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며 생수 시장이 치열해지고 있다./사진=이미지투데이
먹는 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며 생수 시장이 치열해지고 있다./사진=이미지투데이



◆기사 게재 순서
ⓛ더 깐깐해진 물… 집집마다 늘어나는 정수기
②"물로 보지 마세요"… 뜨거워지는 생수 시장
③"수돗물, 안심하고 드십니까?"



우리는 언제부터 물을 사 먹었을까. 생수 시장이 열린 지는 30년이 채 되지 않았다. 한국 최초의 생수는 1976년 외국인에게만 제한적으로 판매했던 '다이아몬드 정수'다. 당시 '생수 판매 금지법'으로 내국인은 생수를 구입할 수 없었다. 물을 구매한다는 개념이 없던 시절이다.

물을 사서 마신다는 인식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1988년이다. 서울올림픽 기간 생수 판매가 일시적으로 허용됐다. 이후 다시 생수 판매가 금지됐지만 수요가 계속 증가했다. 1994년 대법원은 생수 판매 금지가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위헌 판결을 내렸다. 이듬해 '먹는 물 관리법'이 제정되며 생수 시장이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생수 시장은 2010년 4000억원에서 2021년 1조2000억원까지 성장했다. 2023년에는 2조원대로 더욱 빠르게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생수 시장의 성장성이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이유는 물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위생 관념이 커졌다.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경향이 커지면서 '좋은 물'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다. 생수는 각종 미네랄을 포함하고 있어 선호도가 높다.


1·2인 가구 확산으로 정수기 사용이 부담스러운 소비자가 증가한 것도 생수 시장에 힘을 더한다. 생수 배송 시스템이 발달하면서 1·2인 가구에게 정수기보다 생수 구입이 관리가 편하고 경제적으로 평가되는 것.

삼다수 독주 체제, 당분간 이어진다


국내 생수 시장 규모./그래픽=강지호 기자
국내 생수 시장 규모./그래픽=강지호 기자


국내 생수 시장은 삼다수가 독주하는 가운데 롯데와 농심이 2위 싸움을 하는 구조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생수 점유율은 제주개발공사의 삼다수가 42.6%,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가 12.4%, 농심 백산수가 7.7%다.


아이시스와 백산수는 점유율 차이가 꽤 있지만 경쟁구도로 읽을 수 있다. 1위인 삼다수가 추가 성장을 이뤄내는 가운데 2위와 3위 사업자의 격차는 줄었기 때문이다. 삼다수는 2019년 39.9%에서 매년 점유율을 늘리며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삼다수는 제주도 안에서도 한라산에서 취수한 물이다. 제주도는 평균 2~3m 두께의 용암층과 퇴적층이 쌓인 지층구조로 '천연 정수기'로 불린다. 삼다수의 수원지는 한라산 고지대에 내린 빗물이 18년 이상 제주 화산송이와 현무암 등을 통과해 불순물이 걸러진 상태로 모이는 곳이다.

생수 시장 개막 직후 1998년 출시된 삼다수는 경도(물의 세기)가 낮은 연수로 물맛이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삼다수는 국내뿐 아니라 미국 식품의약품청(FDA), 일본 후생노동성 등에서 수질검사를 받는 등 품질 유지에 힘쓰고 있다. 일관된 물 맛으로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받으며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제주삼다수 공장 내부./사진제공=제주삼다수
제주삼다수 공장 내부./사진제공=제주삼다수


2011년 출시된 아이시스는 약알칼리성 천연광천수를 활용한 물이다. 천연광천수란 갈라진 바위 틈이나 땅속에 스며든 빗물이 오랜 기간 미네랄 등 각종 광물질과 용해돼 흐르다가 암반층을 만나 지하수 표면을 형성한 뒤 모세관 작용에 의해 지표로 솟아 나오는 물을 말한다.

아이시스는 가격 경쟁력과 다양한 용량·제품으로 꾸준히 성장했다. 롯데칠성음료의 생수 매출은 2017년 1813억원에서 2021년 2528억원까지 빠르게 성장했다.

농심 백산수는 '백두산'이라는 수원지를 내세워 2위인 아이시스를 쫓고 있다. 백산수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외부 압력 없이 자연적으로 솟아 나오는 용천수다. 농심 관계자는 "자연적으로 솟아나는 물이기 때문에 자연 훼손 여지는 물론 고갈 염려도 없다"며 "백두산은 오염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차단돼 있는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한정된 수원지… 관리 잘 되나


생수 시장이 커지며 철저한 수원지 관리가 과제로 떠오른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사진=이미지투데이
생수 시장이 커지며 철저한 수원지 관리가 과제로 떠오른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사진=이미지투데이



판이 커지고 있는 생수 시장에는 수원지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생수 업체는 많지만 국토는 한정돼 있어 같은 수원지에서 물을 뽑아내는 경우가 흔하다. 같은 성분의 생수가 라벨만 바뀌어 다른 가격으로 팔리는 경우가 많다.

환경부의 먹는샘물 업체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울산 울주군에 위치한 삼정샘물에서는 스파클과 탐사수가 제조되고 있다. 전남 담양군 미소음료에서는 스파클, 순창샘물, 석수, 퓨리스 등이 만들어진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측에서는 생수 가격이 품질이 아닌 유통망 등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수원지 관리에 대한 불안감도 없지 않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에 따르면 지난해 환경부에 등록된 먹는샘물 제조업체 61곳 중 최근 6년간 48곳이 제조 위반으로 적발돼 행정처분을 받았다. 적발 건수는 157건으로 매년 평균 23.2건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수질기준 부적합'은 전체 157건 중 45.2%인 71건으로 가장 많았다. 우리샘물의 경우 지난해 5개의 취수공장에서 수질기준 위반으로 적발됐다. 우리샘물은 자사 브랜드 기쁜우리샘물, 또니피앙, 레씨엠 외에도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스파클, 석수, 탐사수, 크리스탈 등을 공급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관계자는 "환경부는 국민들의 알 권리와 건강권을 위해 먹는샘물의 공급을 선별해 허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5~2020년 생수 제조업체 61곳에서 제품수 수질 기준 부적합 사례는 12건이 적발됐고 부적합제품 생산량은 국내 연간 전체 생산량의 0.01% 수준이다. 환경부 측은 "부적합 제품 생산을 방지하기 위해 먹는샘물 수질기준 위반 시 영업정지 강화와 제조업체 자가 품질검사 강화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