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소비자물가가 4.8% 오르며 2개월 연속 4%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시내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있다. /사진=뉴시스
4월 소비자물가가 4.8% 오르며 2개월 연속 4%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시내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있다. /사진=뉴시스


한국 경제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물가 상황을 다시 한번 맞이했다. 4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4.8% 오르면서 13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한 것이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106.85(2020=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8% 상승했다. 이는 2008년 10월(4.8%)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3.2%) 9년 8개월 만에 3%대로 올라선 뒤 ▲2021년 11월(3.8%) ▲2021년 12월(3.7%)▲2022년 1월(3.6%) ▲2022년 2월(3.7%)까지 5개월 연속 3%대를 보였지만 3월 4.1%로 4% 선을 넘어섰다.


가공식품도 1년 전보다 7.2% 크게 상승했다. 2012년 2월(7.4%) 이후 가장 많이 증가했다. 서민들이 자주 찾는 ▲국수( 29.1%) ▲식용유( 22.0%) ▲빵(9.1%) 등에서 상승폭이 컸다.

농축수산물도 축산물(7.1%)을 중심으로 1.9% 올랐다. 서비스 물가는 개인서비스 4.5%, 공공서비스 0.7%, 집세 2.0% 오르면서 3.2% 상승했다. 개인서비스 중 외식은 6.6%, 외식 외는 3.1% 올랐다. 전월보다 외식 외 물가 상승 폭이 확대됐다.


외식물가 상승률은 지난 3월에 이어 1998년 4월(7.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지속했다. 소비 회복과 국제 곡물가격 상승, 농축수산물 가격상승이 누적되면서 재료비가 상승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 가공식품, 공업제품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당분간 보이지 않고 방역조치 해제로 인한 소비심리 개선으로 당분간 오름세 둔화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도 당분간 4%대 물가상승률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소비자물가가 지난달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4.8%)을 나타냈으며 앞으로도 물가상승 압력이 이어지면서 당분간 4%대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휘발유, 식료품, 외식 등 구입빈도와 지출비중이 커 체감도가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물가 오름세가 확대되는 만큼 경제주체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급격한 물가 상승과 관련 지속적으로 유동성을 회수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기준금리 인상 등의 구체적인 정부 조치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물가 인상을 안정화시키는 방법과 관련해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상황은 단순히 러·우크라이나 사태 때문은 아니며 유동성 확대에 공급 충격까지 겹친 상황이라 지속적인 유동성 회수가 가장 시급하다"며 "현재 이미 스태그플래이션에 진입한 단계라고 판단 돼 물가를 완전히 제어할 수 있을 정도로 금리조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앞서 새 정부는 물가를 포함한 민생안정 대책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6일 "물가를 포함한 민생안정 대책을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라"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