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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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비만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비만치료제가 대안이 되고 있지만 안전성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붙어 있다. 최근 벨빅이 안전성 문제로 판매금지되면서 올해 제약업계의 비만치료제시장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비만약 또 하나의 대안

전세계 인구 가운데 22억명은 과체중이나 비만과 관련한 건강문제를 안고 있다. 이는 전체 인구의 30%에 달하는 규모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체질량지수(BMI) 23.0 미만을 정상 체중, 23.0∼25.0 과체중, 25.0∼30.0 비만, 30.0 이상을 고도 비만으로 분류한다. BMI 25.0 이상인 비만 인구만 봐도 전세계 7억명으로 추정된다.


질병관리본부가 1998~2018년 20년간 진행한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만 유병률은 성인남성이 25%에서 43%로 18%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성인여성은 26.2%에서 25.5%로 소폭 떨어지는 데 그쳤다. 남성은 2명 중에 1명꼴, 여성도 4명 중에 1명이 비만인 셈이다.

김용진 H+양지병원 비만당뇨수술센터 원장은 “비만도가 올라갈수록 기대수명이 감소한다”며 “전세계 비만율 증가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김 원장는 “만성질환과 마찬가지로 비만도 개인의 생활습관 교정만으로 한계가 있는 만큼 약물치료가 필요하다”며 “장기간 잘 유지할 수 있는 약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비만치료제 안전성 낙제점

제약업계가 비만치료제 안전성에 대한 물음표 지우기에 나섰지만 실제 임상현장에서 물음표는 여전하다. 특정 제품은 시장 퇴출까지 발생했다. 2010년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애보트의 ‘리덕틸’은 부작용 이슈가 있기 전 비만치료시장 1등 약이었다. 리덕틸은 식욕뿐만 아니라 각종 심뇌혈관질환 발생의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구에 따르면 리덕틸 복용군에서 뇌졸중이나 심장발작 등 심혈관계 질환 발생률이 16%로 위약군 대비 6% 높았다.


특히 올해는 비만신약으로 주목받던 벨빅이 판매금지되자 안전성논란에 다시 불을 지폈다. 미국 식품‧의약품국(FDA)으로부터 13년 만에 체중 조절제로 승인받은 신약인 벨빅은 안전성 평가를 위한 임상시험에서 위약 대비 암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결과가 나왔다. 벨빅은 5년간 약 1만2000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위약군에 비해 더 많은 환자가 암 진단을 받았다. 벨빅 치료 환자 중 462명(7.7%), 위약 투여군 423명(7.1%)에게서 원발암이 발생했다. FDA는 약의 위험성이 체중감량이라는 이점을 넘어선다고 경고했다. 업계 관계자는 “안전성 문제로 시장 퇴출과 같은 일의 재발을 방지하려면 의약품의 신뢰를 높일 만한 안전성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술렁이는 1300억원 비만치료시장


비만치료제시장은 약 1300억원대로 추산된다. 의약품 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국내 비만치료제시장 매출액은 1007억원에 달한다. 이중 벨빅이 차지하는 매출 규모는 66억원이다. 벨빅 매출을 흡수할 경우 단번에 100억원이 넘는 대형약물이 될 수 있어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판매되는 비만치료제 중 삭센다, 디에타민, 벨빅, 휴터민 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삭센다의 점유율이 34%로 압도적으로 높다. 이로 인해 삭센다가 자연스럽게 벨빅까지 흡수할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해진다. 삭센다는 당뇨치료제로 쓰였다는 것이 차이점이자 강점이 됐다. 이에 벨빅의 빈자리를 삭센다가 차지할 것이라는 업계의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웅제약의 디에타민과 휴온스의 휴터민도 벨빅의 빈자리를 노린다. 디에타민과 휴터민은 3분기까지 각각 71억원, 4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벨빅의 빈자리를 흡수할 경우 연간 100억원대의 대형 품목으로 성장이 가능해 더욱 공격적인 영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허가받은 알보젠코리아의 큐시미아도 후보군 중 하나다. 알보젠코리아는 큐시미아의 원활한 국내 진입을 위해 종근당과 손을 잡았다. 종근당이 큐시미아의 유통을 담당하고 국내 종합병원과 병·의원 등에서 공동으로 판매를 진행한다. 영업력을 이미 인정받은 종근당이 큐시미아로 벨빅의 공석을 대체할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케 한다. 큐시미아는 펜터민 성분이 포함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4가지 함량이 허가받아 펜터민 양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어 최대 28주까지 처방이 가능하다는 이점을 가졌다. 종근당 관계자는 “효과와 부작용면에서 우수성이 입증된 약물이므로 그런 장점을 바탕으로 영업 마케팅을 진행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