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일상화되고 스마트워치가 등장하면서 손목시계의 기능적 가치는 예전만 못하다. 스마트워치는 스마트폰 기능의 연동에 더해 헬스케어 등의 서비스까지 탑재되면서 시계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표현하거나 패션 아이템으로써의 가치는 여전히 높다. 1980년대 ‘쿼츠 파동’ 이후 글로벌 브랜드들은 그룹화로 재편됐고 시계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기업 간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에는 제이에스티나의 전신인 로만손이 동남아를 중심으로 글로벌시장에서 입지를 탄탄히 구축해 토종 브랜드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편집자주>


사진=머니S DB.
사진=머니S DB.

[시계의 진화-하] 글로벌 시장, 어떻게 재편됐나

시계시장은 스위스가 본고장이다. 현재도 글로벌 유명 브랜드 대부분이 스위스산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러다 1980년대 일본의 세이코가 기계식이 아닌 건전지로 작동하는 ‘쿼츠 시계’를 내놓으면서 일명 ‘쿼츠 파동’이 일었고 이후 수많은 스위스 독립 브랜드가 도산하면서 그룹화로 재편됐다.

현재 글로벌 시계시장을 스와치그룹과 리치몬트그룹이 양분하고 있으며 파텍 필립, 롤렉스 등은 독립 브랜드로 가치와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는 제이에스티나의 전신인 로만손이 국내외 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 다지며 토종 브랜드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최대 기업’ 스와치… 전 라인업 구축


스와치그룹은 세계 최대 시계그룹이다. 스와치의 공식적인 매출 기록은 확인이 어렵지만 시장에서는 연간 150억유로(약 20조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스와치 내 브랜드는 크게 4개 세그먼트로 브랜드를 구분되는데 ▲기본 라인엔 어린이 시계인 플릭플락과 캐주얼의 대명사인 스와치 ▲미디움엔 해밀턴, 미도, CK, 티쏘 ▲하이 라인은 라도, 론진 ▲최상위 브랜드로는 오메가, 글라슈테 오리지날, 블랑팡, 브레게 등이 자리하고 있다.


쉽게 말해 10만원 내외부터 수천만원이 넘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것으로 자동차로 치면 경차부터 최고급 세단까지 빈틈없이 라인업을 짜놓은 셈이다. 브레게의 경우 5대 명품 시계브랜드에 꼽힐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플릭플락은 어린이 시계답게 화학물질을 첨가하지 않았고 세탁기로 세척이 가능토록 해 디자인과 기술력을 모두 잡았다. 스와치 브랜드는 유니크한 디자인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으며 엑스미(X me) 라인의 경우 다이얼(시계), 밴드 등을 직접 고르는 커스터마이징으로 나만의 개성을 표현하려는 젊은층을 사로잡고 있다. 엑스미는 아직 국내에 들어오지 않았으며 간간히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는 정도다.


스와치그룹의 핵심 경쟁력은 바로 무브먼트 기술력이다. 무브먼트는 시계의 심장과 같은 것으로 기계식과 쿼츠로 나뉜다. 기계식은 움직임에 자동으로 태엽이 돌아가는 것으로 관리만 잘하면 반영구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흔히 시계기술의 정점으로 거론되는데 이 기술력을 보유한 에타, 프레드릭 피게, 니바록스 등이 스와치 산하다.

기계식은 일명 ‘오토매틱’으로 불리며 대부분이 고가 명품시계로 기술력에 따라 수백만원부터 수천만원, 경우에 따라 억대를 호가하는 등 가격도 천차만별 차이가 난다.

◆리치몬트, 시계만 연 4조원 팔아

리치몬트그룹도 시계시장의 대표적인 강자로 스와치와는 다르게 명품 브랜드만 인수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대표 브랜드로는 랑에 운트 죄네, 바쉐론 콘스탄틴, IWC, 보메 메르시에, 예거 루쿨트르 등이 있으며 주얼리와 시계를 모두 취급하는 피아제, 반 클리프 아펠, 까르띠에 등도 리치몬트 계열이다. 이 중 랑에 운트 죄네는 스위스가 아닌 독일 브랜드로 비(非)스위스 브랜드의 명맥을 지키고 있다.

그룹의 지난해 연결 매출액(수익)은 139만8900억유로(약 18조원), 영업이익은 19만4300억유로(약 2조5000억원)를 각각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국내로 치면 10대기업에 포함될 정도의 규모다.

이 중 시계부문 매출은 29만8000억유로(3조8000억원)로 매출의 21%를 차지했고 까르띠에와 반 클리프 아펠로 대표되는 주얼리부문은 70억8300만유로(9조원)로 매출의 51%를 기여했다. 까르띠에의 경우 주얼리로 유명하지만 탱크, 발롱블루, 산토스 등 다양한 시계 라인업이 구축돼 있고 자체 무브먼트 기술력을 보유해 시계시장에서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이 밖에 루이비통의 LVMH그룹은 위블로, 제니스, 태그호이어 등의 시계 브랜드를 기반으로 시계시장의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위블로의 경우 2003년 LVMH에 인수된 후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으며 UEFA챔피언스리그를 비롯해 각종 국제대회 후원사로 나서는 것으로 유명하다.

독립 브랜드로는 파텍 필립, 롤렉스, 브라이틀링 등이 있다. 파텍 필립은 명품시계 중에서도 최고 브랜드로 손꼽히며 국내에는 2011년 갤러리아 명품관에 처음 입점했다. 롤렉스는 스와치, 리치몬트 다음으로 매출액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항공시계의 대명사인 브라이틀링은 럭셔리 자동차브랜드인 벤틀리와 협업에 나서는 등 대내외적으로 활발한 마케팅일 펼치고 있다.

일본 세이코 넘어선 토종시계 '로만손'

◆토종 자존심 로만손, 해외경쟁력 ‘튼튼’


국내에도 글로벌시장에서 두각을 보이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제이에스티나의 전신인 로만손이다. 로만손은 1988년 설립됐으며 브랜드명은 스위스 도시인 ‘로만시온’에서 가져왔다.

제이에스티나는 지난해 1274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이 중 시계부문은 63억원으로 5% 정도를 차지한다. 주얼리 실적이 돋보이지만 로만손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제이에스티나가 없었다고 봐도 무방해 의미가 남다르다.

로만손은 산하에 시계개발연구소를 두고 있다. 장기적인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독자기술 개발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로만손은 각도에 따라 입체적인 빛이 드러나는 커팅 글래스 시계, 도금이 벗겨지는 것을 봉쇄하는 이온도금 기술, 24K 순금 코인워치 등을 개발해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로만손은 현재 70여개국에 수출, 연간 250만달러 이상의 실적을 올리고 있으며 러시아, 중동, 동남아지역 국가에서 합리적 가격대의 명품워치로 자리잡았다. 지난해의 경우 시계 매출액 중 수출 32억원, 내수 31억원으로 대내외 비중을 비슷하게 가져갔다.

올해는 일본 불매운동의 반사이익도 누렸다. 비슷한 가격대인 일본의 세이코, 로즈몽, 카시오 등의 대체 브랜드로 로만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났다. 제이에스티나에 따르면 로만손은 지난 7월 JDC면세점에서 1억1600만원의 실적을 올려 세이코보다 1000만원 더 많았고 성장률 측면에서는 로즈몽을 9% 앞섰다.

제이에스티나 관계자는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디자인부문에서도 리뉴얼 과정을 거쳐 쿨하고 감각적인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며 “영 타깃 커뮤니케이션에 본격적인 박차를 가해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1호(2019년 12월3~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