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버즈. /사진=박흥순 기자
갤럭시 버즈. /사진=박흥순 기자

2016년 애플이 출시한 에어팟 1세대는 넥밴드형태의 블루투스 이어폰의 쇠퇴를 불러왔다. 완전 무선형 이어폰의 편의성을 맛본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에어팟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하지만 에어팟은 안드로이드 기반에서 100% 성능을 구현하지 못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가 더 많은 국내에서 에어팟은 2% 부족한 인상을 지우기 어려웠다.

지난 3월 삼성전자는 완전 무선형 블루투스 이어폰 ‘갤럭시 버즈’를 출시했다. 갤럭시 버즈는 전작이라 할 수 있는 ‘기어 아이콘’과 유사한 형태로 출시됐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10·S10 플러스를 구입한 사용자에게 갤럭시 버즈를 무상으로 지급하면서 에어팟에 도전장을 던졌다.


갤럭시 버즈는 전작과 달리 가벼운 착용감으로 사용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가격이 에어팟보다 30%가량 저렴하다는 점도 한몫했다. 하지만 한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갤럭시 버즈는 아이폰에서 제대로 작동할까. 이에 아이폰과 갤럭시 버즈를 직접 연동해 사용해 봤다.

◆100%는 아니어도 충분해
갤럭시 버즈는 의외로 쉽게 아이폰과 연동할 수 있다. 좌우 이어폰이 모두 충전 크래들에 삽입된 상태에서 케이스 뚜껑을 열면 블루투스 연동과정을 거쳐 아이폰에 연결된다. 맥북과 아이패드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연결할 수 있다. 
에어팟 착용모습(왼쪽)과 갤럭시 버즈(오른쪽). /사진=박흥순 사진
에어팟 착용모습(왼쪽)과 갤럭시 버즈(오른쪽). /사진=박흥순 사진
연결 디바이스의 전환도 자유롭다. 맥북과 갤럭시 버즈를 연동해 사용하다가 아이폰과 연결하는 과정도 큰 무리없이 진행된다. 다만 귀에 꽂았을 때 디바이스와 연결되는 에어팟과 달리 갤럭시 버즈는 뚜껑을 열 때 주변 기기와 연동된다. 때문에 처음 블루투스 연결을 위해서는 주변에 갤럭시 버즈와 연동된 디바이스가 없어야 한다.

갤럭시 버즈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서 갤럭시 웨어러블 이라는 앱을 통해 제어할 수 있다. 이퀄라이저 설정은 물론 이어폰을 빼지 않아도 주변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한다. 하지만 아이폰에서는 이 기능을 모두 활용할 수 없다. 이퀄라이저는 음악감상 앱 자체에서 제공하는 방식 또는 별도의 앱을 통해 설정할 수 있지만 주변소리 듣기 기능 같은 고유의 기능을 아이폰에서 활용하기 어렵다. 또 위젯을 통해 배터리 충전량을 알 수 있는 에어팟과 달리 아이폰에서는 갤럭시 버즈의 배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그 밖의 기능은 대부분 사용할 수 있다. 이를테면 갤럭시 버즈를 착용한 상태에서 좌우 이어폰을 한번 두드리면 음악이 재생되거나 일시 정지 된다. 오른쪽 이어폰을 두번 두드리면 다음곡으로 넘어가고 왼쪽 이어폰을 두번 두드리면 현재 재생 중인 곡의 처음으로 돌아가거나 이전 곡으로 돌아간다. 좌우 양쪽 이어폰에 손가락을 대고 있으면 시리가 호출된다. 별도의 세팅 앱이 없기 때문에 편의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기본적인 기능은 모두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에어팟 1세대에서는 지원하지 않는 시리 호출 기능을 갤럭시 버즈가 제공한다는 점은 의외다.
갤럭시 버즈(왼쪽)와 에어팟(오른쪽). /사진=박흥순
갤럭시 버즈(왼쪽)와 에어팟(오른쪽). /사진=박흥순
◆갤럭시 버즈 vs 에어팟 뭐가 좋을까

에어팟과 갤럭시 버즈의 음질차이 비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두제품은 오픈형과 커널형으로 애초에 성격이 다르다. 중저음베이스를 선호하는 사람에게는 갤럭시 버즈가 플랫한 소리를 즐겨듣는 사람은 에어팟이 좋다. 외부 소리를 차단하는 성능은 당연히 갤럭시 버즈가 좋다. 다만 이 점도 개인별로 선호하는 착용감이 다르기 때문에 무엇이 더 우월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또 어떤 제품이 우수한 연결 성능을 보이는지도 구분하기 어렵다. 갤럭시 버즈와 에어팟 모두 장애물이 없는 환경에서 10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서도 연결이 끊어지지 않았다. 배터리도 두제품이 모두 일상생활에서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을 만한 성능을 보여줬다.


갤럭시 버즈와 에어팟의 작지만 큰 차이점 중 하나는 자동멈춤 기능이다. 갤럭시 버즈는 두개의 이어폰을 모두 빼야 재생이 멈추는데 에어팟은 한쪽만 뽑아도 음악이 멈춘다. 이 점도 개인의 호불호가 갈릴 수 있기 때문에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종합해보면 갤럭시 버즈도 아이폰에서 ‘무난히’ 사용할 수 있다. 다만 갤럭시 버즈의 기능을 온전히 사용할 수 있는 갤럭시 웨어러블 앱이 애플 앱스토어에 없어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는 없다. 그러나 ▲통상적인 이어폰의 기능이 필요한 사람 ▲에어팟의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 ▲커널형 제품을 선호하는 사람 ▲10만원 초반 가격대의 완전 무선 블루투스 제품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갤럭시 버즈도 충분히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아이폰 사용자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