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정희수 생보협회장 내정자,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내정자, 정지원 손보협회장/사진=머니S
(왼쪽부터) 정희수 생보협회장 내정자,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내정자, 정지원 손보협회장/사진=머니S
금융회사를 대표하는 금융협회장에 전직 관료들이 나란히 내정됐다. 관피아(관료+마피아)와 정피아(정치인+마피아)가 민간 금융회사를 대변해야 할 회장직을 꿰차면서 '나눠먹기'식 인사가 도를 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이날 은행 19곳과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정사원 최고경영자(CEO)가 참여하는 사원총회를 열고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내정자의 선임안을 공식 의결한다. 


은행연합회 회장직에 관료출신이 내정된 것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관피아 논란'으로 관료 출신이 배제된 후 6년만이다.

관피아·정피아가 휩쓴 금융협회장

1957년생 김광수 내정자는 1983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오랜 기간 기획재정부(옛 재정경제부)에서 '엘리트 관료' 코스를 밟았다. 이후 금융감독위원회,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를 거쳐 금융정보분석원장을 지냈다.


2011년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돼 구속 기속됐으나 2013년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에 행정관으로 파견된 경력이 있다. 

생명보험협회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는 전날 2차 회의를 열고 차기 회장 후보로 정희수 보험연수원장을 만장일치로 단독 추천했다.

정희수 내정자는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대 대학원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정치권으로 진출해 경북 영천지역에서만 3선(17~19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지난 19대 국회의원에서는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또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새누리당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겨 문재인 캠프에 합류한 바 있다. 지난 2018년 12월부터는 보험연수원을 이끌고 있다.

생보협회에 앞서 손해보험협회는 지난 13일 경제관료 출신인 정지원 신임 회장을 최종 선임했다. 정지원 회장은 재무부와 재정경제부에서 일한 뒤 금융위원회에서 기획조정관, 금융서비스국장, 상임위원 등을 거쳤다.


27회 행시 출신…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동문 

이번 금융협회장 인사를 두고 금융권에선 관료출신들의 나눠먹기란 평가가 나온다. 관료와 정치인들이 올해 자리가 바뀌는 금융권 유관기간 수장 자리를 석권하고 있어서다. 

한국거래소는 정지원 회장이 후임으로 차기 이사장에 손병두 전 금융위 부위원장이 거론된다. 유광렬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퇴임 반년 만에 서울보증보험 사장으로 다음주부터 출근한다. 

신임 회장들은 공교롭게도 '서울대 경제학과 동문·행정고시 27회'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광수 내정자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같은 광주제일고를 나와 1977년 서울대 경제학과에 들어갔다. 행시 27회로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동기다.  

정지원 회장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김용범 기재부 1차관, 한승희 전 국세청장 등과 같은 서울대 경제학과 81학번이다. 정 회장 역시 행시 27회 출신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행시 27회 인사 중 전 정부에서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인물들이 이번 정부 들어 빛을 내고 있다"며 "정권 입맛에 맞는 관료 출신을 밀어주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많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규제가 강한 금융업의 특성상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반응도 있다. 민간 출신 협회장은 정치권과 금융당국에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는 경험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이 바람막이를 찾는 이유는 관치금융이 뼛속 깊이 자리한 현실이 원인"이라며 "신임 회장들은 관료나 정치인 출신 꼬리표를 떼고 민간 금융회사를 대표할 수 있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