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고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의 빈소가 마련됐다. /사진=장동규 기자
1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고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의 빈소가 마련됐다. /사진=장동규 기자

고 정두언 전 의원이 사망 전 삶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던 모습이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정 전 의원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공직자 출신인 정 전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 시절 정무부시장을 맡아 정계에 입문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당선된 뒤 3선을 했으며 2007년 이명박 정부 개국공신으로 '왕의 남자'라는 칭호를 얻었다.

호시절은 오래 가지 않았다. 18대 총선에서 '정권 쇄신'을 명분으로 내걸며 이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불출마를 요구하면서 권력과 멀어졌다. 2012년엔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가 만기 출소했으나 1년 뒤 파기환송심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2016년엔 20대 총선에서 낙선했으며 이혼 등 개인적인 불행을 겪었다.


정 전 의원은 20대 총선 낙선 후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기도 했다. 지난해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인간이 본디 욕심덩어리인데 그 모든 바람이 다 수포로 돌아갈 때, 그래서 '내가 이 세상에서 할 일이 없겠구나' 생각이 들 때 삶의 의미도 사라진다"며 우울증을 앓았던 경험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20대 총선 낙선 후) 병원을 찾았다. 그냥 있으면 또다시 스스로 해칠 것 같아서. 생각해보면 진짜 나도 살면서 가지가지한다 싶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 전 의원은 재혼과 함께 제2의 인생을 꿈꿨다. 지난해 서울 마포구에 일식집을 차리며 자영업자로 변신한 것. 정 전 의원은 당시 "재혼한 아내가 일식조리사 자격증이 있다"며 "경영 전반은 아내가 하고 나는 셔터맨을 맡는다. 예순이 다 됐으니 먹고 살기 위해 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에는 시사프로그램 등 다양한 방송에 보수 패널로 출연해왔다. 또 4집 앨범을 낸 가수이기도 한 정 전의원은 당시 “예능이나 영화 쪽에서 섭외가 온다”며 “영화제작사에서 섭외 요청이 와 출연 의사를 전달한 상태다. 비중 높은 악역이라도 맡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아울러 “기회가 될 때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드라마를 꼭 써보고 싶어 시나리오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박근혜 드라마가 영화화된다면 나는 최태민 역할을 맡고 싶다”고 드라마 시나리오 구상도 밝힌 바 있다.


이같이 활발한 행보를 보여온 정 의원의 갑작스런 죽음에 대중은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정 전 의원은 16일 오후 서울 홍은동 북한산 자락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3시42분쯤 유서를 써놓고 나갔다는 정 전 의원 부인의 신고를 받고 수색에 나서 인근 공원에서 정 전 의원을 발견했다.

☞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