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재만 교수 "돈 되면 하는 민간에 도시계획 맡겨선 안돼"
임재만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김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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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임재만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감정평가사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동 대학원 석사·박사 ▲한국부동산연구원 연구위원 ▲한국부동산분석학회 학술위원장 ▲국민연금공단 대체투자위원회 위원 ▲서울주택도시공사(SH) 보상심의위원회 위원. /그래픽=김은옥 디자인 기자 |
“공적 영역과 공공의 역할이 왜 중요한지 우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깨달았다. 위기 땐 공공의 역할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1990년대 외환위기(IMF)와 2000년대 글로벌 금융위기 하우스푸어 사태 때도 공공은 위기관리 역할을 했다. 주택정책은 도심 공급이 중요한데 이를 민간에만 맡겨선 안 된다.”
임재만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사진)는 현 정부 주택정책 설계의 브레인 역할을 하는 손꼽히는 학자다. 임 교수는 이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3기신도시 투기 사태와 관련해 조사와 처벌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벌 수 없게 하는 사회구조적 개혁’과 ‘공기업 LH의 역할 재정립’이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비리 공기업에 공공개발 맡겨도 되나
정부는 지난해 8·4 주택공급대책과 올해 2·4 주택공급대책에서 공공 재개발·재건축과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곧바로 LH 투기 사태가 터졌다. 1·2기신도시 개발부터 30년째 공직자의 부정부패 문제가 반복됨에도 신도시 정책을 지속할 수 있느냐는 데 대한 적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임 교수는 공공개발 방식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지금까지 그렇게 안 해온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그는 “공직자 부정부패 문제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라며 “이번 사태의 핵심은 LH 직원 개인의 도덕적 해이도 있지만 이보다 사전에 방지하고 처벌하는 제도를 만들지 못한 사회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불법 투기에 대해 법적으로 처벌하거나 재산을 몰수하는 등의 근거가 약하고 LH 내부 징계에 맡겨버리는 시스템이 개인의 윤리에만 의존하게 만들었다는 얘기다.
임 교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만들어진 배경을 봐도 공직자의 이해충돌 문제를 사전에 막지 못한 사회에 책임이 있다는 데 공감과 합의가 있었다”며 “투기를 이용해 돈을 벌게 하는 현재 시스템은 정부 책임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투기심리 자체를 진정시키고 부동산으로 돈을 못 벌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공성 있는 토지 활용 방안 필요
임 교수는 “모든 재화에 공공과 시장의 영역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시장의 영역이 더 크고 더 필요하다. 다만 부동산과 토지는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원하는 사람과 필요한 사람이 전부 다 얻을 수 없고 공급 역시 하고 싶은 만큼 다 할 수 없는 게 일반 재화와 다른 부동산의 특성”이라며 “시장 기능에 완전히 맡길 수는 없다”는 의견을 냈다.주택사업자 입장에서 보면 가격이 오를 때는 공급을 늘릴 수밖에 없게 된다. 공급자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여서다. 임 교수는 “민간사업자의 입장에선 가격이 오를 때 공급해야 하고 이렇게 공급된 주택이 또 가격을 올리고 가격 상승이 다시 공급을 늘리는 패턴이 반복 지속돼 현재의 부동산 문제를 발생시켰다”며 “이것이 공공 영역이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민간부문에서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참여하지 않는 공급을 담당하는 게 공공의 역할”이라며 “민간과의 경쟁이 아닌 공공임대나 공공성 있는 주택을 분양하는 기능이 가장 중요하고 앞으로는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심 고밀개발 대안 될 수 있나?
그렇다면 공공개발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할까. 수도권의 미개발된 땅을 싼값에 수용해 임대·분양하는 신도시 개발방식은 그동안 각종 보상금 갈등과 로또 분양 및 도시 확장으로 인한 집값 상승 문제 등을 낳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는 서울의 저층 주거지를 고밀개발해 민간 기부채납과 공공임대를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임 교수는 “공공이 개발에 개입하는 것은 좋지만 문제는 땅의 주인이 개인이어서 사유재산을 100% 강제 기부채납하도록 할 순 없다는 것”이라며 “개인이 일부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을 고려해 용적률 인상에 따른 이득도 개인의 권리로 인정하고 공유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재개발·재건축은 집 한 채가 아닌 마을 전체나 단지 단위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공공성을 부인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임 교수는 “개발사업이 지연되는 이유를 보면 조합원 사이 이해관계 충돌이 가장 크다”며 “수십 년째 진행이 안 되면 주민 삶의 질이 떨어진다” 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규제 때문에 재건축이 안 되는 게 아니다. 소송하고 사업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고 비상대책위원회가 만들어지고 관리처분계획이 취소되는 것 모두 이해관계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사례도 들었다. 고령화 사회인 일본은 주택 소유자 대부분이 고령자인데 굳이 수억원의 추가 분담금을 내 집을 새로 짓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임 교수는 “집주인이 사망해 빈집이 늘어나면 인근 주거환경을 해치고 이를 방치할 땐 앞서 미국이 보여준 도시 슬럼화와 범죄 발생이 문제가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재개발·재건축 규제가 약해 그동안 개인의 수익사업화됐던 것이 문제였고 그래서 현재의 대안이 나왔다”며 “민간은 돈이 되면 하고 안 되면 안 하는 게 기본이다. 재개발·재건축은 도시계획사업이지 개별건축사업이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공공개발 방식이 진일보했음에도 조합원의 결의가 있어야 하는 것은 여전히 한계라는 지적이다.
LH 수익사업 유지 괜찮나
LH가 수행하는 공공임대주택 사업은 재정을 투입해야만 유지 가능한 주거복지정책이다. 임대보증금을 부채로 계상하고 싼값에 임대하기 때문에 사업을 할수록 빚만 늘어나는 구조. 그동안 정치권에서 지속적으로 LH의 공공부채 문제를 지적하며 ‘임대 후 분양’이란 방식이 도입됐지만 이는 또 집값을 올리는 로또 분양 사태를 키워 결국 현 정부 들어 폐지된 상태다. 임 교수는 “LH 모델의 장점도 있는데 정부 재정을 투자하지 않고도 공공임대 공급을 지속할 수 있다는 점에선 영국 같은 나라의 부러움을 산다”고 설명했다.LH는 적자를 수반할 수밖에 없는 공공임대 공급을 하면서 신도시 택지를 분양해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재정 투입 방식으로 공공임대를 짓는 국가를 볼 때 LH 모델에 한계점도 왔다는 게 임 교수의 견해다. 그는 “시장가격으로 임대해도 되는 상가나 오피스를 이용해 수익을 내고 중간 기금을 만들어 주거복지사업에 지원하되 이때 토지를 팔면 개발이익이 되기 때문에 처분을 금지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는 싱가포르의 토지임대부와 비슷한 모델이다. 미국 뉴욕 맨해튼 남쪽 계획지구인 배터리파크시티 역시 수변을 개발해 빌딩을 짓고 토지만 임대해 수익을 낸다. 땅값이 높다 보니 임대료 수익이 높다. 임 교수는 “LH 역사를 보면 비슷한 업무 중복의 문제가 통합의 명분이 됐던 것을 고려해 과거 토공·주공과는 다른 방식으로 분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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