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N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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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주 NXC 대표가 세웠던 원대한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처지에 놓였다. 지난 1월부터 시작된 매각 단계가 매듭을 짓지 못한 채 잠정 보류됐기 때문. 당초 상반기 내 새 주인의 윤곽이 가려질 것으로 예상된 넥슨도 당분간 현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면 혹은 포기

앞서 김 대표는 지난 1월 자신과 특수관계인의 NXC 지분 전량(98.64%)을 매물로 내놓겠다고 공표했다. 유력 인수후보로 중국의 텐센트를 비롯해 카카오, 넷마블, MBK파트너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베인캐피탈 등 다양한 기업들이 물망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월트디즈니컴퍼니, 컴캐스트, 일렉트로닉 아츠(EA) 등 해외 유명기업도 인수후보로 떠올랐지만 관심 정도에 그쳤을 뿐 실제 본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0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매각 자금 융통도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지난달 진행된 본입찰에서는 카카오와 넷마블이 각각 전략적투자자(SI)로 나섰고 MBK파트너스, KKR, 베인캐피탈이 재무적투자자(FI) 자격으로 참여했다. 넥슨코리아를 보유한 넥슨 일본법인(47.98%)을 인수할 수 있는 기회로 떠올랐다.


그러나 최근 투자은행(IB)업계와 게임업계에 따르면 김 대표가 매각주관사인 UBS와 도이치증권에 “진행이 어려우니 관련 M&A를 보류해달라”며 잠정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각각 1조6000억원대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넷마블과 카카오는 김 대표가 원하는 적정가를 맞추지 못했고 글로벌 사모펀드의 경우 단기 투자차익이 우선인 만큼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정부의 견제로 직접 참여가 어려웠던 텐센트도 매각 보류에 당혹스러운 눈치다. 카카오와 넷마블의 지분을 각각 6.7%와 17.7% 보유한 만큼 매각 주체에 따라 FI나 SI로 참가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중국정부가 미국과의 무역갈등으로 갈등 국면에 접어든 데다 한국 게임에 외자판호를 내주지 않는 만큼 텐센트가 직접 나설 확률도 희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결국 10조원이 넘는 매각자금이 변수가 됐다”며 “결과적으로 김 대표가 매각 진행여부를 보류했다지만 시장에서도 10조원이 넘는 자금을 주고 사 들일 만큼 큰 매력도를 느끼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고 말했다.

◆재매각 혹은 경영 복귀

“넥슨을 세계에서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드는 데 일조하겠다”는 김 대표의 목표에도 매각 재개시점은 가늠키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시장과 김 대표의 온도차가 확인된 만큼 매각가를 대폭 낮추거나 잠재력을 끌어올릴 만한 ‘한 방’이 나타나야 한다.

높은 몸값의 원인이었던 일본의 공개매수조항(텐더 오퍼)도 현지 금융청의 해석에 따라 해소된 지 오래다.

금융당국의 판단에 따라 의무공개매수조항을 적용할 수 있었지만 지난 4월 매각주관사단이 일본 금융청으로부터 의무공개매수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서를 받았다. NXC 경영권을 사들인 기업이 넥슨 일본법인 나머지 지분에 대한 의무공개매수를 할 필요가 없는 만큼 매각가 인상 우려를 불식시켰다.

현재 게임업계는 김 대표의 경영 복귀와 재매각 추진 등 크게 두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있다.

최근 게임업계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분류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3N이 주축이 된 태스크포스(TF) 구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문재인 대통령의 북유럽 순방길에 게임업계 전문가들이 초청되는 등 정부의 관심도가 달라진 상황이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온라인게임 결제한도 폐지’ 등 일부 게임규제를 완화하고 있어 경영적 환경에서는 최적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게임업계에 피로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과거의 상황과 큰 폭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넥슨이 목표한 일정에 따라 꾸준하게 신작을 출시함에 따라 경영 환경 변화가 수월할 것으로 평가했다.

재매각 가능성도 낮지 않다. 다만 김 대표가 재매각을 추진함에 있어 가격을 낮추기 위해 계열사를 분리 매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업계에서는 김 대표가 넥슨 자회사 네오플의 ‘던전 앤 파이터’ 외에 글로벌시장에서 통할 콘텐츠가 없다는 평가를 뒤집기 위해 하반기 신작 출시 후 시간을 두고 매각 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분석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가 6개월 간의 매각 과정을 지켜본 만큼 하반기 새로운 전략을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넥슨 일본법인과 넥슨코리아가 전문경영인 체제를 굳힌 마당에 현 시점에서 경영 일선 복귀는 어렵다. 결국 재매각을 추진하는 방법뿐인데 가능성이 높은 방안은 게임과 비게임사업을 철저하게 분리해 시장성을 높이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