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판단 전 신상박제' 디지털교도소…'자경주의 vs 마녀사냥'
최근 고대 재학생 극단선택…"피해 사례 더 나올 수 있어"
성범죄 형량 '국민 법감정' 못미쳐…자경주의 성향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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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디지털교도소. © 뉴스1 |
(서울=뉴스1) 이상학 기자,김근욱 기자 = 최근 텔레그램 'n번방' 등에서 성착취물을 제작하거나 합성 등을 요청한 이들의 신상정보를 알리던 '디지털교도소'에 성범죄자로 신상이 올라온 고려대학교 재학생이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디지털교도소'의 공익적인 목적이 있다고 바라보는 시각도 있지만, 사법적 판단이 결여된 채로 신상정보를 아무런 절차 없이 공개하는 건 명예훼손의 여지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자칫 무고한 이들에 대한 '마녀사냥'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7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디지털교도소에는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24), 고(故) 최숙현 선수의 폭행 가해자로 지목받은 경주시청 감독, 탈북민 여성을 장기간 성폭행한 혐의가 불거진 경찰 간부 등의 신상정보가 담겨 있다.
이곳에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처럼 신상공개가 결정된 이들의 정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일부 성범죄 관련 형량이 '국민 법 감정' 기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발생해 사법기관에 대한 불신과 함께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는 '자경주의' 성향이 나타나면서 디지털교도소가 등장했다고 분석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피해자의 억울함 없이 사법 정의가 제대로 실현되고, 집행되면 개인이 처벌받을 수 있는 위험한 일을 할 필요가 없다"며 "국가가 못하면 내가 한다는 것인데, 수사당국이 할 일을 못 한다는 얘기다. 자신을 지키기 위한 자경주의"라고 설명했다.
디지털교도소를 지지하는 여론에 대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계속 양형 기준에 대해 비판을 하는데 변화가 없어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중한 범죄에 대한 법 집행이 늦으니까 사적인 복수를 하기 위해 이렇게까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윤성 순천향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국민들이 국가에 대해 불신하기 때문"이라며 "n번방 관련 신상공개를 요구했으나 수용되지 않았고, 손정우 같은 사람이 징역 1년6개월 받게 받지 않았다. 분노한 시민들이 사적으로 신상공개 사이트를 운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디지털교도소에 대한 일부 긍정 여론과는 별개로 무고한 피해자를 양성할 위험도 존재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피해자가 더 나올 수 있다"며 "이 사이트에 이름이 올라간 사람은 도저히 자기 힘으로 헤쳐나갈 수 없는 절망을 느끼게 된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별도의 절차 없이 개인의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범법행위에 해당한다.
이수정 교수는 "개인이 무슨 권한으로 신상을 공개해서 사회적인 비난을 받게 하느냐"며 "합리적으로 설명이 안 된다.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반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오윤성 교수도 "신상공개는 유죄 판결이 확정된 후 범죄 혐의가 아주 분명하고, 굉장히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을 때 여러 조건에 부합하면 신상공개위원회가 열려서 결정되는 것"이라며 "혐의가 있든 소위 '정의감' 차원에서 주관적으로 공개하면 실정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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