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미국 증시 상장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사진은 김범석 쿠팡 대표. /사진=쿠팡
쿠팡이 미국 증시 상장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사진은 김범석 쿠팡 대표. /사진=쿠팡

쿠팡이 미국 증시 상장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당초 쿠팡은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다는 계획이다. 이르면 다음달쯤 뉴욕증시 입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왜 나스닥이 아닌 NYSE를 택했나


쿠팡은 12일(현지시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클래스A 보통주 상장을 위한 신고서(S-1)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쿠팡이 상장 작업을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쿠팡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CPNG' 종목코드로 상장할 계획이다. 상장 시기나 상장될 보통주 수량 및 공모 가격 범위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쿠팡 측은 "기업공개(IPO)와 관련해 국내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을 예정"이라며 "국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투자 권유행위는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동안 쿠팡은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는 상장주관사인 골드만삭스를 통해 나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나스닥은 하이테크 기업에 개방적이고 기술주 상장에서 매출의 연속성만 있으면 이익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쿠팡은 나스닥에 비해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NYSE을 거래소로 선택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뉴욕에 있는 NYSE은 세계 최대 규모 증권거래소로 꼽힌다.

쿠팡 관계자는 거래소 선정과 관련해 "미 증시 상장 과정은 관련 당국의 규정과 제도에 의해 정보 공개가 제한된다"며 말을 아꼈다.


몸값 얼마나 되나… 30조원 이상 전망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300억달러(약 32조6700억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투자자로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산하 투자회사 비전펀드와 미국의 자산운용사 블랙록, 세계 최대 벤처캐피털 세콰이어 등이 있다.

이번 상장은 손정의 회장의 출구전략으로도 풀이된다. 비전펀드는 쿠팡에 27억 달러를 투자해 쿠팡 지분 37%를 보유하고 있으며 손 회장은 지난해 3분기부터 엑시트(투자금 회수)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쿠팡 본사. /사진=쿠팡
쿠팡 본사. /사진=쿠팡

2010년 소셜커머스로 시작한 쿠팡은 2014년 자체 배송인 '로켓배송'을 시작하면서 사업전환에 성공했다. 연간 거래액은 약 17조원으로 네이버쇼핑에 이어 국내 이커머스업계 2위다.

매출액을 기준으로는 업계 1위다. 쿠팡의 S-1 등록서류에 따르면 쿠팡의 지난해 총 매출은 119억7000만 달러(약 13조3000억원), 순손실은 4억7490만 달러(약 5257억원)로 집계됐다. 순손실은 전년도 6억9880만(7000억원) 달러에서 크게 줄었다.


다만 쿠팡은 여전히 4조원대 누적 적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적자 규모는 쿠팡의 상장설에 힘을 실어왔다. 가용자금이 소진된 데다 추가 투자를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서다.

쿠팡의 최근 동향도 상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읽힌다. 쿠팡은 지난해 12월 인기 영화와 국내외 TV 시리즈 등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쿠팡 플레이'를 선보였다.

뿐만 아니라 택배업에 진출하기 위해 최근 택배사업자 면허 재취득에 나섰고 중고차 사업을 위해 상표권 '쿠릉'을 등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시작한 음식 배달 서비스 '쿠팡이츠'는 배달앱 시장 3위까지 올라간 상태다.

전방위적인 인재 흡수 작업에도 나섰다. 2019년 10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후보로도 거론됐던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비롯해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최고회계책임자(CAO) 등 임원진에 외국인을 잇따라 기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