(지방도)을 따라 ‘좌회전’만 거듭하면 된다. 2개의 연도교를 지나면 종점인 모도의 박지기가 나온다.

신도의 덩치를 알고 싶다면 코스를 달리하면 된다. 선착장을 나와 신도2리 교차로에서 한번만 우회전을 한 뒤 신시도연도교까지 시계 반대 방향으로 쭉 달리면 된다. 신도벚꽃길부터 신도 4리, 3리, 2리 등 신도의 전반을 둘러볼 수 있다. 섬 고유의 풍광과 더불어 들녘도 눈에 띈다. 저수지며 간척지며 섬 치고는 꽤 드넓은 들판이 펼쳐진다. 날것이 많은 섬, 그래서 사람 인심까지 넉넉히 채우는 신도인 듯하다.


시도에서 바라본 시모도연도교. 교각 하상부는 기존 잠수교를 이용했다. /사진=박정웅 기자
시도에서 바라본 시모도연도교. 교각 하상부는 기존 잠수교를 이용했다. /사진=박정웅 기자
신도에서 신시도연도교를 건너면 시도(矢島)다. 시도의 지명 또한 재미있다. 본래는 ‘살섬’이었다. 북쪽 바다 건너 강화(마니산)에서 활을 쏘면 시도에 도달했다 한다. 활의 목표지점이었던 것. 그 거리는 어림해도 4~5㎞ 남짓이니 지명에 엮인 건 전설일 뿐이다. 그럼에도 시도에는 이를 알리는 화살탑이 있다. 섬의 동쪽 끝인 시모도연도교 초입 야산에 있다. 지방도 회전 구간에 묻혀 있어 자칫하면 이를 지나치기 십상이다. 시도는 신도보다 면적은 작지만 북도면 행정의 중심지다. 신시도연도교 가까이 소재지임을 알리는 면사무소와 우체국이 있다.

모도 박지기에 설치된 알파벳 조형물. /사진=박정웅 기자
모도 박지기에 설치된 알파벳 조형물. /사진=박정웅 기자
모도(茅島)는 삼형제섬의 막내다. 이름만 보면 세 섬 중 가장 박복하다. 그물에 고기 대신 쓸 데 없는 ‘띠’(茅)만 걸려온다는 것이다. 섬의 덩치도 아주 작다. 하지만 세월의 더께가 끼면서 해외에 알려진 섬이 됐다. 이일호 조작가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읽을 수 있는 곳이다. 박지기에서 왼쪽에 바다를 낀 둘레길을 넘어가면 ‘성’(性)과 ‘나르시시즘’을 주제로 한 100여점의 작품이 펼쳐진다.

세월의 더께는 시모도연도교에서도 읽을 수 있다. 본래는 잠수교였던 흔적을 다리 하상부에서 살펴볼 수 있다. 잠수교 바로 위에 교각을 촘촘히 얹은 모양이 특이하다. 연도교 동단 왼편에 이일호 조작가의 작품이 눈에 띈다. 모도 땅에 들기 전부터 ‘예술세계, 모도’임을 애써 강변한 듯하다. 남녀 한쌍의 나체 작품이 인상적인데 그것도 거친 갯바위에 올려놨다.

◆자연과 어우러진 예술의 세계


시도 쪽 시모도연도교 왼쪽 갯바위에 설치된 이일호 작각의 작품에 눈에 띈다. /사진=박정웅 기자
시도 쪽 시모도연도교 왼쪽 갯바위에 설치된 이일호 작각의 작품에 눈에 띈다. /사진=박정웅 기자
신시모도의 섬 지명은 독특하다. 지형을 보고 지은 것인데 모도의 배미꾸미해변과 박지기가 대표적이다. 배비꾸미는 지형이 배 밑구멍을 닮았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해변이 눈썹을 닮았는데 이일호 조각가의 배미꾸미조각공원이 해변 한복판을 지킨다. 조각공원 울타리 밖에는 가지를 치렁치렁 늘어뜨린 ‘버들선생’이 자리한다. 만조에는 버들선생이 어떤 모습을 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배미꾸미해변과 이일호 작가의 배미꾸미조각공원. 오른쪽 갯바위에는 '버들선생'이 있다. /사진=박정웅 기자
배미꾸미해변과 이일호 작가의 배미꾸미조각공원. 오른쪽 갯바위에는 '버들선생'이 있다. /사진=박정웅 기자
해변과 조각공원은 이 작가뿐 아니라 김기덕 감독의 작품세계가 엮인 곳이다. 김 감독은 이곳에서 <시간>(Time)의 대부분을 촬영했다고 한다. 서해의 아주 작은 섬, 모도가 해외까지 알려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배미꾸미의 일몰은 특히 바다 한가운데서 일어나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해변 동쪽 끝의 야산 둘레길 너머는 박지기다. 박지기는 모도 남쪽 끝뿌리를 뜻하는 지명이다. 모도가 박쥐를 닮았는데 박지기는 그 끝이라는 유래다. 둘레길을 내려오면 모도의 상징물이 반긴다. 알파벳 ‘M’, ‘O’, ‘D’, ‘O’로 모도를 형상화한 포토존이다.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등 국내외 도시의 상징물을 따온 듯하나 생뚱맞다는 생각이다. 상징물 아래는 조개잡이 체험장이 있다.

◆신시모도 여행팁


시모도연도교 직전 시도 야산에 설치된 화살탑. /사진=박정웅 기자
시모도연도교 직전 시도 야산에 설치된 화살탑. /사진=박정웅 기자
신시모도는 당일 여행 코스로 좋다. 여유가 있다면 걷기여행길을 둘러보자. 삼형제섬을 딴 ‘인천 삼형제길’이 그곳이다. 해양수산부 ‘해안누리길’ 53번 노선으로 선정된 길이다. 신도선착장-구봉산 등산로-구봉재-신도1리 마을회관-신시도연도교-해당화꽃길-슬픈연가 촬영지-수기해변-수기전망대-시모도연도교-모도리 소공원 9㎞ 구간(약 3시간)이다. 코스가 평탄한 편이라 완보할 만하다.

모도 배미꾸미해변에서 박지기를 연결하는 둘레길. /사진=박정웅 기자
모도 배미꾸미해변에서 박지기를 연결하는 둘레길. /사진=박정웅 기자
삼형제섬은 교통편이 편하다. 서울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공항철도 운서역(1번 출구)에서 하차 후 201번 또는 307번 버스로 삼목선착장으로 가면 된다. 보통 자전거도 운서역을 이용해 차로를 따라 삼목선착장으로 가나 운서역 다음역인 공항화물청사역이 더 낫다. 삼목선착장까지 거리가 짧을뿐더러 공항동로(스카이72CC 옆)의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어서다. 또 삼목교차로를 지나 선착장 입구까지 지하도에 자전거길이 연결됐다. 신도행 페리는 오전 7시10분부터 30분 간격으로 있다. 나오는 페리 또한 매시각 30분마다 있다. 신시모도내 버스는 페리 시간과 함께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3호(2018년 3월12~1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