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일(현지시간) 중국 및 러시아와 전제조건 없는 양자간 군비통제 논의에 관여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은 특히 냉전 이후의 핵 질서에 대한 새로운 위협 중 하나로 북한의 핵 위협을 거론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과 해법으로서 확장억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군비통제협회 연례 회의 연설에서 "오늘날 우리는 냉전 이후 우리가 가졌던 것과 같은 목표인 핵 분쟁의 위험을 줄이는 새로운 전략을 요구하는 핵 안정 및 안보의 변곡점에 서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냉전 이후 핵 질서에 도전하는 주요 위협으로 러시아와 중국을 꼽았다.

그는 러시아와 관련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유럽 최대 원자력발전소인 자포리자 원전 공격·점령 △신(新)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 이행 불법 중단 △벨라루스에 전술핵무기 배치 시작 등의 조치를 했다며 "러시아의 행동은 냉전 이후 핵무기 통제 프레임워크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에 대해선 △1500개 이상의 핵탄두 보유 △군비통제를 위한 실질적인 대화 협상 테이블 불참 등을 거론하면서 "우리는 아직 중국으로부터 더 광범위한 문제와 전략적 안정성을 구분하려는 의지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또 "우리는 북한과 이란의 핵 위협이 증가하고 있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북한에 대해 "지난해만 해도 김정은(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전술핵무기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무인 수중핵무기까지 모든 핵무기의 개발을 증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핵무기 보유를 목표로 삼겠다고 선언했다"고 소개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그(김 총비서)는 북한이 비(非) 핵(보유)국가들을 상대로 선제적으로 핵무기 사용을 허용하는 포괄적인 새로운 핵무력 정책법을 발표했는데, 이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의 직접적인 위반"이라면서 "그는 북한에서 그 어떤 기간보다 더 많은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가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한 이후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억제되지 않은 채 방치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냉전 이후 핵(억제) 기반에 생긴 균열은 매우 크고 깊으며, 오늘날 우리는 군비 경쟁을 막고 오해와 긴장고조의 위험을 줄이며 핵 위협으로부터 우리 국민과 전 세계 국민의 안전과 안보를 보장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과 해법을 요구하는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같은 목표와 새로운 전략, 이것이 전략적 안정성에 대한 우리 접근법의 핵심"이라며 "이는 억제 역량과 계획을 새롭게 하고, 새로운 군비통제 및 위험감소 수단을 발전시키는 2가지 주요 노력으로 구성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자체 억제력 강화를 통해 군비통제 협상 주도 △새로운 군비통제로 핵 능력에 대한 적국의 결정 제한 등 양면을 가진 '핵 동전(nuclear coin)'으로 표현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한미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후 악수하고 있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2023.4.2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한미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후 악수하고 있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2023.4.2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설리번 보좌관은 핵 억제 측면과 관련해 미국의 핵 프로그램을 현대화하고 있다면서도 "미국이 핵 전력을 성공적으로 배치하기 위해 우리의 핵전력을 경쟁국들의 총 핵전력보다 더 늘릴 필요는 없다. 효과적인 억제는 우리가 '더 많은' 접근법이 아니라 '더 나은' 접근법을 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우리는 앞으로 수십년 동안 우리의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최첨단 비핵 역량에 투자하고 있다"면서 우주 및 사이버 공간에 대한 투자 등을 언급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또 억제 전략 차원에서 동맹 강화 및 '확장 억제'를 거론하면서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 기간 한미 정상이 발표한 '워싱턴 선언'을 예로 들었다.

그는 "우리는 동맹을 더욱 심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핵 시대에 우리의 가장 큰 비확산 성과 중 하나는 확장억제라는 점을 항상 상기해왔다"면서 "이는 많은 파트너들에게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할 필요가 없다는 확신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일례로 지난 4월 조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과 함께 확장억제 공약을 포함한 철통같은 상호 방위 조약을 재확인했고, 잠재적 핵 위기시를 포함해 양국간 협력을 위한 더 많은 메커니즘을 구축하고 공동의 비확산 목표에 대한 재약속을 보여주는 워싱턴선언에 서명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들가 함께 동맹의 핵 억제 임무에 대한 광범위한 참여 보장부터 최신 핵폭탄을 투하할 수 있는 F-35 항공기 인증에 이르기까지 동맹의 핵 능력을 현대화하는 데 주력해 왔다"고 했다.

그는 "국내 핵 프로그램 활성화와 해외 동맹 복원에 이르기까지 이같은 모든 새로운 조치들은 그 자체로 필요하지만, 함께 고려할 때 같은 전략적 안정성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우리의 적들과 경쟁자들에게 미국과의 군비 경쟁이 기껏해야 비생산적이고, 최악의 경우 파괴적이라는 것을 보여줄 것이고 미국이 강력함과 자신감의 입장에서 군비통제 협정을 협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 및 러시아의 핵 위협 대응과 관련해 "미국은 러시아 및 중국과 전제조건 없는 양자 군비통제 논의에 관여할 용의가 있다고 밝혀 왔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전제조건이 없다고 해서 책임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핵 보유국들이 무모한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할 것이며, 우리의 적들과 경쟁국들이 핵합의를 준수하도록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뉴스타트 참여 중단 선언에도 불구하고 협정에 따른 핵탄두 배치 제한을 지키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우리는 전략적인 핵전력에 대한 개방적 경쟁을 하는 게 양국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데 동의한다. 우리는 러시아가 그렇게 하는 한 핵탄두 제한을 유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은 양국간 모든 이견이 해소되길 기다리기보단 지금 당장 러시아와 핵 위험을 관리하고 2026년 이후 군비통제 체제를 개발하기 위한 논의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2011년에 발효한 뉴스타트는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배치한 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략폭격기에 탑재할 수 있는 핵탄두수를 1550개로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

양국은 협정 준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상대국 핵시설을 사찰하고 1년에 두 번(3·9월) 각자 배치한 핵탄두와 운반체 숫자 등을 공유하게 돼 있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난 2월 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미국 역시 전날 이에 상응해 협정에 따라 서로 통보하게 돼 있는 미사일과 발사대 등의 상태나 위치를 이날부터 업데이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은 또 "미국이 동의할 수 있는 제한의 유형은 중국의 핵 증강 크기와 규모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그것이 우리가 경쟁을 관리하고 경쟁이 갈등으로 치닫지 않도록 중국과 전제조건없는 관여할 준비가 돼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중국이 외교적 논의를 위한 테이블 위에 있는 주제들 중 양국의 안보와 전 세계의 안보에 도움이 될 전략적 핵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관여를 기꺼이 포함시키길 바란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 영국, 프랑스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을 포함한 새로운 다자간 군비통제 노력에 기꺼이 관여할 의향이 있다"면서 "우리는 이같은 구조에서 군비통제 조치에 있어 위험 감소에 도달하는 게 쉽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가능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미국과 러시아간, 중국 및 러시아간 등 안보리 상임이사국들 중 일부가 상호 핵 협정을 맺고 있다며 "이같은 기존 협정들은 단편적으로 제한돼 있어, 우리는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국은 새로운 핵 시대의 규범을 설정하고 가치를 강화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