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S+] 미·중에 치이고 실적부진에 울고… 악재뿐인 'K-반도체'
이한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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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계에 한파가 몰아친다. 미국 반도체지원법 보조금 수령 가드레일(안전장치) 세부 규정으로 중국 투자 부담이 커진 가운데 수출 급감과 1분기 실적 부진 등 복합 악재가 겹친 탓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가 지난 21일(현지시간) 발표한 반도체 투자 인센티브 보조금 지급 가드레일 규정은 중국에 대한 생산시설의 양적인 확대를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한다.
구체적으로 첨단 반도체의 경우엔 생산능력을 5%, 이전 세대의 범용 반도체는 생산능력을 10% 이상 확장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보조금을 회수할 수 있다.
이번 규정안은 명백히 중국을 겨냥한 조치다. 미국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패권을 잡고 밸류체인(가치사슬)에서 중국을 배제하기 위해 반도체 대(對)중국 수출 제한, 한국-미국-타이완-일본 칩4 동맹 등을 잇따라 추진해왔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반도체법 보조금 가드레일 세부 규정이 중국 투자를 원천 봉쇄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국내 업체 입장에선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대규모 투자가 제한된 만큼 기업들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의 낸드 캐파(생산설비투자) 38%가, SK하이닉스의 D램 캐파의 44%가 중국에 위치해 있다. 또한 삼성전자는 쑤저우에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SK하이닉스는 충칭과 다롄에 각각 후공정, 낸드플래시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의 발표안을 면밀히 분석해 적절히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다만 업계에선 두 회사 모두 중국 생산규모를 축소하거나 대체 생산거점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법안에만 맞출 경우 최대 시장인 중국 정부의 눈밖에 날 우려가 있어서다.
중국은 한국 반도체의 최대 고객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반도체 품목별 대중 수출 비중은 ▲시스템반도체 32.5% ▲메모리반도체 43.6% ▲반도체 장비 54.6% ▲반도체 소재 44.7%로 중국과의 관계에 선을 긋긴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조사들은 미국 규정에 맞추는 선에서 중국 시설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반도체 시장 침체가 심화되는 점도 국내 업계의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글로벌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TV, 가전 등 세트부문 수요가 둔화되면서 반도체 소비도 급감하고 있다. 이로 인해 '반도체 주문 감소 및 재고 증가→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2021년 9월까지 4.1달러를 유지하던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1Gx8) 가격은 1월부터 평균 1.81달러로 떨어졌다.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의 평균 고정거래가격도 2021년 7월 4.81달러에서 지난달 4.14달러로 하락했다. 올해 1분기에도 D램은 19%, 낸드는 18%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반도체 판매가 부진해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창고에는 재고가 쌓이고 있다. 양사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인 DS부문 재고는 29조576억원으로 전년대비 12조6024억원 늘었다. SK하이닉스의 재고도 전년대비 6조7146억원 늘어난 15조6647억원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올해 1분기 양사가 최악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에서 예상하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1분기 실적은 최대 4조원대 적자다. SK하이닉스도 3조원 후반~4조원대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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