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상대 AI '한돌', 바둑대회에 참가할 수 있을까
법률N미디어 김효정 에디터
2,607
공유하기
![]() |
이세돌. /사진=임한별 기자 |
이세돌 9단의 은퇴대국이 드디어 개막했습니다. 이세돌 9단은 ‘알파고를 이긴 유일한 인간’이라는 수식어답게 은퇴대국 상대로 인공지능(AI) 바둑기사 ‘한돌’을 택했는데요.
지난 18일 열린 제1국에서 이 9단이 92수만에 불계승을 거뒀습니다. 하지만 19일 열린 2국에서는 한돌이 승리하며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이 9단과 한돌의 마지막 대국은 21일 이 9단의 고향인 전남 신안에서 열립니다.
인간과 AI의 바둑 대결은 이제 특별한 일도 아닙니다. 한돌은 이미 지난 1월 신민준, 이동훈, 김지석, 박정환, 신진서 등 국내 1~5위 프로기사들과도 잇따라 대결을 펼쳤는데요.
한돌을 개발한 NHN 측은 이세돌 9단과의 대결을 앞두고 “승패보다 AI와 인간이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한돌은 이미 NHN ‘한게임 바둑’에서 온라인으로 이용자들을 상대하고 있습니다. 일반인들과 상시 대국을 벌이는 바둑 AI는 한돌이 국내 최초이면서 유일한데요. 이쯤 되다보니 한돌을 명백한 '바둑기사'로 대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들립니다.
그렇다면 한돌 같은 AI 바둑기사가 공식 바둑대회에 출전할 수 있을까요? 안된다면 무슨 근거로 AI 기사가 출전할 수 없는 걸까요?
◆대한바둑협회 규정상 선수 등록은 '사람'만 가능
한돌은 2017년 NHN이 출시한 국산 AI 대국 프로그램입니다. NHN은 1999년부터 ‘한게임 바둑’ 서비스를 통해 바둑 데이터를 축적했는데요. 20년간 쌓인 데이터와 최신 기술이 접목된 한돌의 바둑 실력은 이미 예전 알파고를 뛰어넘었다는 추정입니다. 한돌은 지난 8월 세계인공지능 바둑대회에 첫 출전해 3위를 기록했는데요.
그러나 AI 바둑기사는 아무리 사람처럼 바둑을 둔다고 해도 국내 공식대회에는 출전할 수 없습니다. 바둑선수권대회나 전국체육대회 같은 공식대회에 참가하려면 대한바둑협회 ‘경기인등록규정’ 상 ‘경기인’에 해당해야 하는데요. 여기서 경기인이란 바둑 선수와 바둑 지도자, 바둑 심판을 말합니다.
특히 직접 대회에 출전하려면 이 중에서도 ‘선수’에 해당해야 합니다. 지난 8월 열린 제3회 대한체육회장배 전국바둑선수권대회의 자격사항은 ‘2019년도 대한바둑협회 선수등록을 한 자’였는데요. 오는 21일과 22일 열리는 제1회 대통령배 전국바둑대회 역시 대한바둑협회에 등록한 선수만 참가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돌은 왜 선수가 될 수 없을까요?
위 경기인등록규정에 따르면 선수에는 ‘전문선수’와 ‘동호인선수’가 있는데요. 전문선수는 말 그대로 프로로 활동하려는 사람을 말하며, 동호인선수는 생활체육의 선수활동을 목적으로 등록한 사람을 말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전문선수나 동호인선수로 등록할 수 있는 주체가 분명히 ‘사람’이라고 명시돼 있다는 건데요. 이 규정 때문에 컴퓨터 프로그램의 일종인 AI는 선수 등록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당연히 선수만 참가할 수 있는 각종 바둑대회에도 출전할 수 없습니다.
◆일본 AI '딥젠고' 세계대회 출전해 32강서 탈락
그러나 국내대회와는 달리 세계적으로는 AI 기사가 공식 바둑대회에 출전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지난 2017년 일본에서는 AI 바둑기사가 최초로 출전한 세계 바둑대회가 열렸는데요. 일본기원이 주최한 ‘월드바둑챔피언십’이었습니다.
이 대회에는 당시 일본 IT 기업 드왕고와 도쿄대 연구팀이 공동 개발한 AI ‘딥젠고’와 한국, 중국, 일본 대표 기사 각 1명씩이 참가했습니다. 대회 우승은 한국의 박정환 9단이 거머줬는데요. AI 바둑기사인 딥젠고는 중국의 미위팅 9단에 이어 3위를 기록했습니다.
딥젠고는 같은 해 6월에는 몽백합배 세계바둑오픈전에도 출전했는데요. 와일드카드를 받아 출전한 딥젠고는 한국의 신민준 7단을 꺾고 32강에 진출했지만 중국의 왕하오양 6단에게 패해서 탈락했습니다.
이후 딥젠고의 세계대회 출전은 잠정 중단됐지만 이후 많은 AI 바둑기사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습니다. 머지 않아 국내대회에서도 인간과 AI의 바둑 대결이 치러지고, AI가 우승상금을 받는 날이 올 지도 모를 일입니다.
![]() |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