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과 2심에서 업무방해죄로 기소된 보이스피싱 전달책 A씨가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대법원은 이에 "업무방해죄에 있어 위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한 자료사진. /사진=뉴스1
1심과 2심에서 업무방해죄로 기소된 보이스피싱 전달책 A씨가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대법원은 이에 "업무방해죄에 있어 위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한 자료사진. /사진=뉴스1
보이스피싱으로 받아낸 돈을 은행 자동화 기기(ATM)에 제3자의 이름과 주민번호를 입력해 송금하는 행위가 은행에 대한 업무방해죄가 아니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22일 사기와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보이스피싱 전달책 A씨에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법 강릉지원에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 2020년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입금하는 과정에서 은행 업무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1심은 A씨가 보이스피싱 조직원들과 공모해 은행의 무통장입금 거래 업무를 방해했다고 봤다. 이어 "피해자들이 12명에 이르고 편취액이 합계 2억3900만원에 이른다"며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어 "배상신청인들에 각각 1200만원과 1970만원, 7398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2심에서도 항소를 기각하고 1심의 판단과 동일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무매체 입금거래가 완결되는 과정에서 은행 직원 등 다른 사람의 업무가 관여됐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씨가 한도 제한을 피하기 위해 제3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거래를 했다고 하더라도 업무방해죄에 있어 위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원심은 A씨의 행위가 업무방해죄의 위계에 해당한다는 전제에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했다"며 "업무방해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A씨는 지난 2020년 11월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건당 30만원을 받고 전달책 역할을 담당했다. 그는 피해자들에게 정부지원으로 저금리 대출이 가능하다고 접근한 뒤 대출점수 미달로 일부 금액을 먼저 주면 대출이 가능하다고 피해자들을 속였다. A씨가 가담한 보이스피싱 조직은 이런 방식을 통해 약 2억원을 피해자들로부터 받아냈다.

특히 A씨는 금융기관 직원 등을 사칭하며 가명으로 피해자들을 만나 금원을 수령해 계좌로 송금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피해자들로부터 뜯어낸 돈을 29회에 걸쳐 494명의 이름과 주민번호를 이용해 무매체입금 방식으로 보이스피싱 조직에 입금했다. 은행에서는 무매체 입금거래 한도를 1일 100만원으로 설정하고 있다. 때문에 A씨가 제3자 명의를 이용해 나눠서 돈을 보낸 것이라고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