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 자동차 운반선에 화력 발전설비가 선적되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글로비스
현대글로비스 자동차 운반선에 화력 발전설비가 선적되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글로비스
현대글로비스가 올해 자동차 운반선(PCTC)을 이용한 대형 중량화물(Break-Bulk) 사업을 육성해 해상운송 비(非)계열 매출 다변화에 속도를 낸다.

그동안 자동차 운반선 이용이 적었던 글로벌 브레이크 벌크 화주들이 코로나19 여파로 선복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자동차 운반선을 대안으로 제시할 계획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글로벌 에너지 인프라 기업의 운송 의뢰를 받아 화력과 풍력 발전설비를 미국 볼티모어와 독일 브레머하펜 등지로 해상 운송했다고 25일 밝혔다. 해당 화주는 화물의 적시 운송을 위해 선복 수급 상황이 어려운 컨테이너선 대신 현대글로비스의 자동차 운반선을 택했다. 현대글로비스는 20피트 컨테이너 370기 분량 규모의 발전설비를 비구동화물 선적에 필요한 장비인 '롤 트레일러'를 통해 자동차 운반선에 실어 총 4회에 걸쳐 운송했다.

브레이크 벌크 화물이란 컨테이너와 같은 용기에 적재되지 않고 개품(個品)으로 선적되는 화물(貨物)을 말한다. 산업·발전설비, 전동차, 철강제품뿐 아니라 건설·광산 장비 등을 다양하게 아우른다. 화물 크기와 종류 등 계약 조건에 따라 컨테이너선, 자동차 운반선, 벌크선 등 다양한 선박을 통해 운송된다.


현대글로비스가 지난해 운송한 글로벌 브레이크 벌크 화주 물량만 해도 20피트 컨테이너로 환산 시 1만3500기가 넘는다. 올해는 그간 자동차 운반선을 이용하지 않던 신규 화주를 공략해 지난해 대비 2배가량 물동량을 늘리겠다는 각오다. 변압설비, 플랜트설비, 대규모 방송장비 등 신규 화물을 수주하기 위해 가용자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자동차 운반선은 선박의 정기적 운항 덕분에 벌크선 대비 정시성이 뛰어나고 컨테이너선 대비 유연한 항차 운용이 가능해 화주의 요청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 화물의 운송 안정성도 벌크선과 컨테이너선 대비 우수하다. 수평형(RoRo, Roll on-Roll off) 방식으로 화물을 선적함으로써 수직으로 들어올리는 컨테이너선·벌크선의 수직형 하역(LoLo, Lift on-Lift off) 대비 화물의 충격과 낙하 위험성이 현저히 적다. 화물을 선내 선적함으로써 보관 품질 역시 지상 물류센터와 유사한 조건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현대글로비스 측 설명이다.


전 세계 브레이크 벌크 시장 규모는 사업 참여자들이 다양한 만큼 추산하긴 어렵다. 뚜렷한 시장 주도자가 없는 상황에서 완성차 해상운송에서 경쟁력을 가진 현대글로비스는 해운사업 역량을 확대하고 매출 다변화에 속도를 더하기 위해 브레이크 벌크 사업 강화에 나섰다. 올해부터 본격 성장세를 타면 현대글로비스 해상운송 비계열 매출 확대 행보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지난해 현대글로비스는 자동차 해상운송 사업에서 전체 매출 중 비계열 비중이 55%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다. 해운사업에 본격 진출한 2010년 대비 4배 확대된 규모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는 90척에 달하는 선대, 촘촘히 구축된 80여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신속하고 정확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해운 역량을 살려 브레이크 벌크 시장을 집중 공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