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 사라로타 메모리얼 종합병원 한 간호사가 중환자실 코로나 격리 병동에 들어가기 전 지친 얼굴로 바닥을 내려다 보고 있다. 2021. 9. 21.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미국 플로리다 사라로타 메모리얼 종합병원 한 간호사가 중환자실 코로나 격리 병동에 들어가기 전 지친 얼굴로 바닥을 내려다 보고 있다. 2021. 9. 21.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3개월이나, 기껏해야 6개월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20개월이 넘어가네요."

미국 펜실베이니아 해리스버그 피츠버그대(UPMC) 의료원 감염병 전문의 존 골드만 박사는 15일(현지시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3월 미국에 첫 코로나 유행이 닥쳤을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팬데믹이 길어질 줄은 몰랐다"며 이같이 말했다.


골드만 박사는 "그동안 계속 너무 바빴다"며 "지금의 강도를 유지하는 건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도 그럴 것이, UPMC가 운영 중인 40여개 병원 8700병상이 포화 위기를 겪고 있다. 의료진도 번아웃을 느끼고 다른 일자리를 찾아 나가면서 인력 부족까지 겪는 상황이라고 그는 전했다.

골드만 박사에 따르면 UPMC는 병상 포화를 막기 위해 가능한 한 빠르고 안전하게 환자들을 치료하고, 사람들에게 선제 검사를 받으라고 조언해왔다. 원격의료 서비스도 확대해왔다. 어떻게든 중환자를 줄여 병상과 응급실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팬데믹 초반과 지금 다른 점이 있다면, 환자들의 연령이 젊어졌다는 것이다. 초반 입원환자 다수가 65세 이상 고령층과 요양원 어르신이었다면, 이제는 55~65세 사이로 연령대가 젊은 편이다.

골드만 박사는 "솔직히 이제 사망환자는 적은 편이다. 젊고 건강한 환자들이 많다 보니 많이 죽지 않는다"고 말했다.


◇美 병원들 "제발 백신 맞고 마스크 좀 쓰세요"

세계최대의료기관으로 꼽히는 마요클리닉 등 미네소타 대형병원 9곳은 일요일인 지난 12일 지역 유력 언론에 합동 광고를 실었다. 광고 문구는 '억장이 무너집니다. 우린 압도되고 있어요.'


팀 왈츠 미국 미네소타주지사는 2021년 12월 14일 트위터에 대학병원 9곳 합동 광고를 올리고
팀 왈츠 미국 미네소타주지사는 2021년 12월 14일 트위터에 대학병원 9곳 합동 광고를 올리고 "백신을 맞고, 실내에선 마스크 좀 써 달라"고 호소했다. 사진은 왈츠 주지사 트위터 게시물 갈무리. © News1 최서윤 기자

팀 왈츠 미네소타 주지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해당 광고 문구를 삽입하고, "우리 병원들이 과로하고 압도되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봤어요. 그들은 여러분에게 도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백신 맞으세요. 부스터 맞으세요. 실내에선 마스크 좀 써주세요."라고 적었다.

의료진의 호소에도 혹독한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병원들은 지금까지 델타와 싸우고 있었는데, 수많은 돌연변이를 거느린 오미크론이 벌써 전체 52개주(州) 중 36개주에서 발견되면서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오미크론은 현재 미국 전역 신규 확진 건수의 3%를 차지하고 있으며, 인구가 많은 뉴욕과 뉴저지 같은 지역에선 13%로 올라섰다.

겨울철 으레 찾아오는 독감은 물론, 크리스마스 시즌 등 연말 분위기도 지금 의료진에겐 두려운 환자 폭증 요인일 뿐이다. 텍사스대(UT) 부속병원 산안토니오 헬스사이언스센터 감염병 전문의 바르바라 테일러 박사는 "오미크론 출현으로 몇 주 안에 퍼펙트 스톰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럽도 아우성…"입원환자 13명 중 11명이 미접종자"

프랑스 동부 독일, 스위스 국경 지역 콜마르 시립 종합병원의 중환자실 마취과전문의 루산드라 디반 박사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백신 안 맞은 환자들 때문에 지쳤다. 정말 피곤하다"고 말했다.

프랑스 콜마르 시립병원 코로나19 중환자 병동 마취과 전문의 루산드라 디반이 2021년 12월 15일 복도에 쪼그려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프랑스 콜마르 시립병원 코로나19 중환자 병동 마취과 전문의 루산드라 디반이 2021년 12월 15일 복도에 쪼그려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유럽은 최근 코로나 감염률이 급증하며 입원환자도 덩달아 늘고 있다. 오미크론은 이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가운데, 의료진도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다.

이 병원 중환자실 책임자인 엘리사베스 개르트너 박사에 따르면, 현재 병원 내 간호조무사 20명 중 4명, 미화직원 15명 중 5명, 외과중환자 병동 간호사 37명 중 5명이 병가 중이다. 그만둔 직원도 많다.

의료진을 가장 절망하게 하는 요인은 '최근 재유행 속 병원을 찾는 중증환자 대다수가 백신 접종을 거부한 사람들이라는 점'이라고 개르트너 박사는 전했다. 그는 "의료진 사이에 분노와 좌절이 있다"고 말했다.

콜마르뿐만 아니라 프랑스 전역의 의료체계가 2년을 꼬박 채워가는 팬데믹으로 누적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올리비에 베랑 프랑스 보건장관은 지난 10월 일간 리베라시옹 인터뷰에서 "올가을 의료인 공석이 2019년 동기 대비 3분의 1 가까이 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루산드라 디반 박사는 "우리 병원 중환자실 코로나 환자 13명 중 11명이 백신 미접종자다. 모두 젊은 편인데, 기관삽관을 하고 산소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직원들이 절망하는 부분은, 그들이 백신을 맞았다면 이런 결과를 피할 수 있었다는 것"이라며 "코로나 환자 돌보는 일이 갈수록 더 힘들어지고 있는데, 도대체 왜 이렇게 백신 불신이 심한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프랑스 파리 13구 대학병원(Pitie-Salpetriere Hospital) 중환자실에서 2021년 11월 30일 간호사가 삽관 치료를 받는 코로나19 감염 환자를 간호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프랑스 파리 13구 대학병원(Pitie-Salpetriere Hospital) 중환자실에서 2021년 11월 30일 간호사가 삽관 치료를 받는 코로나19 감염 환자를 간호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2021년 12월 4일 코로나 백신 접종 반대 시위가 열린 가운데, '백신 접종? 자유 실종!'이라고 적힌 펫말이 보인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2021년 12월 4일 코로나 백신 접종 반대 시위가 열린 가운데, '백신 접종? 자유 실종!'이라고 적힌 펫말이 보인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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