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물간 마트가 사는 법①] 쿠팡 새벽배송 가는데… 대형마트 ‘규제’ 발목
김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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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가 생사의 기로에 섰다. 과거 유통업계 절대강자로 시장을 주름잡던 분위기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 소비의 중심축이 온라인으로 넘어가면서 손가락으로 쇼핑하는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재촉해야 하는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사태는 온라인 중심의 소비 트렌드를 공고히 하는 모양새다. 고사 위기에 처한 대형마트는 살길 모색에 나섰다. 점포를 물류센터로 바꿔 배송에 힘을 주는가 하면 아예 점포를 없애며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과연 대형마트는 살아날 수 있을까. (편집자주)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격히 확산된 지난달 22일 밤. 온라인쇼핑몰 쿠팡에서는 신선식품이 전부 품절됐다. 같은 시각 마켓컬리에서도 대부분 상품이 품절됐고 접속조차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감염 우려로 소비자들이 외출을 꺼리면서 온라인 장보기가 늘어난 영향이다.
#. 이튿날인 지난달 23일 전국 대부분 대형마트는 문을 닫았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대구·경북지역에서도 이마트 7개점과 홈플러스 9개점, 롯데마트 2개점이 전부 휴점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전날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재빨리 생필품을 구매했지만 뒤늦게 대형마트를 찾은 소비자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코로나19에 대형마트업계가 울상이다. 매장을 찾는 고객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매출은 직격탄을 맞았다. 그나마 식료품과 생필품 수요가 늘었지만 각종 규제에 막혀 원활한 공급이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의무휴업일과 영업시간 제한으로 인해 생필품 수급에 차질이 생긴 만큼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경제활동과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지난달 대형마트 등 할인점 매출이 19.6% 감소했다. 다만 매출 감소세는 점차 완화되는 추세다. 대형마트 매출은 1월 셋째주부터 2월 둘째주까지 감소하다가 2월 셋째주 들어 소폭 증가세가 나타났다.
이는 온라인에서 품절 및 배송 지연 사태가 속출하자 소비자들이 직접 오프라인 매장에 나가 물건을 구매하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또한 재택근무와 ‘사회적 거리두기’ 확산으로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소비자가 늘며 식료품 수요가 급증했고 대량 구매로 객단가(고객 1인당 구매 단가)가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마트는 올해 2월까지 누적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증가했다. 이마트의 2월 별도 기준 매출은 1조438억원으로 전년동월보다 0.8% 감소했다. 하지만 1~2월 누적 매출은 2조384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차재헌 DB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이마트가 선전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다중이용시설인 대형마트 방문을 기피해 매출이 급감했을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대형마트에서 주로 판매하는 식료품과 생활필수품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상황이 나아지고는 있지만 업계에선 여전히 피해를 호소하는 상황이다. 식품 매출이 늘었으나 비식품 매출은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늘어난 식품 매출이 줄어든 비식품 매출을 메꾸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대형마트 회원사 단체인 한국체인스토어협회의 관계자는 “대형마트 매출은 연평균 -5%씩 계속 감소세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식품 부문은 기존 마이너스 감소세가 줄며 0에 가까워졌으나 비식품의 매출 감소 폭은 오히려 확대됐다”며 “매장 방문객수가 급감하면서 의류나 가전 등 비식품 판매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식품 매출이 늘었지만 객수 감소로 인한 전체 타격이 엄청나다”며 “심지어 확진자가 다녀가면 임시 폐점까지 하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해 수혜를 봤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에서는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형마트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매달 2번 의무적으로 휴업해야 하고 오전 0시부터 10시까지 영업시간도 제한받는다. 이 같은 법은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살린다는 취지로 2012년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8년 사이 시장 판도가 바뀌었다. 법안이 만들어질 당시에는 대형마트가 전통시장을 위협하는 경쟁자로 꼽혔지만 이제는 온라인쇼핑이 가파르게 성장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가 유통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가장 위협적인 유통 업태로 대형마트를 꼽은 응답자는 17.5%에 그쳤고 온라인쇼핑은 43%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소비 트렌드가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오프라인업체에만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이커머스업체들은 새벽배송 등 자유롭게 배송이 가능한 반면 대형마트는 의무휴업일과 영업제한시간대에 배송이 불가하다. 특히 코로나19로 생필품 수요가 급증한 만큼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배송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또 “대형마트 온라인몰에서는 식료품 주문이 많지만 영업시간에만 물량 처리가 가능해 배송이 지연되고 있다”며 “규제가 풀리면 새벽배송에 나서 안정적으로 생필품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정부에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 온라인 배송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해달라”는 요청문을 보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과 대한상의 역시 긴급제언을 통해 대형마트 규제 완화 요청에 힘을 실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관련 내용을 담은 민원(국가 비상시국의 방역·생필품 등 유통·보급 인프라 개선 방안 건의)을 전국 17개 광역시도에 보내고 협조를 요청했다. 이후 공문은 처분 권한이 있는 전국 226개 지방자치단체에 전달됐다. 의무휴업일 관련 권한은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지자체에 법정 위임돼 있다.
하지만 이 중 27개 지자체(17일 기준) 한국체인스토어협회에 회신 공문을 보내 수용 거절 의사를 밝혔다. 각 지자체는 ▲법안 취지 훼손 ▲중소유통업자의 피해 예상 ▲지역 상인들의 반대 ▲중앙정부 차원에서 검토할 사안인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지자체는 중앙정부에, 중앙정부는 지자체에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며 “업계 안팎에서 규제 완화를 호소하고 있지만 사실상 논의가 무산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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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평소 북적이던 매장 내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
#. 이튿날인 지난달 23일 전국 대부분 대형마트는 문을 닫았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대구·경북지역에서도 이마트 7개점과 홈플러스 9개점, 롯데마트 2개점이 전부 휴점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전날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재빨리 생필품을 구매했지만 뒤늦게 대형마트를 찾은 소비자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코로나19에 대형마트업계가 울상이다. 매장을 찾는 고객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매출은 직격탄을 맞았다. 그나마 식료품과 생필품 수요가 늘었지만 각종 규제에 막혀 원활한 공급이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의무휴업일과 영업시간 제한으로 인해 생필품 수급에 차질이 생긴 만큼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
대형마트, 코로나19에 웃을까 울까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경제활동과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지난달 대형마트 등 할인점 매출이 19.6% 감소했다. 다만 매출 감소세는 점차 완화되는 추세다. 대형마트 매출은 1월 셋째주부터 2월 둘째주까지 감소하다가 2월 셋째주 들어 소폭 증가세가 나타났다.
이는 온라인에서 품절 및 배송 지연 사태가 속출하자 소비자들이 직접 오프라인 매장에 나가 물건을 구매하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또한 재택근무와 ‘사회적 거리두기’ 확산으로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소비자가 늘며 식료품 수요가 급증했고 대량 구매로 객단가(고객 1인당 구매 단가)가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마트는 올해 2월까지 누적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증가했다. 이마트의 2월 별도 기준 매출은 1조438억원으로 전년동월보다 0.8% 감소했다. 하지만 1~2월 누적 매출은 2조384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차재헌 DB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이마트가 선전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다중이용시설인 대형마트 방문을 기피해 매출이 급감했을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대형마트에서 주로 판매하는 식료품과 생활필수품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상황이 나아지고는 있지만 업계에선 여전히 피해를 호소하는 상황이다. 식품 매출이 늘었으나 비식품 매출은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늘어난 식품 매출이 줄어든 비식품 매출을 메꾸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대형마트 회원사 단체인 한국체인스토어협회의 관계자는 “대형마트 매출은 연평균 -5%씩 계속 감소세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식품 부문은 기존 마이너스 감소세가 줄며 0에 가까워졌으나 비식품의 매출 감소 폭은 오히려 확대됐다”며 “매장 방문객수가 급감하면서 의류나 가전 등 비식품 판매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식품 매출이 늘었지만 객수 감소로 인한 전체 타격이 엄청나다”며 “심지어 확진자가 다녀가면 임시 폐점까지 하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해 수혜를 봤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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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의 한 대형마트에 의무휴업 안내문이 걸려있다. /사진=뉴스1 |
업계 “규제 완화해야”… 정부·지자체 ‘눈치’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에서는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형마트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매달 2번 의무적으로 휴업해야 하고 오전 0시부터 10시까지 영업시간도 제한받는다. 이 같은 법은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살린다는 취지로 2012년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8년 사이 시장 판도가 바뀌었다. 법안이 만들어질 당시에는 대형마트가 전통시장을 위협하는 경쟁자로 꼽혔지만 이제는 온라인쇼핑이 가파르게 성장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가 유통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가장 위협적인 유통 업태로 대형마트를 꼽은 응답자는 17.5%에 그쳤고 온라인쇼핑은 43%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소비 트렌드가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오프라인업체에만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이커머스업체들은 새벽배송 등 자유롭게 배송이 가능한 반면 대형마트는 의무휴업일과 영업제한시간대에 배송이 불가하다. 특히 코로나19로 생필품 수요가 급증한 만큼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배송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휴일 매출이 평일보다 1.5~2배 많이 나온다”며 “휴일에 영업을 못한다는 건 엄청난 타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의무휴업 규제 완화로 연간 5조원에 달하는 매출 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또 “대형마트 온라인몰에서는 식료품 주문이 많지만 영업시간에만 물량 처리가 가능해 배송이 지연되고 있다”며 “규제가 풀리면 새벽배송에 나서 안정적으로 생필품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정부에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 온라인 배송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해달라”는 요청문을 보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과 대한상의 역시 긴급제언을 통해 대형마트 규제 완화 요청에 힘을 실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관련 내용을 담은 민원(국가 비상시국의 방역·생필품 등 유통·보급 인프라 개선 방안 건의)을 전국 17개 광역시도에 보내고 협조를 요청했다. 이후 공문은 처분 권한이 있는 전국 226개 지방자치단체에 전달됐다. 의무휴업일 관련 권한은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지자체에 법정 위임돼 있다.
하지만 이 중 27개 지자체(17일 기준) 한국체인스토어협회에 회신 공문을 보내 수용 거절 의사를 밝혔다. 각 지자체는 ▲법안 취지 훼손 ▲중소유통업자의 피해 예상 ▲지역 상인들의 반대 ▲중앙정부 차원에서 검토할 사안인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지자체는 중앙정부에, 중앙정부는 지자체에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며 “업계 안팎에서 규제 완화를 호소하고 있지만 사실상 논의가 무산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7호(2020년 3월24~3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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