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8.4.27/뉴스1 © News1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8.4.27/뉴스1 © News1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 = 북한군에 의해 우리 국민이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사살·화장되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 충격적 반인륜 행위에 공분이 이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대응책과 그 수위를 두고 고심에 빠졌다.

북한군의 이번 만행으로 남북관계 경색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공교롭게도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비핵화, 종전선언 등 언급 시점에 사건이 터지면서 북한의 의도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21일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어업지도 공무원 A씨(47)가 북측의 총격으로 사망한 뒤 시신이 불태워진 사실을 24일 공개했다. 군 당국은 해양수산부 소속 8급 공무원인 A씨가 업무 중 자진월북을 시도한 뒤 북측 총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군 당국 설명을 종합하면, A씨는 실종 이튿날인 22일 오후 3시30분쯤 북한 수산사업소 선박에 의해 발견됐다. 구명조끼를 입은 상태에서 부유물에 탑승한 채 기진맥진해 있던 A씨를 향해 북측은 군사분계선을 넘은 경위를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단속정은 북한군 상부 지시를 받아 A씨에 사격을 가해 살상했다. 이후 방독면과 방호복을 입은 북한군은 사망한 A씨 시신에 접근해 기름을 붓고 불태운 것으로 파악됐다.

군 당국은 Δ실종자가 구명조끼 착용한 점, 본인의 신발을 유기한 점 Δ소형 부유물을 이용한 점 Δ월북의사를 표현한 정황이 식별 등 정황을 근거로 A씨가 자진월북을 시도한 것으로 판단한다. 다만 두 자녀를 둔 A씨의 정확한 월북시도 경위는 추가 조사가 필요해보인다.


우리 군은 이번 사건을 북한군의 만행으로 규정하고 해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국방부는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저지른 만행에 따른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음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를 빌미로 지난 6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소를 폭파하고, 남북 통신연락선을 모두 차단한 상태에서 벌어진 이번 사건으로 남북관계는 당분간 경색 국면이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23일) 새벽 제75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종전선언, '동북아시아 방역·보건협력체' 등을 언급, 유화적 메시지를 내놓은 시점에 북한의 만행이 터지면서 우리 정부의 남북대화 시도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 중에 사망한 박왕자씨 총격사건 전례로 볼때 북한이 공식 사과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경우 우리 정부가 대응할 방안이 마땅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대북 봉쇄조치 해빙 무드도 다시 냉각기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

북한을 향한 우리 국민들의 성토 여론도 심상치 않다. 보수야당을 중심으로 한 전면적 정치공세도 시작됐다. 문 대통령의 유엔연설의 현실성과 적절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민이 피살당한 중대 사건임에도 정부가 이렇게 깜깜히 모를 수 있는지 답답한 노릇"이라면서 "그동안 홍보했던 핫라인 등 소통채널은 허구였나. 정부가 북한에 대한 당당한 태도를 갖고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같은당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대통령 기조연설은 담보할 수 없는 정치적 수사로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대통령의 과욕일 뿐 한반도 평화 비전 제시에는 실패한 것"이라고 성토했고, 당 외교안보특별위원장인 박진 의원은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다시 끄집어낸 지 하루 만에 이런 사건이 터졌다"며 "종전선언은 허황된 구호라는 것이 다시 확인된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꾸준히 대화를 추진해온 정부 입장은 난처해졌다. 북한이 사과나 유감표명 등 전향적 입장을 밝히지 않는 이상 대북사업은 추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내년부터 차기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는 만큼 문재인 정부에서 남북관계 개선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가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코로나19로 국경 차단을 하고 접근금지를 명하고 있는 상황은 알고 있으나 인도적인 차원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조치를 한 것은 사실"이라며 "남북관계에 악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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