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쇼핑’하면 쿠팡은 ‘TV’한다
[머니S리포트-“더 센 놈이 온다” 新이커머스 전쟁①] 가격·배송 넘어 ‘플랫폼’ 경쟁 시대
김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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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이커머스 시장에 ‘더 센 놈’이 들어온다. 기존 강자 네이버는 CJ그룹과 손을 잡고 한층 더 강해졌다. SK텔레콤을 뒷배로 둔 11번가는 세계 1위 아마존까지 등에 업고 기세등등하다. 이커머스 격전지에 각종 연합군이 등판하면서 승부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신(新) 이커머스 전쟁의 승기는 과연 누가 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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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까지 이커머스 시장 경쟁력이 ‘가격’과 ‘배송’에서 좌우됐다면 앞으로는 ‘플랫폼’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그래픽=김은옥 기자 |
2010년 소셜커머스로 출발한 쿠팡·위메프·티몬은 이커머스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었다. 쿠팡이 ‘로켓배송’을 내놓으면서 배송 속도 싸움을 시작했고 위메프와 티몬은 초저가 경쟁으로 맞붙었다. 이들은 G마켓·옥션·11번가 등 기존 오픈마켓 강자 자리를 위협할 정도로 몸집이 커졌다. 지난 10년 사이 시장 판도가 확 바뀐 배경이다.
이커머스 시장에 또 한 번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네이버와 CJ, SK텔레콤과 아마존이 각각 손을 잡으면서다. 이들의 결합은 단순히 쇼핑 동맹을 넘어선다. 동영상·웹툰·음악 등 콘텐츠와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기술이 쇼핑에 더해지는 차원이다. 이전까지 이커머스 시장 경쟁력이 ‘가격’과 ‘배송’에서 좌우됐다면 앞으로는 ‘플랫폼’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플랫폼’이 유통 판을 흔든다
지난달 네이버와 CJ그룹은 6000억원 규모의 지분 맞교환을 통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이로써 네이버의 쇼핑 사업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택배 1위 업체인 CJ대한통운을 통해 네이버쇼핑의 약점인 물류 인프라를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간접적인 효과도 상당하다. 양사는 앞으로 3년 동안 3000억원을 투자해 콘텐츠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네이버가 보유한 웹툰·웹소설을 CJ를 통해 영상화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양사의 콘텐츠 분야 시너지는 네이버의 쇼핑 사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콘텐츠 사업 확장에 힘입어 네이버의 위상이 높아지면 이커머스 시장에서 주도권을 갖기에도 유리해진다. 네이버라는 플랫폼 안에 고객을 머물게 할 유인이 되기 때문이다. 고객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충성도와 객단가는 높아진다. 소위 ‘록인’(lock-in·가두기) 효과다.
검색 포털로 출발한 네이버는 쇼핑·콘텐츠·금융·클라우드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각 부문별 유기적인 혜택을 강화하며 플랫폼 생태계를 만들었다. 올해는 유료 회원제인 네이버플러스멤버십을 출시하며 록인 효과를 증폭시켰다. 멤버십 회원은 네이버 쇼핑 시 결제금액의 최대 8.5%를 포인트로 적립받을 수 있다. 웹툰 선감상 등 다른 혜택을 위해 멤버십에 가입한 회원이 네이버가 아닌 다른 쇼핑 채널을 이용할 유인은 떨어진다.
이커머스 시장 노리는 빅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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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이 SK텔레콤과 손 잡고 11번가에 들어온다. /사진= 로이터 |
SK텔레콤이 아마존과 손을 잡은 것도 마찬가지다. SKT는 아마존과 협력해 자회사 11번가에서 아마존 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그동안 이커머스업계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던 11번가는 아마존을 끌어안으면서 상품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
다만 업계는 양사 간 협업이 단순히 11번가에서 아마존 쇼핑을 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T와 아마존이 ▲AI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물인터넷(IoT) 등에서 사업 영역이 겹치는 만큼 정보통신기술(ICT) 전 분야에 걸친 협력 가능성이 제기된다.
예컨대 아마존 유료회원제인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을 SKT의 ‘T멤버십’과 결합한다면 어떨까. SKT 통신사를 이용하면서 아마존 상품 무료배송과 동영상·음악·도서 무제한 이용을 한 번에 누릴 수 있다. 이 경우 SKT의 플랫폼 경쟁력은 물론 11번가의 쇼핑 경쟁력도 높아진다.
업계에선 가능성을 높게 본다. 아마존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지만 업계 경쟁이 치열한 탓에 직진출을 주저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아마존은 전세계 18개국에 진출했으나 현지에 법인을 설립하지 않고 간접진출한 건 한국이 유일하다.
업계 관계자는 “아마존은 2010년대 초중반부터 국내 시장 진출을 모색해왔지만 직진출은 어려울 걸로 보고 있다”며 “이미 쿠팡이 전국에 자체 물류망을 마련하고 있고 워낙 택배 물류도 잘 돼있기 때문에 승산이 없다. 알리바바그룹이 꽉 잡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의 실패가 교훈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우회진출이라도 아마존의 다양한 인프라를 SKT 플랫폼에 결합한다면 이커머스 시장에서 충분히 위협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GS리테일과 GS홈쇼핑이 내년 7월을 목표로 두 회사를 합치려는 이유도 GS만의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차원이다. GS는 리테일이 보유한 편의점·슈퍼·호텔과 홈쇼핑의 TV·모바일 채널을 결합해 온·오프라인 종합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는 방침이다.
쿠팡,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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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최근 택배업에 진출하기 위해 최근 택배사업자 면허 재취득에 나섰다. /사진=뉴스1 |
플랫폼 기업의 공세에 이커머스 시장엔 긴장감이 역력하다. 기존 사업자의 입지가 좁아질 거란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저항도 만만치 않다. 쿠팡은 이에 질세라 플랫폼 기업으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이 OTT다. 쿠팡은 싱가포르 기반의 동남아시아 3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훅’을 인수했고 ‘쿠팡 스트리밍’ ‘쿠팡 플레이’ ‘쿠팡티비’ 등 관련 상표권도 출원했다.
뿐만 아니라 택배업에 진출하기 위해 최근 택배사업자 면허 재취득에 나섰고 중고차 사업을 위해 상표권 ‘쿠릉’을 등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시작한 음식 배달 서비스 ‘쿠팡이츠’는 배달앱 시장 3위까지 올라간 상태다. 기존 이커머스 업체인 위메프 역시 ‘위메프오’로 음식 배달을 키우고 있다.
또 다른 경쟁자의 위협도 도사리고 있다. 주목할 만한 플랫폼 기업은 카카오다. 2018년 커머스 부문을 분사해 만든 카카오커머스의 지난해 거래액은 3조원. 아직까지 경쟁사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지만 플랫폼이 가진 영향력을 고려할 때 존재감이 커질 거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바탕으로 한 ‘선물하기’와 라이브커머스인 ‘카카오쇼핑라이브’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이 이커머스 시장에서 영향력을 뻗치고 있다”면서도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200조 규모로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만큼 서로 뺏고 뺏기는 단계가 아닌 파이를 키우는 단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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