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가부채비율을 두고 논란이지만 정부는 여력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그래픽=김민준 기자
한국의 국가부채비율을 두고 논란이지만 정부는 여력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그래픽=김민준 기자
한국의 재정 건전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의 해석을 두고 한때 이견이 있기도 했던 정부 내에선 “아직 지출 여력이 있는 만큼 위기상황을 극복하려면 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민간연구기관과 보수정당을 중심으로 한 반대쪽에선 “빚만 끌어다 쓰는 건 돌이킬 수 없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5월25일 문재인 대통령은 ‘2020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이 같은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초토화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조치로 ‘전시(戰時) 재정’을 언급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현재 경제상황을 국가적 위기로 보고 정부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할 것을 주문했다.


국가부채비율 논란 ‘왜?’




국가부채비율 논란이 이어지는 이유는 통계를 해석하는 시각 차이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가계에선 어려울 때 허리띠를 졸라매는 게 당연하지만 정부는 오히려 지출을 늘려 내수 경기를 부양하는 게 일반적인 만큼 차이점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IMF(국제통화기금)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의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은 40.7%다. 올해 46.7%에 이어 내년엔 49.2%로 높아질 것이란 게 IMF 전망이다.

이처럼 부채비율이 높아짐에도 정부는 재정 확대 여력이 있다고 본다. 재정지출을 더 늘려 민간의 소비증가를 이끌어내고 GDP 하락을 막는다는 방침이다. 부채비율의 분모인 GDP에 집중함으로써 부채를 줄인다는 것. 체력이 있어야 일하고 일해야 돈 벌고 돈 벌어야 빚을 갚는다는 계산이다. 이 같은 선순환 구조를 통해 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악화되는 것을 막겠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정부의 재정 확대를 우려하는 쪽은 부채증가율을 언급하지만 이런 주장에는 허점이 있다. 부채비율이 낮은 나라일수록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빨라 보여서다. IMF가 지난달 내놓은 재정 보고서(Fiscal Monitor 2020)에 따르면 2017년 대비 2021년 한국의 부채증가율은 34.1%로 주요 35개국 중 홍콩(200%) 에스토니아(129.3%) 호주(55.7%) 뉴질랜드(37.1%) 등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35개국 평균인 16.7%보다 두배 이상 높다.

주목할 것은 부채증가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5개국의 부채비율이 ▲홍콩 0.35% ▲에스토니아 21.1% ▲호주 64% ▲뉴질랜드 42.9% ▲한국 46.7% 등으로 낮다. 그만큼 부채비율이 낮은 국가의 경우 수치가 조금만 움직여도 비율로는 큰 폭의 변동이 있는 것처럼 나타난다.


IMF 조사대상 35개국 평균 부채비율은 122.4%에 달한다. 주요 국가 부채비율은 일본(251.9%) 그리스(200.8%) 이탈리아(155.5%) 미국(131.1%) 프랑스(115.4%) 영국(95.7%) 독일(68.7%) 등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의 명목 GDP는 전년(1조6194억달러)보다 227억달러가량 증가한 1조6421억8000만달러로 OECD 회원국과 주요신흥국 38개국 가운데 10위를 차지했다. 캐나다(8위·1조7363억 달러)와 러시아(9위·1조6999억 달러)에 밀려 한해 전에 비해 두 단계 하락했지만 여전히 세계 ‘톱 10’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의 한국 재정에 대한 평가도 비슷하다. 지난 4월 피치(Fitch)는 한국의 재정 건전성을 119개국 중 14위로 전망했고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수년간 재정수지 흑자에 대해 재정 건전성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경기부양책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무디스(Moody’s)도 5월 한국은 효과적인 거시경제·재정·통화관리 역량을 보유했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제한적이라고 봤다. 그만큼 재정 건전성이 심각하게 약화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정부, 위기 조기극복 위해 과감한 지원 결단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 재난상황을 조기 극복하기 위해 과감한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불을 끌 때 초기에 충분한 물을 부어야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며 더 큰 위기로 번지기 전에 미리 조치를 취하자고 강조했다. 이 부분은 정부의 의견에 반대하는 쪽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OECD는 회원국의 GDP 대비 평균 부채비율이 코로나19 사태 이전 109%에서 올해 137%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경제가 V자 반등하지 못하면 더 많은 재정을 투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단순히 재정 규모만 늘리는 게 아니라고 강조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내년 예산안 편성과 관련해 “각 부처는 사업 간 경계를 넘어 적재적소에 예산을 투입하고 최대효과를 내도록 고민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는 “주요국 대비 양호한 재정 여력을 활용해 경제위기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며 “재정 리스크 요인을 꾸준히 점검하고 강도 높은 지출구조조정을 병행해 중장기적으로 재정 건전성도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GDP 기준 세계 10위 한국의 1~2차 추경 예산은 총 23조9000억원 규모며 3차 추경 규모는 30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3위 일본은 5월27일 1342조원 규모의 코로나 2차 추경 예산을 확정했다. 이는 일본 GDP의 40%에 달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7호(2020년 6월3~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