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강국 1등공신 종합상사… 생존 위해 무한변신 중
라면 트레이딩에서 헬스케어·식량·태양광까지
권가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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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이 현대종합상사 캄보니아 프놈펜 농산물유통센터에서 망고 수출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종합상사 |
종합상사는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글로벌 대한민국의’의 상징이었다. 1964년 연간 수출액이 1억달러를 넘어선 지 7년 만인 1971년 10억달러를 기록했고 6년 뒤인 1977년 100억달러를 달성했다. 현재는 5000억달러 시대에 접어들었다. 종합상사는 물건을 팔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며 한국의 수출 시장을 이끌어 온 주역이다.
하지만 대기업이 해외 생산법인을 통해 직접 수출·입을 관장하기 시작하면서 수출 창구 역할을 하던 종합상사의 입지도 좁아졌다. 종합상사는 트레이딩·프로젝트 사업에서 축적한 글로벌 네트워크와 파이낸싱·리스크 및 인력 관리 노하우 등을 활용해 기존 트레이딩(중계무역) 위주의 포트폴리오 외에도 새로운 수입원이 될 수 있는 사업을 찾아 나서고 있다.
헬스케어·니켈광·ICT… 생존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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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상사 신사업 현황. /그래픽=김은옥 기자 |
가장 신사업 발굴에 적극적인 곳은 LG상사다. 보건·위생·식량·산업 분야의 필수 자원을 공략하는 게 핵심이다.
LG상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헬스케어 사업에 물꼬를 텄다. 코로나19 여파로 높아진 한국 의료 기기·장비의 위상을 파악하고 사업 기회를 엿본 것이다.
LG상사는 코로나19 진단키트 제조업체인 ‘바이오세움’과 세계 30개국에 진단키트를 수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한컴그룹 자회사인 ‘한컴라이프케어’가 생산하는 마스크 등 방역 용품 판매도 검토 대상이다. LG상사는 전세계 50여개국에 사업 거점을 둔 만큼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 판로를 개척한다는 계획이다.
정보통신기술(ICT) 솔루션·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 등에서도 신규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LG상사는 한컴그룹과 AI·IoT 기술 기반 솔루션을 동남아시아에 수출할 계획이다. 동남아시아는 LG상사가 에너지 등 사업을 전개했던 전략 지역이기도 하다.
기술 전문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액셀러레이터 ‘퓨처플레이’의 지분 3%도 확보했다. 투자 금액은 30억원이다. 이를 통해 교육 등 관련 스타트업 생태계를 들여다보고 먹거리를 찾겠다는 방침이다.
2차전지 관련 사업도 LG상사 미래 청사진의 필수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회사는 석탄광산개발 경험을 기반으로 전기차 배터리의 필수 소재인 니켈광 개발 사업을 중점 검토하고 있다. 거점은 전세계 니켈 원광의 약 25%가 매장된 인도네시아다.
LG상사의 신사업을 담당하는 산업재/솔루션 부문은 지난해 5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체 영업이익의 3.2%에 그치는 수준이다. LG상사 관계자는 “아직 비즈니스 모델 검토 단계인 게 많아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올해부터 4차 산업과 포스트 코로나 시장 변화에 적합한 분야 모색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곡물 생산부터 유통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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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인터내셔널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터미널에서 사료용 밀을 선적하는 모습. /사진=포스코인터내셔널 |
포스코인터내셔널(포스코인터)은 100곳이 넘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식량과 부품소재 등의 분야에서 신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는 2011년 팜오일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한 이후 점차 식량 사업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불안정한 국제 환경이 가중될수록 안정적으로 곡물을 확보할 수 있는 인프라가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회사는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터미널을 인수하고 밀·옥수수·대두 등 곡물을 출하하고 있다. 이를 전세계로 트레이딩해 사업 확장 기회를 노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의 계약 목표치 180만톤은 이미 달성했다. 식량 사업 부문의 수익도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추세다. 지난해 포스코인터의 식량 사업 부문 영업이익은 340억원으로 전년 대비 5배 성장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포스코인터는 전기차 모터의 핵심인 모터코어 공급과 관련 스타트업 투자에도 나섰다. 회사는 올해 국내 자동차부품 중견기업인 ‘이래AMS’와 베트남 완성차업체 ‘빈패스트’사에 전기차용 자동차부품을 공급을 시작한다. 공급 물량은 빈패스트가 생산하는 전기차 약 10만대에 들어가는 분량이다. 포스코인터는 그룹 계열사 ‘포스코SPS’가 생산하는 모터코어도 유럽 현지 탑티어 부품사에 나른다.
전기차 설계 업체 ‘IT엔지니어링’과 합병한 정유·석유화학 플랜트용 화학 공업 기기 제조업체 ‘큐로’ 지분도 5% 갖고 있다. 회사는 올해부터 미국의 전기차 스타트업향 부품 수주와 고객사 및 차종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포스코인터 관계자는 “보건·위생이나 ICT 솔루션과 관련해선 투자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기존에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에 노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신재생 에너지 사업 확장
현대종합상사도 신사업을 담당하는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를 통해 식량사업에 고삐를 죈다.
회사는 캄보니아 프놈펜에 현지 최초로 수출 검역시설을 갖춘 농산물유통센터를 준공하고 열대과일을 국내로 수출하고 있다. 중국과 홍콩 및 싱가포르에도 테스트 수출을 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거래가 멈췄지만 최근 다시 드라이브를 거는 모양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도 확장하고 있다. 현대상사는 현대중공업 계열사인 현대에너지솔루션이 만드는 태양광 모듈을 판매하고 있어 태양광 발전 컨설팅과 모듈 공급 등에 특화된 노하우를 갖고 있다. 회사는 일본 시즈오카현과 오카야마현에 각각 1.2㎿(메가와트)와 0.5㎿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준공하면서 해외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의 첫발을 디뎠다. 여기서 생산된 전력은 앞으로 20년간 일본 중부전력과 츄고쿠전력에 판매할 예정이다.
LG상사처럼 K-방역 수출길도 뚫었다. 현대상사는 바이오스마트그룹의 ‘에이엠에스바이오’와 ‘하얀손산업’과 각각 손잡고 마스크·손장갑·진단키트 등 방역 제품을 미국과 유럽 등에 수출하고 있다. 현대상사는 현대자동차와 전기 버스 및 전기 트럭 수출도 협의하고 있다.
현대상사 관계자는 “종합상사의 전유물이던 글로벌 네트워크 정보를 ICT 발달로 쉽게 찾을 수 있게 되면서 투자·합작 형식의 새로운 사업을 찾고 있다”며 “백신이 개발돼도 진단키트 수요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큰 규모의 계약 체결을 노리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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