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 따라 인생도 변할까?… 국내 1호 필적학자 구본진 "부자는 이렇게 쓴다"
People / 구본진 변호사
노유선 기자
8,883
공유하기
![]() |
20년 가까이 전 세계 유명인의 글씨와 필적학을 연구한 구본진 변호사는 10월 18일 <머니S>와의 인터뷰에서 "글씨체를 바꾸면 뇌가 변하고 사람의 내면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사진=머니S 장동규 기자 |
자신의 이름을 종이에 써보자. 가로선의 길이, ‘ㅁ’의 모양, 획의 마지막 부분이 어떤 모양인지 눈여겨본다. 이러한 디테일에 당신의 내면이 담겨 있다. 국내 1호 필적학자인 구본진 변호사(56·사진)는 글씨체를 분석하면 사람의 성격, 사고 패턴, 강·약점, 일상생활 등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반대도 가능하다. 구 변호사는 “글씨체와 뇌가 상호작용한다”며 “글씨체를 바꾸면 뇌가 변하고 성향이 바뀐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글씨체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인생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을까. 이 같은 의문을 품고 지난 10월 18일 서울 삼성동에 있는 구 변호사의 사무실을 찾았다.
반대도 가능하다. 구 변호사는 “글씨체와 뇌가 상호작용한다”며 “글씨체를 바꾸면 뇌가 변하고 성향이 바뀐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글씨체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인생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을까. 이 같은 의문을 품고 지난 10월 18일 서울 삼성동에 있는 구 변호사의 사무실을 찾았다.
범죄자 진술서에 특이점 있었다
구 변호사는 20년 가까이 전 세계 유명인의 글씨와 필적학을 연구한 국내 1호 필적학자다. 그가 모은 친필만 850개가 넘는다. 그는 독립운동가와 친일파, 정치인, 글로벌 슈퍼리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업군의 글씨체를 분석했다. 국방부와 로이터 통신이 찾을 정도로 해당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2017년 국방부는 구 변호사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글씨체 분석을 의뢰했다. 2018년 로이터 통신도 구 변호사의 김정은 글씨체에 대한 분석을 보도했다.
21년 동안 검사로 근무했던 구 변호사는 조직폭력배와 살인범의 자필 진술서를 보며 필적학에 관심 갖기 시작했다. 그는 범죄자들의 글씨체에서 공통점을 발견했다. 이후 글씨체와 사람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나마 알게 됐다. 이때부터 구 변호사는 중국과 일본, 프랑스, 독일 등 여러 나라의 필적학을 독학했다. 그는 글씨체에 대해 “사람의 내면을 담은 엑스레이”라고 비유했다.
부자들은 이렇게 쓴다
구 변호사는 최근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발표한 슈퍼리치 가운데 자수성가형 인물 35명을 뽑았다. 이들의 글씨체를 분석한 결과 긴 가로선, 우상향, 빠른 속도, 꺾인 끝 부분, 굳게 닫은 ‘ㅁ’, 큰 글자 크기, 긴 세로선, 직선보다 곡선, 높은 가로선, 연면형 등 10가지 특성을 발견했다.
구 변호사는 “이 중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공통점은 끝마무리”라며 “획의 마지막 부분을 꺾는 글씨체는 결단력, 책임감, 끈질긴 성격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글씨체를 보면 ‘ㅈ’, ‘ㅊ’, ‘ㅡ’의 마지막 부분이 왼쪽 방향으로 꺾여 있다.
![]() |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글씨체. 정 명예회장은 ‘ㅁ’ 자의 윗부분을 모나지 않게 처리하고 오른쪽 아랫부분은 굳게 닫았다. 융통성이 있으면서도 빈틈없는 성향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구본진 변호사 |
구 변호사는 정 명예회장의 글씨체가 슈퍼리치 35명 가운데 최고라고 평가했다. 그는 “슈퍼리치의 10가지 특성이 모두 나타나 있다”며 “대단한 인물은 반드시 필적이 특이하다”고 강조했다. 정 명예회장은 ‘ㅁ’ 자를 쓸 때 윗부분을 모나지 않게 둥글게 처리했다. 오른쪽 아랫부분은 굳게 닫았다. 융통성이 있으면서도 빈틈없는 성향을 보여준다. 이밖에 긴 가로선은 인내심을, 긴 세로선은 최고를 지향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외국 사례로는 애플의 창업자 고(故) 스티브 잡스를 들 수 있다. 그의 서명을 보면 글씨가 크고 마지막 획이 위로 45도 올라가 있다. ‘M’의 마지막이 기초선보다 내려오는 것도 특이점이다. 구 변호사는 “큰 글씨는 자신감과 용기를, 45도 우상향한 글씨는 긍정성을 보여준다”며 “‘M’을 통해 그의 완고함도 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 사례로는 애플의 창업자 고(故) 스티브 잡스를 들 수 있다. 그의 서명을 보면 글씨가 크고 마지막 획이 위로 45도 올라가 있다. ‘M’의 마지막이 기초선보다 내려오는 것도 특이점이다. 구 변호사는 “큰 글씨는 자신감과 용기를, 45도 우상향한 글씨는 긍정성을 보여준다”며 “‘M’을 통해 그의 완고함도 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의 글씨체. 글씨가 크고 마지막 획이 위로 45도 올라가 있다. 큰 글씨는 자신감과 용기를, 45도 우상향한 글씨는 긍정성을 의미한다. /사진=구본진 변호사 |
창업주 1세와 총수 2·3세의 글씨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구 변호사는 “뒤로 갈수록 야무지지 못하고 소비지향적”이라고 답했다. 정치인과 경영인의 글씨체에 대해선 “정치인들은 경영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과시욕이 강하고 기가 센 것으로 나타난다”며 “가령 ‘ㅎ’의 꼭짓점이 두드러지면 우두머리가 되려는 성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글씨체 바꾸면 뇌가 변하고 인생이 달라진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엄지족 시대에 손글씨의 중요성은 점차 약화되고 있다. 의사소통 수단으로서 손글씨의 입지는 좁아지는 추세다. 구 변호사는 손글씨의 또 다른 기능인 ‘인격 수양’을 강조하며 손글씨의 가치를 표방하고 나섰다. 그는 “조상들은 수천년 전부터 글씨를 내면을 바꾸는 수단으로 삼아왔다”며 “서양에서도 글씨체를 바꾸는 훈련으로 내면의 문제를 치유하는 필적요법이 활용돼왔다”고 설명했다.
구 변호사는 “글씨체를 바꾸면 뇌가 변하고 사람의 내면이 달라지게 된다”며 “궁극적으로는 인생이 바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링컨도 어릴 때 조지 워싱턴과 벤자민 플랭클린의 글씨체를 모범으로 삼아 글씨 연습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롤모델을 정한 후 매일 40일 이상(6주~8주) 글씨 연습을 해보라고 권했다. 구 변호사는 “글씨체가 변하는 데 3개월 이상 걸리지 않는다”며 “다만 일주일에 한 시간 정도 연습했을 경우 6개월가량 소요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필적학자로서 구 변호사의 다음 과제는 좋은 한글 글씨체를 만들어 보급하는 것이다. 구 변호사는 “한민족 역사에서 한자는 오랫동안 쓰였지만 한글은 그렇지 못했다”며 “1970년대 들어 비로소 한글 전용이 이뤄졌고 그래서 좋은 글씨를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현존하는 판본체를 연습하면 주의력과 집중력이 좋아질지 몰라도 창의력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인격 형성에 골고루 도움이 되는 글씨체를 만들어 손글씨의 가치를 높이고 싶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