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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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홍모씨(29)는 요즘 담배를 끊고 하루에 2000원씩 적금을 넣고 있다. 인터넷은행을 이용하는 홍씨는 매일 아침 2000원이 송금됐다는 알림을 받으며 뿌듯함을 느낀다. 홍씨는 “푼돈이지만 담배값 대신 돈이 모인다는 생각에 금연 의지가 커진다. 한번씩 적금을 확인하면 뿌듯한 기분도 든다”고 설명했다.

최근 잔돈을 차곡차곡 모아 저축이나 투자를 하는 ‘잔돈금융’이 인기를 끌고 있다. 금융업계애서는 재테크에 익숙지 않은 2030세대를 대상으로 잔돈을 활용한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다. 하루에 1000원씩 넣을 수 있는 적금 상품부터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자동으로 잔돈이 저금되는 상품이 대표적이다.


◆잔돈 자동 저금하고 5000원으로 투자

이미 해외에서는 에이콘스·콰피탈·코인스 등 핀테크 업체들을 중심으로 잔돈 투자가 인기다. 미국 핀테크 업체 에이콘스는 자사 앱과 연동된 신용카드 이용자가 25.45달러짜리 물품을 구입하면 26달러의 차액인 55센트를 잔돈으로 자동 저축해준다. 일정 금액(최소 5달러)을 넘어서면 이 돈은 이용자의 펀딩 계좌에서 투자 계좌로 이체돼 투자자금으로 운용된다.

국내 역시도 핀테크 기업에서 잔돈 금융에 적극적이다. 핀테크 업체인 티클은 1000원 이하로 발생하는 잔돈을 모아 종합자산관리계좌(CMA)로 송금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CMA는 하루만 넣어도 금리가 붙는다는 게 장점이다


비바리퍼블리카(토스)는 토스카드로 결제 시 1000원 미만은 자동으로 저금해주는 ‘잔돈 저축’ 기능을 제공한다. 이를 테면 사용자가 편의점에서 4100원을 결제하면 900원을 지정 계좌에 자동 저금해준다. 잔돈 투자도 가능하다. P2P금융사 렌딧의 채권당 최소 투자 금액은 5000원으로 소액으로 분산투자를 할 수 있다.

◆ 500원씩 모아 해외주식 산다

기존 금융회사들도 잔돈 마케팅을 활용하고 있다. 신한카드와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소액투자서비스를 선보였다. 신한카드로 결제하고 남은 잔돈을 신한금융투자를 통해 자동으로 펀드 투자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이를 테면 스타벅스에서 4100원짜리 커피를 사고 5000원을 결제하면 남은 900원은 아마존 같은 해외주식에 소수점 단위로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웰컴저축은행은 ‘잔돈모아올림’ 적금을 판매하고 있다. 일반 입출금 계좌에서 1만원 이하 잔돈을 적금 계좌로 이체하는 방식이다. 목표 금액을 최대 500만원까지 설정하고 고객이 직접 적립하면 된다. 만기 때 원 단위를 만원 단위로 올려주는 덕에 호응이 좋다. 예컨대 만기 금액이 499만1원이라면 500만원을 주는 것이다.

카카오뱅크의 ‘26주 적금’ 상품은 매주 정해진 요일에 금액을 일정 수준 늘려 저축한다. 1000원이나 2000원 등 중 고객이 선택한 금액에서 매주 증액한다. 예를 들어 고객이 1000원을 선택했다면 2주 차에 2000원, 3주 차에 3000원 이런 식으로 매주 금액이 늘어나고 마지막 주차에 2만6000원을 저축하는 방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에 관심이 없는 2030세대 위주로 이용률이 높다”며 “많은 돈을 모아야 한다는 부담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