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無人)시대-하] 무인 점포 이용해보니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는 ‘무인시대’가 열린다. 휴머노이드형 인공지능(AI) 로봇이 등장하는 영화 속 미래사회의 풍경이 아니다. 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음식점의 키오스크 등 기계가 부분적으로 사람을 도와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환경은 이미 흔한 일상이 됐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무인편의점 ‘이마트24 엔씨타워점’. /사진=이한듬 기자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무인편의점 ‘이마트24 엔씨타워점’. /사진=이한듬 기자

최근에는 사람 없이 오로지 기계와 시스템만을 통해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무인상점이 늘고 있다. 과연 기계는 사람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까.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서울시내에 위치한 무인편의점과 무인카페를 이용해봤다.

◆언제든 편리하게 이용

먼저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이마트24 엔씨타워점을 찾았다. 이곳은 24시간 무인으로 운영되는 점포다. 평소에는 출입문이 잠겨 있는데 입구 옆에 설치된 카드리더기에 신용카드나 교통카드를 갖다 대 인증을 거치면 열린다.


편의점 내부의 구성은 여느 편의점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음료, 과자, 컵라면 등 간편한 먹거리에서부터 세면도구, 로션 등 생필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이 전시돼 있었다. 다만 주류는 판매하지 않는다. 미성년자가 몰래 주류를 구매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담배는 별도의 자판기를 통해 판매한다. 이 자판기는 신용카드를 통해 인증을 거쳐야 이용할 수 있다. 이 역시 미성년자가 담배를 구매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매장을 한바퀴 둘러본 뒤 냉장고에서 음료수 한캔을 꺼내 셀프계산대로 이동했다. 이마트24 엔씨타워점에는 총 두대의 셀프계산기가 설치돼 있다. 계산방법은 간단하다. 셀프계산기 화면속 ‘시작’ 버튼을 터치한 뒤 바코드리더기에 제품의 바코드를 갖다 대면 기계가 상품을 인식한다.

이후 할인, 적립, 결제방법을 선택한 뒤 계산하면 된다. 이마트24의 경우 신용카드, 체크카드 등의 카드와 SSG페이, 전용쿠폰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단 현금은 사용할 수 없다.


무인편의점 이용은 처음이었지만 편의점 출입구에 부착된 안내문구와 셀프계산대 화면에 뜨는 안내문, 음성을 따라하면 쉽게 이용이 가능했다. 계산대에서 사람을 마주칠 일이 없기 때문에 여성용품이나 성인용품 등 주변의 눈치가 보이는 제품도 마음 편히 구매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의점을 나와 강남사거리에 있는 무인카페 ‘터치카페’로 향했다. 종종 건물이나 거리에 있는 커피자판기로 저렴한 믹스커피를 뽑아 마신적은 있지만 커피숍 자체가 무인으로 운영되는 곳을 가본 경험은 없다. 무인카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바리스타가 내린 커피와 얼마나 맛이 다를까라는 궁금증과 기대를 안고 터치카페로 발걸음을 옮겼다.


터치카페의 외관은 특별할 것이 없어 보였다. 출입문은 반자동식이라 신용카드 등의 별도 인증 없이 문열림 버튼만 클릭하면 손쉽게 출입이 가능했다. 그러나 가게 내부는 일반적인 카페와 달랐다.


서울 강남사거리에 위치한 무인커피숍 ‘터치카페’. /사진=이한듬 기자
서울 강남사거리에 위치한 무인커피숍 ‘터치카페’. /사진=이한듬 기자

◆장점만큼 단점도 커

서너평 남짓한 카페 안에는 사람이 앉아 쉴만한 테이블이 없었고 카운터와 커피제조공간이 있어야할 자리엔 자판기 4대가 설치돼 있었다. 세대는 커피를 내리는 기계이며 한대는 과자 등 간단한 간식거리를 구매할 수 있는 기계다. 각 자판기 사이에는 일회용 컵과 뚜껑, 컵홀더, 빨대 등이 비치된 수납장과 얼음기계가 설치돼 있었다.

기계에 부착된 안내문을 읽어보고 커피제조에 돌입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커피자판기 터치화면에서 따뜻한 커피, 차가운 커피, 따뜻한 음료&티, 차가운 음료&티 네가지 중 원하는 것을 고른다. 차가운 커피를 선택하자 아이스아메리카노, 아이스카페모카, 아이스라떼 등 세부적인 커피 종류꽂 선택창이 떴다.

기본적인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고른 뒤 안내음성에 따라 기계에 부착된 카드리더기에 신용카드를 꽂으면 결제가 완료됨과 동시에 기계가 종이컵에 원두를 내리기 시작했다. 기다리는 동안 옆에 마련된 수납함에서 플라스틱컵을 꺼내 얼음을 가득 채운 뒤 추출이 완료된 커피를 부어주자 아이스아메리카노가 완성됐다.

가격은 1600원. 아메리카노 한잔에 기본 3000~4000원을 호가하는 일반적인 커피숍에 비해 저렴한 가격이다. 맛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무인상점을 경험하면서 느낀 가장 큰 장점은 ‘편리함’이다. 기계사용에 익숙한 세대라면 첫 방문에도 손쉽고 간편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반면 기계사용이 어려운 세대에겐 문제일 수도 있다. 이제는 흔해진 스마트폰 조작조차 어려운 중장년세대가 철저히 기계와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무인상점을 이용하기엔 복잡할 수 있어서다. 무인상점의 편리함이 누구에게나 통용되지는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

단점은 또 있었다. 무인편의점의 경우 미성년자에 대한 방어장치를 마련했다고 하더라도 부모나 성인 형제의 신용카드를 도용하면 무용지물이다. 또한 무인상점은 현금은 사용자체가 불가능한 데다 교환, 환불, 반품절차가 까다롭다.

기자가 방문한 무인편의점은 교환이나 환불을 위해선 따로 고객센터를 통해 절차를 밟아야 하며 카페 역시 기계사용에 문제가 생길 경우 가게관리인에게 전화를 걸어 해결해야 한다.

유인상점에서는 곧바로 처리할 수 있는 문제가 무인상점에선 몇배의 시간이 소요된다. 결국 서비스는 기계가 제공하더라도 전체적인 관리는 여전히 사람의 손을 거쳐야하는 셈이다. 완전한 무인시대가 열리기까진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9호(2019년 7월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