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해 송공항쪽에서 바라본 천사대교 야경. /사진=홍기철기자
압해 송공항쪽에서 바라본 천사대교 야경. /사진=홍기철기자
'천사의 섬' 전남 신안군이 '다리'(橋)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세계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길고 웅장한 천사대교와 지척의 작은 섬과 섬을 잇는 연도교로 섬 여행을 두루 할 수 있어서다. 여기에 깨끗한 모래가 드넓게 펼쳐진 해수욕장은 덤이다. 

지난 주말에 이어 25일 신안의 뭍섬으로 차를 몰았다. 가고 싶은 섬, 자꾸 찾아도 질리지 않은 섬들의 숨겨진 보물들이 새로운 얼굴로 손짓해서다. 신안 해변을 따라 가는 내내 시원한 솔잎향기를 품은 해풍은 피로에 지친 심신을 풀어주는데 그만이었다.


상쾌한 바닷바람을 가르며 첫번째 여행지인 자은도로 향했다. 자은도는 볼거리 체험거리가 많은 지역이다. 최근 개관한 수석미술관과 수석정원 등이 들어선 해양 복합문화단지인 1004뮤지엄파크와 백길해수욕장, 면전해변이다. 또 신성해변을 따라 올라가면 여인송으로 유명한 분계해수욕장이 마주한다.


자은도 양산해변 모습. 쉼없이 들이치는 파도와 '철석 철석' 들리는 파도소리가 일품이다./사진=홍기철기자
자은도 양산해변 모습. 쉼없이 들이치는 파도와 '철석 철석' 들리는 파도소리가 일품이다./사진=홍기철기자
이중 바깥 세상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1004뮤지엄파크 앞 양산해변을 추천한다. 신안자연휴양림이 지척에 있으면서 자은도의 다른 해수욕장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다. 쉼 없이 밀려드는 잔잔한 파도와 시원한 바닷바람이 무더위에 흘린 땀을 식혀주기에 제격이다.

특히 발이 빠지지 않을 정도의 촘촘한 모래는 캠핑하기에 적합하고 한적하게 피서를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가끔 인근 승마장의 말이 해변을 시원스럽게 내달리는 이색적인 모습도 볼 수 있다. 바다를 향해 늘어선, 대형 풍차를 닮은 풍력 발전기도 눈길을 끈다.

무한의 다리. /사진=홍기철기자
무한의 다리. /사진=홍기철기자
양산해변 위쪽에는 내치해변과 신돌해변, 어촌체험마을로 잘 알려진 둔장해변이 있다. 둔장해변 바로 옆에 무한의 다리가 자리하고 있는데 구리도와 고도, 할미도를 연결하는 인도교다. 총 길이 1004m에 폭이 2m다. 섬과 섬을 다리로 연결하는 연속성과 끝없는 발전을 희망한다는 의미를 담아 '무한의 다리'로 명명했다고 한다. 바닷물이 빠진 갯벌 위를 걷는 기분은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인교도 끝에는 대나무 등이 식재된 작은 숲 둘레길이 조성돼 있다.

할머니바위. /사진=홍기철기자
할머니바위. /사진=홍기철기자
해안절벽 앞에는 할머니를 꼭 빼닮은 바위가 자리하고 있었다. 할머니바위에 얽힌 사연이 있을 법 한데 속내를 듣지 못해 궁금했다. 무한의 다리 구경을 하고 마을을 빠져 나올 쯤 한 무리의 관광객들이 줄지어 둔장해변쪽으로 바쁜 발걸음을 옮겼다. 서울에서 목포로 맛 여행을 온 관광객들이었다.


다음 목적지인 안좌 퍼플교로 향했다. 천사대교를 기점으로 자은도와 안좌도는 세로로 길게 늘어진 지형이다. 사이에 암태도와 팔금도가 자리한다. 자은도 은암대교를 지나 암태와 팔금을 연결하는 중앙대교, 팔금과 안좌를 연결하는 신안 제1교를 넘으면 안좌면이다.

안좌 면소재인 읍동은 20세기 국내를 대표하는 추상화가 김환기 화백의 고택이 있다. 곳곳에 볼거리도 체험거리도 많은 신안은 도로 사정이 그리 좋지 않아 과속운전은 금물이다. 안전운행하며 슬로시티의 참맛을 느껴보길 권한다. 805지방도를 달리다 창마와 마명, 소명마을을 지나면 목적지 두리 마을이 나온다. 지붕과 다리 등 곳곳이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곳이 퍼플교가 있는 마을 입구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


퍼플교. /사진=홍기철기자
퍼플교. /사진=홍기철기자

두리마을 앞이 바로 전남도가 선정한 '가고 싶은 섬'인 반월·박지도다. 두리선착장에서 박지도-반월도에 퍼플교가 놓였다. 두리선착장과 반월도를 잇는 '문 브릿지'가 이달 말 준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에 안좌 두리와 박지 반월도로 연결되는 하나의 다리가 모습을 드러내 관광객들이 불편함을 덜게 된다. 기존에는 두리에서 박지도와 반월도를 갔다 다시 같은 길을 되돌아 나와야 했다.

개인적으로 반월 박지도는 다섯번째 방문이다. 지난번 반월 박지도 둘레길 트레킹 당시 준비 소홀로 새까맣게 얼굴과 팔다리가 탔던 기억에 이번에는 단단히 채비했다. 올 때마다 색다른 즐거움을 주는 섬이 바로 이곳이다. 물 빠진 갯벌이 드러난 퍼플교, 또 만조 때의 퍼플교, 그리고 석양이 질 때의 퍼플교는 매번 다채롭다. 박지도 왼쪽에는 혹부리나무 군락과 라벤다정원이 자리한다. 박지산 정상에는 900여년 된 우물터와 마을 주민들의 안녕을 빌었던 박지당도 볼 수 있다.

새롭게 조성된 문 브릿지와 바람개비. /사진=홍기철 기자
새롭게 조성된 문 브릿지와 바람개비. /사진=홍기철 기자
솔숲을 지나온 청량한 바람과 탁트인 바다 풍경을 감상하며 트레킹할 수 있는 박지 반월도 둘레길은 각각 4.2km 와 5.7km로, 각각 60분과 90분 소요된다. 반월도는 섬 모양이 반달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며 '반드리'라고도 불린다. 지금은 50여가구 100여명의 주민이 산다. 조선시대에는 이곳에서 말 40여필을 관리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반월도 마을 카페 뒤편 등산로를 따라 어께산-대덕산으로 이어지는 등산코스는 수변공원 아래에서 끝이 난다. 잘 조성된 등산로는 입소문이 나 등산객들에 사랑받고 있다. 반월도 둘레길을 걷다 수변공원에서 만난 한 노부부는 "등산로가 잘 조성돼 있다. 참 좋더라"며 등산도 추천했다.

반월도 둘레길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이클 동호회 회원들이 힘차게 페달을 밟고 있다. /사진=홍기철기자
반월도 둘레길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이클 동호회 회원들이 힘차게 페달을 밟고 있다. /사진=홍기철기자
둘레길이 잘 포장돼 자전거를 타고 한 바퀴 돌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날도 헬멧을 갖춰 쓴 사이클 동호회원들이 힘차게 페달을 밟으며 무더위를 이겨냈다. 사진 찍는 보습을 본 한 회원은 "사진도 찍어 주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여유로움이 묻어 있었다.

반월 박지도 여행을 마치고 천사대교 일몰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다시 압해도 송공항으로 향했다. 천사대교 초입에 도착하자 해가 바다 넘어 산 밑에 걸쳐 있었다. 해넘이를 휴대폰에 담기 위해 관광객들이 분주했다. 산 밑으로 해가 숨자 산허리 주변 하늘이 온통 붉게 물들었다. 파란 하늘에 걸린 검은 구름이 몽환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환상적인 해넘이었다.


천사대교 해넘이. /사진=홍기철 기자
천사대교 해넘이. /사진=홍기철 기자
정년퇴직을 하고 신안으로 여행을 온 김영철씨(63·광양) 부부는 천사대교 해넘이 사진을 찍느라 바삐 셔터를 눌러댔다. 김씨는 "천사대교가 매우 아름답다. 또 다리가 놓이다 보니 섬 곳곳을 찾아 다니기도 편하다. 뱃시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편한 여행이 됐다"면서 "깨끗하고 잘 정비된 신안에 또 오고 싶다"고 했다.

천사대교는 해가 지면 멀리서 보는 야경도 일품이다. 핫플레이스로 부상한 팔금 고산 선착장으로 갔다. 이곳 고산선착장은 섬에서 드물게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있다.

핫플레이스로 부상하고 있는 팔금 고산선착장에서 바라본 천사대교 야경. /사진=홍기철 기자
핫플레이스로 부상하고 있는 팔금 고산선착장에서 바라본 천사대교 야경. /사진=홍기철 기자
신안군에서 관광객들 편의를 위해 준비한 '고산 레스토랑'이다. 신안군이 민간에 위탁해 운영하는 이 레스토랑은 각종 해물 파스타, 돈가스와 토마호크의 맛도 일품이다. 가격도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와인 잔을 기울이며 형형색색 변하는 불빛의 천사대교 야경을 만끽하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신안은 천혜의 자연경관이 뛰어나다. 또 섬마다 뮤지엄(Musium) 프로젝트를 추진해 문화와 예술이 공존하는 '가보고 싶은 섬'을 만들어 놓았다"면서 "코로나19로 지친 가족, 친구, 연인들이 함께 신안을 찾아와 휴식과 힐링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