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퇴직자가 집으로 ‘건강보험증’이 배달되는 순간 이제 더이상 일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체감한다고 말한다. 직장을 그만두면서 직장가입자가 아닌 지역가입자로서 새로운 건강보험증이 발급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은 퇴직 후 의외의 복병이 될 수 있다. 직장에 다닐 때는 건강보험 직장가입자로 소득에 비례해 건강보험료를 납부하지만 직장을 그만두고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면 소득뿐만 아니라 재산에 비례해서 건강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특히 건강보험료는 국민연금과 달리 연령제한 없이 평생 납부해야 하므로 퇴직 후 노후생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60세 이상 지역가입자는 2018년 기준 331만명이다. 베이비부머의 은퇴에 따라 지역가입자수는 더 급증할 전망이다.

[고수칼럼] 퇴직 이후 건보료, 3년간 아끼는 법

◆까다로워진 건강보험 피부양자 인정요건

과거에는 자녀가 직장에 다니면 해당 자녀의 건강보험에 피부양자로 등재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건강보험 피부양자 인정요건이 까다로워졌다. 피부양자는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으면서 부양자의 건강보험에 의해 병원비 등 보험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어 퇴직 후 소득이 없는 상황에서 건강보험료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다.

피부양자로 인정받으려면 부양요건 외에도 소득요건, 재산요건을 모두 만족해야 한다. 피부양자의 소득요건은 이자, 배당, 사업, 근로, 연금, 기타소득의 합계액이 연간 3400만원 이하여야 한다. 종전에는 연간 4000만원 이하였으나 지난해 7월1일부터 3400만원으로 낮아졌다. 또한 피부양자로 인정받으려면 사업소득이 없어야 한다. 사업자등록이 있다면 사업소득이 없어야 하며 사업자등록이 없다면 연간 사업소득이 500만원 이하여야 한다.


또 피부양자는 소득 요건과 함께 재산 요건도 충족해야 한다. 직장에 다니는 배우자나 자녀의 피부양자가 되려면 주택, 건물, 토지 등 재산세 과세표준 합계액이 5억4000만원 이하여야 한다. 과세표준 합계액이 5억4000만원 초과 9억원 이하라면 이자, 배당, 사업 근로, 연금, 기타소득의 합계액이 연간 1000만원 이하여야 한다. 재산세 과세표준 합계액이 9억원을 초과하면 소득과 상관없이 지역가입자로 전환된다.

◆퇴사 후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전환

건강보험공단이 2016년 2월 한달 동안 퇴직 후 지역가입자로 전환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 중 61%가 직장을 다닐 때보다 건강보험료가 늘었다고 답했다.


지역가입자 전환 후 보험료 부담이 높아지는 첫번째 이유는 직장가입자는 소득만 가지고 건강보험료를 산정하지만 지역가입자는 소득 이외에도 재산과 생활수준을 반영해 건강보험료를 산정하기 때문이다.

두번째로는 직장가입자는 건강보험료의 절반을 회사에서 부담하지만 지역가입자는 전액을 자기가 부담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매월 10만원씩 건강보험료가 산정돼도 직장가입자는 본인부담이 50%이므로 5만원만 납부하면 된다. 반면 지역가입자는 전액이 본인부담이므로 10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퇴직 후 건강보험료, 얼마나 내야 하나

지역가입자가 납부하는 건강보험료는 부과요소별(소득, 재산, 자동차) 점수를 합산 후 부과점수당 189.7원(2019년 기준)을 곱한 값이다. 월 최저 1만3550원부터 최고 318만2760원 범위에서 세대별로 부과된다.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가 부과되는 소득 범위는 이자, 배당, 사업, 근로, 연금, 기타소득이다.

이 중 근로소득과 연금소득은 보험료를 산정할 때 30%만 반영한다. 즉 근로소득이나 연금소득 비중이 높으면 건강보험료 절감효과가 있다. 재산의 범위는 주택, 건물, 토지 등 재산세 과세대상의 과세 표준액이다. 금융자산의 경우 재산의 범위에는 해당하지 않으므로 건강보험료 절감효과가 있으나 금융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자, 배당소득 등 금융소득이 연간 2000만원을 초과하면 소득 범위에 포함된다.

마지막으로 지역보험료가 부과되는 자동차의 범위는 사용연수 9년 미만의 승용차 중 차량가액(최초차량가액에 경과연수별 잔존가치율 적용)이 4000만원 이상이거나 배기량 1600cc 초과 승용차다. 범위에 해당하는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다면 건강보험료가 부과된다. 한 예로 퇴직 후 살고 있는 아파트의 공시지가가 5억원이고 지난해 구입한 차량이 2000㏄에 차량가액이 3000만원이라면, 소득이 없어도 매월 건강보험료로 18만2570원을 납부해야 한다.

◆임의계속가입 활용해야

퇴직 후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면서 건강보험료가 올랐다면 ‘직장가입자 임의계속가입’을 활용할 수 있다. 최대 36개월 동안 전에 내던 직장보험료 수준으로 보험료 납부할 수 있다. 퇴직 전 18개월 동안 여러 사업장에서 근무한 기간을 통산해 1년 이상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의 자격을 유지 했다면 임의계속가입 신청 가능하다. 다만 퇴직 후 처음받은 지역보험료 고지서 납부기한부터 2개월 안에 건강보험공단에 직접 신청해야 하므로 신청기한을 놓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임의계속 가입제도를 이용해 직장보험료를 내는 임의계속가입자는 2018년 말 기준 16만8565명에 이른다.

앞으로 퇴직자의 건강보험료 부담은 더 무거워질 전망이다. 최근에는 주택 공시가격을 상향하고 건강보험료율을 인상하는 추세다. 2020년부터는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과 금융소득에 대한 건강보험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국민건강공단 홈페이지에 방문해 지역가입자 건강보험료를 모의 계산해보고 지출 부담이 높다면 합리적 수준으로 낮추는 전략이 필요하다. 소득 가운데 연금소득 비중을 높이고 재산 가운데 금융재산 비중을 늘리고 차량은 처분하거나 소형차로 바꾸면 건강보험료 부담을 낮출 수 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7호(2019년 8월27일~9월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