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한국 디자인센터. VR 스튜디오 내 마련된 HMD. /사진=한국지엠
GM 한국 디자인센터. VR 스튜디오 내 마련된 HMD. /사진=한국지엠
제너럴모터스(GM)는 최근 쉐보레 SUV 라인업을 이끌 차세대 준중형SUV ‘트레일블레이저’를 공개했다. 더 놀라웠던 것은 이 모델이 한국에서 생산된다는 것. 최근까지 생산공장 폐쇄, 인력조정 등 경영정상화 과정을 밟고 있던 한국지엠에게는 희소식이었다.

이 같은 소식이 있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지엠 부평공장 내 위치한 GM 한국 디자인센터를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2017년 9월 한차례 이 시설이 공개된 뒤 2년여 만이다.


지난 25일 방문한 GM 한국 디자인센터는 입구부터 철통보안이 유지됐다. 이곳은 GM이 운영 중인 전 세계 6개의 디자인 스튜디오 중 북미 다음으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150여명의 디자이너 및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는 GM 글로벌 제품 디자인의 핵심 거점이다.

2014년 총 투자비 400억원이 투입돼 기존 규모의 2배 이상 확장되는 등 최신 디자인 설비를 갖췄다. 이곳을 거쳐간 제품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쉐보레 브랜드를 대표하는 스파크, 트랙스, 볼트EV 등이다. 뷰익, 캐딜락 등 GM 글로벌 브랜드 모델의 디자인 작업도 이곳에서 진행됐다고 한다.


가장 먼저 발길이 닿은 곳은 VR 스튜디오다. 스튜디오 내부에는 2개의 HMD(Head Mounted Display) 장비가 설치돼 있었다. 익스테리어, 인테리어 VR이 바로 그것. 이중 직접 체험한 것은 차량 외관을 살펴볼 수 잇는 익스테리어 VR이다.

VR 화면을 볼 수 있는 특수안경을 쓰자 흥미로운 제품이 눈앞에 보였다. 바로 트레일블레이저다. 양손에 쥔 컨트롤러를 이리저리 조작하자 차량의 외장 컬러가 바뀌고 주변 배경이 변하기도 했다. 또 엑스레이 촬영을 한듯 차체 골격이 보이기도 했다.


GM 한국 디자인센터 관계자는 “디자인은 속도가 중요하다”며 “HMD를 활용하면 보이지 않는 부분도 효과적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총 5대의 HMD 패키지를 보유 중이며 이를 활용해 가상의 품평회도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장비의 도입효과는 생각보다 크다고 한다. HMD로 기존 대비 50%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다는 것. 또 다른 관계자는 “실제 모델을 만들면 억단위의 비용이 발생하는데 디지털을 활용하면 비용뿐 아니라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GM 한국 디자인센터를 돌아본 뒤 브리핑룸에서 관계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이 진행됐다. /사진=한국지엠
GM 한국 디자인센터를 돌아본 뒤 브리핑룸에서 관계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이 진행됐다. /사진=한국지엠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익스테리어 및 인테리어 디자인팀과 컬러앤트림팀의 실제 업무공간이다. 이곳은 디자인 스케치부터 스케일모텔 그리고 풀사이즈 클레이모델을 만들기까지의 작업이 진행된다. 실제 한쪽에는 쉐보레, 캐딜락, GMC 등 GM 글로벌 브랜드의 제품 스케치가 자리잡고 있었다. GM 한국 디자인센터는 전 세계 글로벌 디자인 스튜디오와 함께 스케치하고 함께 경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현장에 있던 GM 한국 디자인센터 담당자는 “스케치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조형물을 만들어낸다”며 “풀 모델을 만드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만큼 스케일 모델을 만들어 미리 검증하고 시팅 벅이라는 모듈로 공간감, 시야, 비율 등을 확인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풀 사이즈 클레이 모델을 만든다”며 “풀사이즈 모델 과정에선 실제로 모델러들이 모형을 깎는 등 최대한 차를 완성도 있게 마무리한다”고 덧붙였다. 이곳에서도 트레일블레이저의 클레이 모델 등이 곳곳에서 확인됐다. 일부는 위장막으로 가려진 상태로 전시돼 있었다.

아직까지 단 2장의 사진으로만 공개됐던 차세대 신차를 기자들에게 공개한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만큼 이 모델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는 것 아닐까. 아직 트레일블레이저의 완전체를 실물로 보지 못했지만 내년 출시될 이 모델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