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흑당(블랙슈가) 음료를 판매 중인 커피빈 광화문점. /사진=강소현 기자
지난 5일 흑당(블랙슈가) 음료를 판매 중인 커피빈 광화문점. /사진=강소현 기자

# 직장인 A씨(25)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소개된 강남의 한 유명 흑당 버블티 가게를 찾았다. 저녁 8시쯤 매장을 방문했다는 A씨는 "조금 늦은 시각이라 바로 받을 줄 알았는데 대기번호가 1196번이었다. 20분 정도 기다렸다"며 "인스타그램에서 본 화려한 비주얼에 이끌려 직접 방문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에 흑당 열풍이 불고 있다. 흑당은 흑설탕을 캐러멜화한 비정제 사탕수수당으로 너무 달지 않으면서도 맛이 고소해 음료나 디저트 등에 많이 활용된다. 흑당은 단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으며 가열차게 팔리고 있다.

대만 흑당 버블티가 국내에 들어오면서 불기 시작한 흑당 열풍. '머니S'가 흑당의 인기비결과 달콤한 열풍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를 알아봤다. 

타이거슈가 흑당버블티. /사진=강소현 기자
타이거슈가 흑당버블티. /사진=강소현 기자

◆타이거슈가로 시작된 흑당 열풍… 이색 흑당 제품 눈길


흑당 열풍은 대만 흑당 버블티 브랜드인 '타이거슈가'가 지난 3월 국내에 입점하면서 시작됐다. 타이거슈가 홍대점 오픈 당시에는 너무 긴줄에 "차라리 대만 가서 먹는 게 빠르겠다"는 소비자들의 한숨 섞인 푸념이 나오기도 했다.


흑당 밀크티가 인기를 끌자 프랜차이즈 카페를 시작으로 국내 외식업체들도 잇따라 흑당 메뉴를 출시했다. 밀크티 전문점 공차가 지난달 브라운슈가 주얼리 밀크티를 선보인 데 이어 커피빈, 빽다방, 투썸플레이스 역시 신상 흑당음료를 출시했다.

흑당 열풍은 식음료업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베이커리를 비롯해 식당가에서도 흑당메뉴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던킨도너츠는 지난 1일 홍차반죽으로 만든 쫄깃한 도넛에 고소하고 달콤한 흑당 슈가를 뿌린 '흑당 쫄킹'을 출시했다. 또 SPC삼림은 '흑당밀크티 호떡','흑당밀크티 데니쉬','흑당밀크티 롤링팡','흑당밀크티 샌드케이크' 등 흑당을 활용한 '흑당충전 시리즈' 베이커리를 선보였다.

흑당을 활용한 '흑당밀크티 찹쌀떡'을 출시한 푸드 컴퍼니 쿠캣은 "쿠캣이 운영 중인 70여개 푸드채널을 구독하는 2900만명의 구독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흑당밀크티' 키워드에 대한 구독자들의 반응도가 높은 것을 확인했다"며 "찹쌀떡의 쫄깃한 식감이 타피오카 펄을 연상시켜 흑당밀크티를 음료메뉴가 아닌 떡으로 구현하게 됐다"고 출시배경을 설명했다. 

쿠캣 흑당밀크티 찹쌀떡. /사진제공=쿠캣마켓
쿠캣 흑당밀크티 찹쌀떡. /사진제공=쿠캣마켓

이들 업체의 경우 흑당 열풍에 힘입어 양호한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팀 로스팅 커피 프랜차이즈 '더 벤티'는 '흑당 버블티' 출시 100일만에 누적판매량 25만잔을 돌파했다. 이는 하루 평균 2300잔 이상이 팔린 셈이다. 공차 역시 흑당 음료인 '브라운슈가 쥬얼리 밀크티'와 '브라운슈가 치즈폼 스무디'를 출시, 불과 40여일 만에 130만잔을 팔았다.


더 벤티 관계자는 "현재 대만과 베트남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메뉴가 국내 트렌드와도 잘 맞아 지난 3월 초 흑설탕 버블티를 출시했다"며 "지난 3개월간 커피를 제외한 더 벤티 음료 메뉴 중 가장 많이 판매된 음료 순위 1위를 차지했다. 20초에 1잔씩 팔린 셈이다"고 설명했다.

◆흑당 열풍 확산 비결은 SNS. 발단은 '이것'


흑당 제품이 인기를 얻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대학생 B씨(24)는 "과거 학교 앞에서 먹던 추억의 달고나 맛이 떠오른다. 고소하면서도 달달한 맛에 끌려서 앞으로도 즐겨 마실 것 같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A씨처럼 흑당의 맛 자체를 좋아하는 이들도 있지만 "SNS상에서 유행하니 한번 먹어봤다"는 의견이 더 많다. 유명 흑당버블티 전문점을 방문한 C씨는 "흑당이 트렌드라고 하길래 이왕 마시는 거 유명한 곳에서 마셔보자는 마음에서 방문했다"며 "하지만 오래 기다릴 만큼의 맛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흑당 열풍은 SNS를 통해 제품 인증샷이 공유되며 확산된 것"이라며 "하지만 그 이전에 해외여행객의 증가가 중요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해외여행객이 증가하면서 외국의 색다른 메뉴를 경험한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이에 맛을 알고 있던 사람들이 예전의 경험을 떠올리며 지속적으로 구매하고 직접 해외에 방문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현지의 맛을 구현한 흑당 관련 제품을 체험해보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외식업계 관계자 역시 "해마다 대만을 찾는 한국인 여행객이 늘어나고 미디어에도 대만의 식음료들이 꾸준히 소개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대만 음식을 접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큰 흥미를 가지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흑당 열풍, 프랜차이즈업계 '미투'로 번질까

외식업계 전반에 흑당 열풍이 불자 일각에서는 프랜차이즈업계 내 '미투현상'처럼 번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미투현상이란 대만 카스테라나 명랑 핫도그처럼 대박난 브랜드를 카피해 유사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제품에 대한 꾸준한 연구가 기반이 된다면 오랜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일본 오키나와 지역의 흑당은 지역 특산물로 오랜 기간 사랑받고 있다"며 "국내 식품시장이 유행에 민감하며 트렌드 변화가 빠른 것은 사실이지만 흑당을 활용한 메뉴들이 다양하게 개발된다면 흑당이 더욱 오랜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흑당이 본격적으로 유행하게 된 것은 올해부터지만 대만이나 일본 등에서는 이미 특유의 풍미와 건강한 단맛으로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아온 대중적인 식재료라는 것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도 "유행을 따르는 데 급급해 단순히 흑당의 단맛만 느껴지는 제품은 구매 고객의 충성도로 이어지긴 어렵기 때문에 일시적일 수 있다"며 "하지만 믿을 수 있는 원산지, 원재료 등 높은 품질로 충성 고객을 확보할 경우 제품의 수명이 오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