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약속했지만…아직 마스크도 못 받는 요양보호사들
매일 어르신 만나는데…최저시급에 마스크 말려가며 사용해
코로나로 더욱 심각해진 고용불안…고용유지지원금도 신청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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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숙 전국요양서비스노조위원장과 노조원들이 지난 3월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코로나19 대책 요양보호사 배제에 대한 규탄 및 안전, 생계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3.9/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하는데…저희는 마스크 한장도 못 받고 있어요."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은 돌봄노동 종사자들과의 영상간담회에서 "공동체에 꼭 필요한 대면 활동을 하면서 스스로는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필수노동자는 국가의 특별한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돌봄과 같은 대면 서비스는 코로나와 같은 비상 상황에서도 공동체를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노동"이라며 국가의 보호를 약속했지만 핵심적인 돌봄노동자인 방문요양보호사들은 '마스크 한장 받지 못하고 고용불안정에 시달리고 있는데 어떤 보호를 받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호소하고 있다.
요양보호사는 요양원과 요양병원 등의 요양시설에서 일을 하는 시설요양보호사와 방문요양기관(재가장기요양시설)과 계약을 맺고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의 가정을 찾아 신체활동과 가사활동을 지원하는 방문요양보호사로 나뉜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노인장기요양보험 통계연보'에 따르면 요양보호사의 수는 총 44만4525명으로 이 중 38만명 정도가 방문요양보호사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사회서비스원'에서 근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방문요양보호사들은 모두 시간제 계약직으로 일을 하고 있다. 급여는 대부분 최저시급을 기준으로 책정된다. 주휴수당이 더해지면 시간당 급여는 1만원 내외다. 보통 수급자들이 하루 3시간 정도 돌봄을 신청하기 때문에 1명의 수급자를 담당할 경우 한달 수입은 약 60만~70만원이다. 오전, 오후 1집씩 방문해 2명의 수급자를 챙긴다고 하더라도 수입은 120만~140만원 수준이다.
요양보호사들은 최저 수준의 임금을 받는 상황에서 마스크 한장도 부담이 되는데 방문요양기관에서는 방역 물품에 대해 전혀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지현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사무처장은 "일을 할 때 땀이 많이 나기 때문에 요양보호사분들이 마스크를 말려가며 사용하고 있다"라며 '정부에서 자금이 투입돼 어르신들을 돌보는 일을 하는 것인데 최소한의 방역물품 지원은 있어야 한다'고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전 사무처장은 "정부에 문의하니 마스크를 살 수 있을 정도로 관리 운영비를 관에 지급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실제 현장에서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 것을 보면 중간에서 시설들이 제대로 이런 비용들을 집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 방문요양기관들을 비롯해 장기요양시설의 회계부정에 대한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지난 2019년 건강보험공단이 방문요양기관 507곳에 대해 인건비 지출 비율을 조사한 결과 90%가 넘는 460곳에서 인건비 규정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양보호사에게 돌아가야 할 인건비가 다른 곳으로 새어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감사원이 지난해 3월 발표한 '노인요양시설 운영 및 관리실태' 감사보고서에도 장기요양시설들이 인건비를 기준보다 적게 지급하면서 잉여금을 다른 용도로 전출하는 사례가 다수 확인되기도 했다.
2019년 기준 장기요양보험 운영을 위해 건강보험공단의 부담금 7조7363억원이 투입됐다. 총 급여비 8조5653억원의 90.3%다. 그중에 방문요양에 들어가는 건강보험공단의 돈만 3조71억원이다. 이렇게 막대한 자급이 투입되지만 정부가 민간에 사업을 맡긴 채 제대로 된 관리·감독을 하지 않아 장기요양 관련 종사자들의 처우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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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사회서비스원 돌봄종사자 영상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10.8/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
이런 상황에서 방문요양보호사가 자산이 속한 시설에 문제를 제기해 상황을 바꾸는 것도 쉽지 않다. 고용관계에 있어 시설이 절대적인 갑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방문요양보호사들은 방문요양기관과 보통 1년을 기한으로 계약을 하고 근로계약서도 작성한다.
하지만 방문요양보호사들은 언제든 해고가 될 수 있다. 수급자가 건강 악화로 병원에 입원하거나 단순 변심으로 인해 요양보호사를 바꿔 달라고 요구하면 그 순간부터 일을 잃게 된다. 현장에서는 기관 운영자들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은 요양보호사들에게 수급자의 요청을 빌미로 일을 연결해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증언도 나온다.
요양서비스노조가 지난해 방문요양보호사 56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78.7%가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업무 중지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더불어 이 중에의 40%만이 한달 이내에 일하던 기관에서 새로운 어르신을 배정받아 일을 이어나갈 수 있다고 응답했다.
이미영 요양서비스노조 인천지부장은 방문요양보호사들이 기관과 계약서를 작성할 때 '수급자에게 사유가 생겨 돌봄을 제공하지 못할 경우 자동으로 고용이 종료된다'는 내용을 담게 해 언제든지 해고가 될 수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계약 현실에 대해 김종진 법무법인 여는 노무사는 "기간제법상 사용자가 2년을 초과해 기간제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는 예외조항으로 '사업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를 들고 있는데 센터들이 이 조항을 오히려 악용해 계약 기간이 남아 있음에도 계약이 종료될 수 있다고 하는 것"이라며 "기간제법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노무사는 "계약 기간이 존재하고 해고 사유에 준하는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근로계약 기간은 확보가 돼야 하는 것"이라며 휴직 등 해고를 하지 않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계약을 해지하는 것은 부당해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근로기준법상 회사의 사정으로 근로 제공이 어려워지게 되면 회사는 70%의 휴업수당을 제공해야 한다.
이처럼 방문요양보호사들은 열악한 처우와 낮은 고용안정성을 견디며 일을 해왔는데 최근들어 코로나 상황까지 겹치며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코로나 전파를 우려한 수급자, 보호자들이 요양보호사들의 방문을 거부하면서 일자리를 잃는 요양보호사들이 늘어났다.
방문요양보호사들은 당장의 생계가 끊겨도 근로기간을 채우지 못해 실업수당도 신청할 수 없었고, 정부가 무급휴직자를 지원하는 고용안정지원금도 받을 수 없었다. 이 지부장의 경우에도 코로나 여파로 4월 '더이상 출근하지 말라'는 통보를 듣고 난 뒤 고용안정지원금을 신청하기 위해 기관에 '무급휴직 확인서'를 받으러 갔지만 기관은 이미 '해고'로 처리가 됐다며 확인서 발급을 거부했다.
이런 식으로 올해 요양서비스노조를 중심으로 40여명의 방문요양보호사들이 고용안정지원금 지금을 신청했지만 이를 수령한 사람은 1명뿐이었다. 정부가 최근 돌봄노동자 9만명에 대해서 1회성 생계지원금을 5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지만 방문요양보호사만 38만명을 넘는 상황에서 혜택이 누구에게 돌아갈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요양서비스노조는 "방문돌봄노동자 전체 중 9만명만을 대상으로 생계비를 주겠다는 것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라며 "정부는 방문돌봄노동자들의 정확한 실태를 파악해 실질 지원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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