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C스톰’ 위기가 커지면서 리딩금융 도약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해 역대 최대실적을 내놓은 국내 금융지주는 당장 2분기 순이익이 줄어들 처지다. 한국판 골드만삭스의 꿈은 멀기만 하다. 국내 증권사들이 초대형 IB(투자은행), 메가뱅크 구호를 외친지 오래지만 금융지주는 골목대장 신세를 벗지 못하고 있다. ‘머니S’는 리딩금융의 조건이 재정립되는 시점, 국내 금융회사의 돌파구를 모색해본다.<편집자주>

[리딩금융의 조건] ① '한국형 유니버설 뱅킹' 선점할 주인공은 누구?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141개국 중에 13위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한국은 빠르고 뛰어난 정보통신기술(ICT) 보급과 공공부채 지속가능성 등 거시경제 안정항목을 기반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금융시스템은 18위로 아쉬운 성적을 거뒀다. 한국 금융시스템은 2015년 87위까지 내려갔다가 2016년 80위, 2017년 74위, 2018년 19위로 꾸준히 성장했으나 지난해에는 한단계 오르는 데 그쳤다.


올해는 국내 금융지주가 리딩금융 모델로 내세운 ‘한국형 유니버설 뱅킹’에 난항이 예상된다. 주요 계열사인 증권사가 적자 늪에 빠지면서 비이자부문 실적이 악화돼 유니버설 뱅킹 도약에 제동이 걸렸다.

시험대 오른 유니버설 뱅킹

유니버설 뱅킹은 여·수신업무는 물론 신탁, 증권, 보험 등 모든 금융업무를 아우르는 금융회사를 일컫는다. 금융지주가 은행과 증권, 보험, 카드, 캐피털 등 계열사의 역량을 총동원해 협업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신한금융지주가 내세운 유니버설뱅킹의 모델은 ‘한국형 골드만삭스’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골드만삭스처럼 전 계열사가 하나로 움직이는 초대형 투자은행(IB)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골드만삭스뱅크가 골드만삭스로 불리는 것처럼 신한금융도 신한으로 불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연초 조 회장은 그룹 캐치프레이즈를 ‘원신한’(One Shinhan)으로 공포하고 신한금융투자를 초대형 투자은행(IB)로 키운다는 전략을 세웠다. 또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보험)와 아시아신탁 등을 자회사로 편입해 GIB와 CIB(기업투자금융)사업부문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한국형 골드만삭스 중심인 신한금융투자가 라임자산운용의 펀드를 불완전 판매한 사실이 드러나 초대형IB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19일 이사회에서 라임펀드 판매로 발생한 고객 손실과 관련해 자발적 보상안을 확정했다. 투자자에게 투자설명이 미흡했던 점을 감안해 국내펀드와 무역금융펀드 개방형은 30%(법인전문투자자 20%), 무역금융펀드 폐쇄형은 70%(법인전문투자자 50%) 보상키로 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금융감독원이 신한금융투자에 ‘영업정지’ 이상의 중징계 처분을 내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융사가 영업정지 이상의 처분을 받으면 신규사업 인허가를 3년간 받을 수 없다.

신한금융과 리딩금융 경쟁을 벌이는 KB금융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라임자산운용 펀드에 대한 KB증권의 TRS 총계약규모(스와프명목금액)는 4540억원으로 신한금융투자(9022억원)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KB증권은 라임자산운용의 라임AI스타펀드를 총 472억원 팔았다.

지난해에는 KB증권이 판매한 호주부동산펀드까지 대규모 손실이 터져 KB금융의 글로벌 경쟁력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KB증권은 해외에서(법인·사무소·펀드) 55억2258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나타났다.

홍콩의 주가지수인 홍콩항셍지수가 지난 1월20일 2만9174.92포인트까지 올랐다가 3월19일 최저가인 2만1139.26으로 급락하면서 KB증권의 홍콩점포는 17억6918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왼쪽부터) 신한금융투자, KB증권 사옥/사진=각 사
(왼쪽부터) 신한금융투자, KB증권 사옥/사진=각 사
올 1분기 KB금융의 순이익은 7295억원로 전년보다 13.7% 줄었고 KB증권은 214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의 증권사는 신용등급마저 강등될 위기다. 최근 무디스는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하향조정 검토’로 변경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증권사의 수익성과 이익이 약화될 것이란 진단이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코로나19로 수출 감소, 내부 부진 등 경기침체가 이어져 금융지주의 부실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2분기부터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해 건전성과 수익성이 나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융지주의 펀더멘탈이 악화되면 신용등급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해 사상 최저 벨류에이션을 기록할 것”이라며 “금융주의 당분간 약세가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C스톰 대비’ 리스크 관리 관건

리딩금융을 향해 달려가는 하나·우리금융지주도 코로나19가 몰아온 ‘C스톰’에 자본확충 비상등이 켜졌다. 리딩금융의 조건인 자본안전성과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실탄 마련이 시급하다.

올 1분기 기준 신한·KB·하나·우리금융 등 4개 금융지주들의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 비율)은 평균 13.4%로 지난해 말(13.6%)보다 0.2%포인트 떨어졌다. 특히 우리금융의 BIS비율은 11.9%에서 11.7%로 하락해 가장 낮은 건전성 지표를 기록했다.

하나금융은 14.0%에서 13.8%, KB금융은 14.5%에서 14.0%로 각각 0.1%포인트와 0.5%포인트씩 BIS비율이 내려갔다. 신한금융만 BIS비율이 13.9%에서 14.1%로 0.2%포인트 올랐다.

금융지주의 자본건전성이 흔들리는 배경에는 급속도로 늘어난 위험가중자산이 원인으로 꼽힌다. 위험가중자산은 대출금이나 유가증권, 예치금 등 금융사가 보유한 자산을 유형별로 나눠 각각의 위험성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함으로써 실질적인 리스크를 추산할 수 있는 항목이다.

올 1분기 4대 금융지주의 위험가중자산은 987조9366억원으로 3개월 만에 37조3826억원(3.9%) 늘었다. 우리금융은 228조460억원에서 237조8440억원으로 9조7980억원(4.3%), 하나금융은 210조673억원에서 216조5379억원으로 6조4706억원(3.1%) 늘었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에 따른 내수와 글로벌경기 위축으로 자산건전성에 대한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리딩금융 선점은 실적방어 여부가 최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6호(2020년 5월26일~6월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