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동산초 학생들이 "전두환 물러가라" 외친 까닭
서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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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조비오 신부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씨의 재판이 지난 11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예정된 가운데 인근의 동산초등학교 학생들이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자유연대·자유대한호국단·턴라이트·GZSS 등 극우단체 회원 10여명은 15일 오전 광주 동구 동산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들이 정치구호를 외쳤다. 이는 정치 중립 의무 일탈 행위"라며 교사들에게 사과문 발표를 요구했다.
이들은 "광주교육이 대한민국 질서 속에 유지돼야 한다. 사과문을 발표하지 않으면 교육공무원법 등에 따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한반도에서 어린 학생들이 외치는 정치구호는 북한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이라며 "해당 초등학교 교장과 교감, 교사들은 초등생들의 정치구호 제창에 대해 구렁이 담 넘듯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11일 전씨가 재판 참석을 위해 광주지법에 도착하자 광주지법과 30m가량 떨어져 있는 동산초 학생들은 "전두환은 물러가라"라는 훌라송을 부르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지켜보던 광주시민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화답했다.
동산초등학교는 1987년 6월9일 연세대 정문 앞에서 직선제 개헌과 군부독재 타도를 외치다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숨진 고 이한열 열사의 모교다. 이 열사의 죽음은 '6월 항쟁'의 기폭제가 됐다는 역사적인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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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법정에 선 전두환씨를 향해 동산초등학생들이 "물러가라"고 외친 것과 관련, 자유연대·자유대한호국단 등 극우보수단체가 15일 해당 초교 앞에서 사과 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
극우단체의 사과 요구에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김경희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광주지부장은 "일고의 대응 가치를 못 느낀다. 학습권 침해에 대한 고려없이 아이들을 겁박한 것"이라며 "보수단체는 '교사가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어른으로서 본을 보인 것인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최정기 전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초등학생이라고 정치적 표현을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며 "옳고 그름을 학습하는 과정에서 표현하지 않으면 배울 수 없다. 자기 표현과 상호 토론을 통해 정치적 자아가 성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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