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사진=각 사
(왼쪽부터)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사진=각 사

올 상반기 국내 증시는 계속된 악재에 흔들렸다. 미·중 무역분쟁은 장기전에 돌입했고 우리나라와 일본의 무역갈등도 불거졌다. 이러한 악재에 올해 4월 2250선에 육박했던 코스피는 8월 초 1910선까지 급락했다. 코스닥지수도 같은 기간 20~30% 정도 내려앉았다.

증시가 흔들리자 금융투자업계는 증권사 실적도 크게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올 상반기 호실적을 냈다. 증권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배당금이나 분배금 등 일회성 운용수익 등을 고려했을 때 대체로 양호한 실적을 시현했다. 특히 리테일(개인고객)보다는 투자은행(IB)과 자기자본투자(PI) 부문을 중점으로 강화했던 증권사의 실적이 좋았다.


영업이익 상위권을 차지한 증권사 3곳을 중심으로 올 상반기 실적을 이끈 요인과 하반기 전망에 대해 알아봤다.

◆한국투자증권, 수익성 ‘으뜸’

수익성이 가장 좋았던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37.1% 늘어난 518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40.8% 증가한 5조8804억원, 당기순이익은 42% 늘어난 4080억원을 달성했다.


이번 호실적의 주요 요인은 IB와 자산운용 부문이다. IB부문 수수료 수익(순영업수익 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55.2%나 증가한 1403억원, 자산운용 부분 수익은 46.6% 늘어난 4869억원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하반기에도 꾸준한 부동산 딜 소싱(발굴)과 발행어음 잔고 확대 등으로 실적 전망이 밝다. 올해 6월 말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고는 전분기 대비 6000억원 증가한 5조7000억원으로 파악됐다.


김지영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2분기 영업이익 규모가 1분기보다 줄어들며 수익성이 악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약 839억원에 달하는 일회성 배당금 및 펀드분배금에 따른 기저효과 때문”이라며 “기저효과를 제외하면 전분기와 운용수익이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카카오뱅크의 영업이익도 흑자를 지속하면서 실적호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뉴스1 이재명 기자
/사진=뉴스1 이재명 기자



◆미래에셋대우, 자본활용 기대감↑

미래에셋대우는 올 상반기 4039억원의 영업이익으로 한국투자증권의 뒤를 이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5% 감소했지만 당기순이익은 8.3% 늘어난 3876억원으로 반기 기준 사상 최대실적을 달성했다. IB와 트레이딩 부문의 기여도가 주효했으며 해외법인 실적 상승세도 실적에 도움을 줬다.

미래에셋대우는 이번 2분기 대형 IB 거래를 통해 관련 수수료가 1086억원을 기록하며 1000억원대를 다시 돌파했다. 또한 금리 하락으로 인해 채권평가이익·파생결합증권 운용손익 등을 포함한 트레이딩 손익이 1663억원으로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적극적인 PI투자전략도 금리하락, 미국증시 상승과 맞물리면서 긍정적인 실적을 시현했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해외법인 실적 개선과 미래에셋생명 염가매수차익 200억원을 포함해 연결기준과 별도기준 이익차이가 677억원 수준까지 확대되며 연결기준 이익이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대우는 하반기에 더 적극적인 자본활용으로 차별화된 전략을 꾸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주요 대형 증권사들의 레버리지비율이 900%를 상회하기 시작해 자본활용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미래에셋대우는 74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하반기 증권사들의 이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상반기처럼 적극적인 자본활용이 가능하다면 미래에셋대우의 투자매력이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리츠종금, 하반기 안정성 초점

올 상반기 메리츠종금증권은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한 332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간 35.2% 성장한 2872억원을 기록했으며 연결기준 연 환산 자기자본이익률(ROE)의 경우 16.2%로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메리츠종금증권은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시장 침체에 맞서 해외부동산, 에너지,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의 대체투자로 수익원을 다변화한 점이 실적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또한 양질의 딜 소싱,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 등으로 사업부 전반적으로 성과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하반기 메리츠종금증권에 대해 경비율 안정화와 자본비율 상승에 따른 긍정적 전망이 나온다.

경비율은 이자에 대해 지급하는 인센티브와 수수료에 대해 지급하는 인센티브가 달라 차이가 발생한다. 수수료는 1개 분기에 발생해 당 분기에 비용이 지급되지만 이자는 잔존 만기에 발생해 비용도 여러 분기에 걸쳐 지급된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이번 2분기 메리츠캐피탈로부터의 배당금 수익 1300억원(세전)이 기타손익에 반영됐는데 수익 증가로 인해 판매관리비는 증가했지만 경비율은 낮아졌다. 향후 경비율은 이자손익 비중 상승에 따라 하향 안정화될 전망이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상환 중이고 자본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후순위채 발행여력도 높아졌다”며 “후순위채 발행 여력이 증가하고 있고 추가 발행 없이도 저수익 채무보증을 줄이는 방안도 남아있기 때문에 자본비율 상승에 따른 신규 투자도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더불어 꾸준한 수익성을 실현하고 있고 배당수익률이 비교적 높다는 점도 메리츠종금증권의 전망을 밝게 한다.

김지영 애널리스트는 “IB 및 금융수지를 바탕으로 한 꾸준한 이익시현으로 향후 성장성이 기대된다”며 “견조한 이익을 기반에 둔 경쟁사대비 높은 배당수익률도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7호(2019년 8월27일~9월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