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들이 그동안 아래아한글의 호환성을 지적하면서 한컴 이외의 SW 업체들이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이용자들이 그동안 아래아한글의 호환성을 지적하면서 한컴 이외의 SW 업체들이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기도지사 재직 시절 디지털 표준화 추진 계획을 발표하면서 한글과컴퓨터(한컴)가 장악했던 공공기관 영역 SW 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그동안 공공기관의 한컴오피스 사용에 따른 불만이 누적된 탓에 오피스 소프트웨어(SW)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는 2020년 10월 경기도의 디지털 표준화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이 지사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클라우드 시대의 웹문서 작성 프로그램과 오픈소프트웨어 도입을 확대해 2022년까지 디지털 문서 표준화를 이루도록 하겠다"며 "도 홈페이지와 산하 공공기관의 웹 서비스에 첨부하는 문서는 개방형 워드 문서형식(.odt)과 국제표준문서(.pdf)를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경기도를 비롯한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문서 작성 프로그램은 특정 프로그램에 종속돼 개방형 문서 표준과 어긋나고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모바일 시대에 사용이 불편하다"며 "무엇보다 다른 프로그램과 호환이 되지 않아 기계가 판독하기 어렵고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는 사실상 경기도의 '탈 한컴 선언'으로 불렸다. 공공영역이 핵심 고객인 한컴에게 적지 않은 타격이 됐다. 이에 한컴이 지난해 4월 개방형 문서 표준 'HWPX'를 아래아한글 기본 문서 형식으로 개편했다. 아래아한글 기본 문서 저장 형식 'HWP'가 바뀐 일은 33년 만이다.

한컴 호환성 줄곧 문제… "정부, 다양성 보장해야"




정부의 한컴오피스 편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제공=한글과 컴퓨터
정부의 한컴오피스 편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제공=한글과 컴퓨터
업계에 따르면 국내 오피스 SW 시장에서 한컴오피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로 추산된다. 이외는 MS오피스가 대세다. 반면 정부와 공공기관은 국산 SW라는 이유로 한컴오피스를 고집하고 있다. 공공기관이 한컴의 HWP를 사용해 주로 MS오피스를 사용하는 민간에서는 문서 호환에 어려움을 겪었다. 급기야 지난 2018년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공공기관 한글(HWP) 독점을 금지시켜주세요'라는 글까지 게재됐다.

정부의 한컴오피스 쏠림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과거 유일한 토종 오피스SW인 한컴오피스를 보호하려는 목적이었지만 이제는 국민 편익을 위해 SW 다양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 오피스SW가 잇따라 나오면서 이 같은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인프라웨어의 'POLARIS오피스', 티맥스 'TO오피스' 등 다양한 국내 오피스SW가 출시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오피스SW가 경쟁해야 MS오피스와의 호환성이 높아져 국민들이 편리해질 수 있다"며 "앞으로 정부가 다른 기업들에게도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세계적으로는 개방형 문서 포맷(Open Document Formats, ODF)을 표준으로 삼는 추세다. 영국은 문서 표준으로 ODF를 채택해 국민들이 정부 문서를 열람할 때 원하는 오피스SW를 사용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종속 문제를 피하기 위해 정부 문서에 ODF를 의무 채택하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강제적인 규제가 없다"면서 "더욱 다양한 오피스 솔루션이 기회를 얻고 시장 확대를 이루기 위해서는 공공 시장에서의 ODF 필수 채택이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