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에 참석한 최기영 과기정통부장관(오른쪽) /사진=국회사진취재단
국정감사에 참석한 최기영 과기정통부장관(오른쪽) /사진=국회사진취재단
지난 7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감에서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장관이 28㎓(기가헤르츠) 주파수를 이용한 전 국민 대상 초고속 5G 서비스를 할 계획이 없음을 밝혀 논란이 일었다.

최 장관은 5G 28㎓ 전국망 서비스의 가능 여부에 관한 질문에 “정부는 5G의 28㎓ 주파수를 전국민에게 서비스한다는 생각은 전혀 갖고 있지 않다”며 “기업과 그렇게 추진 중”이라고 답했다. 이 답변이 논란이 된 이유는 그동안 정부와 이통사에서 강조해왔던 ‘20배’ 속도가 바로 이 주파수 기반 5G 서비스를 기준으로 제시된 것이기 때문이다.


진짜 5G? 20배와 28㎓

5G는 크게 6㎓ 이하 주파수(sub-6㎓, 서브식스)와 6㎓ 이상의 초고주파(mmWave, 밀리미터파) 2개 대역으로 구분한다. 5G로 사용되는 국제표준 주파수는 지난해 11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세계전파통신회의(WRC-19)에서 결정됐다.

이에 전세계 5G 초기 시장은 3.5㎓ 대역과 28㎓ 대역에서 형성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과기정통부가 3.5GHz 대역과 28GHz 대역 둘 다 이통사에 경매로 할당했다. 현재 국내 5G 서비스는 우선 3.5㎓ 대역을 기반으로 제공되는 상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주파수 대역 모두 진짜 가짜 가릴 것 없이 5G다. 다만 전파의 속도와 도달 범위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다. 이론상 최대 속도의 경우 다운로드 기준으로 3.5㎓ 대역은 현재 1.33Gbps이고,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주파수 추가 할당 시 1.9Gbps까지 가능하다.


28㎓ 대역의 경우 20Gbps까지 기대할 수 있다. 그간 들어왔던 “LTE(최대 1Gbps)보다 20배 빠른 속도”나 “2GB 영화를 0.8초 만에 다운로드할 수 있는 기술”과 같은 예시는 28㎓ 대역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실제 5G 서비스는 3.5㎓ 대역에서 이뤄지고 있으니 소비자로선 괴리를 느끼게 되기 마련이다.

이렇듯 필요에 따라 정치권과 이통사에서 구분 없이 28㎓ 관련 내용을 끼워 넣는 행태가 소비자의 혼란을 가중시킨다고 지적된다. 더욱이 국내 구축된 5G 서비스 환경은 NSA(비단독) 방식으로 LTE를 혼용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시로 드는 5G SA(단독) 방식과도 거리가 있다.


과기정통부가 지난 8월 발표한 5G 품질 평가 결과에 따르면 현재 국내 5G 서비스의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656.56Mbps로 LTE(158.53Mbps)보다 약 4배 빠른 수준이다. 통신사별로는 ▲SK텔레콤 788Mbps ▲KT 652Mbps ▲LG유플러스 528Mbps로 조사됐다.

이동통신 주파수 대역별 비교 /그래픽=김영찬 기자
이동통신 주파수 대역별 비교 /그래픽=김영찬 기자
물론 5G 서비스 환경을 3.5㎓ 대역 기반으로 선제 구축한 데는 합당한 이유가 있다. 28㎓ 대역의 경우 전파가 장애물을 피해가는 회절성이 약하다. 이 때문에 커버리지가 3.5㎓ 대역의 10~15% 수준에 불과하다.

이동통신 서비스에 있어 커버리지는 소비자 만족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다. 28㎓ 대역의 좁은 커버리지에 따라 크게 늘어나는 기지국 설치 비용까지 고려하면 3.5㎓ 대역으로 초기 환경을 마련한 것은 적합한 선택이었다.

국내 28㎓ 기지국 수 = 0

문제는 그 이후부터다. 5G 상용화 이전부터 정부와 이통3사는 3.5㎓ 대역의 커버리지와 28㎓ 대역의 속도를 조합해 활용하는 방향으로 장밋빛 전망을 제시해왔다. 이에 지난해 이통3사는 과기정통부로부터 주파수를 할당받으면서 28㎓ 대역에도 2021년까지 1만5000대 이상의 망을 구축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회 과방위 이용빈 의원(더불어민주당·광주 광산구갑)이 과기정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에 준공검사를 받은 28GHz 기지국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최근 국감에서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이 발언한 내용이 더욱 논란이 됐던 이유다.

이와 관련해 과기정통부는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로 전국망 서비스를 하겠다는 공언을 정책당국에서 한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설명자료를 통해 “28㎓ 기반 5G 이동통신 서비스의 전국망 설치 여부는 기본적으로 해당 주파수를 매입한 통신사가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자료에서 “28㎓가 전국망으로 사용하기에 아직은 기술적 한계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으며, 우선은 전국의 인구 밀집 지역(핫스팟)이나 B2B 서비스를 중심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통3사의 경우 최근 삼성전자에 28㎓ 상용 기지국 장비를 발주하며 시범 서비스 준비에 나섰다. 3사가 발주한 기지국 대수는 총 100여대 안팎으로 알려졌다. 우선은 알려진 대로 B2B 및 핫스팟에 활용할 계획이다. 28㎓ 기지국 관련해 이통사 측은 “테스트 중”이라는 답변만 내놨다.

이에 대해 한 업계 전문가는 “5G 최초 상용화 준비 때와 마찬가지로 이통3사가 그간 28㎓ 기지국 장비 확보에 애로사항을 겪었을 수 있다”면서 “장비 스펙이 요구 수준에 못 미쳤을 수도 있고, 가격에서 이견이 큰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5G 28㎓ 관련 소비자의 성토가 이어지자 과기정통부도 진화에 나섰다. 엄열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과장은 “고주파 대역의 특성에 맞춰 기술의 발전에 따라 확산을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은 B2B(기업 대 기업) 영역과 핫스팟 위주로 적용되겠지만 그게 곧 B2C(기업 대 소비자) 영역과 대국민 서비스를 장기 계획에서 배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엄 과장은 “LTE도 2010년 30Mbps부터 2013년 50Mbps, 2019년 158Mbps까지 점점 빨라진 바 있다. 5G 기술이 성숙될 수록 서비스 품질도 차차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