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지난 20일 '머니S'가 주최한 제17회 머니톡콘서트 '불황 파고 넘는 부동산 투자전략'에서 ' 상업·업무시설 경매시장 동향과 전망'을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장동규 기자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지난 20일 '머니S'가 주최한 제17회 머니톡콘서트 '불황 파고 넘는 부동산 투자전략'에서 ' 상업·업무시설 경매시장 동향과 전망'을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장동규 기자


"천하의 강남도 1차에서 유찰되는 때입니다. 마음을 급하게 갖지 않으셔도 됩니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지난 20일 '머니S'가 주최한 제17회 머니톡콘서트 '불황 파고 넘는 부동산 투자 전략'에서 '상업·업무시설 경매시장 동향과 전망'을 주제로 강연하며 경매 투자의 타이밍은 내년 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 대표는 최근 경매시장에서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매각가율) 통계를 산정하는 방식이 부정확하다고 지적했다. 겨울이나 장마철에 해당하는 1·2·7·8·11·12월은 경매시장 비수기이고 3~6월과 9~10월은 상승장인데, 올 2월 서울 경매 매각가율은 89.4%로 통계 집계 이래 2월 기준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는 연초 국내 경매 시장에 사람이 몰리거나 부동산 가격에 변화가 일어난 것이 아닌 일종의 통계상 눈속임이라는 게 강 대표의 분석이다. 지난 1월3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서울 강남 청담동에 위치한 백영청담빌딩(최초 감정가 976억4586만원)이 경매에 등장했다. 이는 당시 1517억원대에 매각됐으나 대금 미납으로 실제 매수가 이뤄지지 않았다.

대법원이나 경매정보업체 등은 낙찰자가 대금을 미납하기 전에 통계에서 제외하지 않는다. 즉 이 같은 비정상 거래 또한 통계에 반영되므로 타 낙찰자에게 피해가 가게 된다는 얘기다. 강 대표는 "한 달 만인 3월 서울 경매 매각가율은 80.7%로 떨어졌다"며 "2월에 다른 물건을 고가 낙찰받은 사람들은 통계 부정확성에 따른 피해자"라고 강조했다.

수익성 최고 '핫플' 성수동

강 대표는 최근 경매시장에서 낙찰된 상업?업무용 부동산 가운데 눈에 띄는 사례를 소개했다. 지난 4월6일 낙찰된 경기 용인시 수지구 25㎡(이하 전용면적) 오피스텔이다. 해당 물건은 지난 3월 수원지방법원에서 1회 유찰된 이후 최초 감정가 1억7400만원에서 30% 내려 최저 금액 1억2180만원에 매각이 진행됐다. 이날 입찰한 인원은 125명. 이는 한국에서 경매가 시작된 이래 역대 5위 안에 드는 응찰자 수라고 강 대표는 강조했다. 오피스텔만 놓고 보면 최고 경쟁률이다.


강 대표는 "오피스텔 특성상 세입자 월세가 발생하거나 두 번 이상 유찰돼 가격 경쟁력이 있어야 응찰자가 몰리는데, 이 경우 소유자가 거주하고 있음에도 125명이 몰린 건 비주거 부동산 시장에서 오피스텔에 대한 경매 참여자들이 관심이 높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5월16일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서 매각된 경기 광명시 하안동 소재 아파트 상가 내 지하 부분도 경매가 진행돼 최초 감정가는 11억6000만원이었다. 강 대표는 전용면적이 460.1㎡인 물건의 대지권이 1017.9㎡인 점에 주목했다. 집합건물은 대지권을 타 구분소유자들과 공유하게 된다. 전유 부분의 3분의 1에서 2분의 1 사이에 대지 지분이 정해지는 편이다. 해당 사례에선 대지 지분이 전유 부분의 두 배를 넘었다.


강 대표는 "단독주택도 대지 지분이 이렇게 넓은 경우는 흔치 않다"며 "유사 면적의 인근 상가가 2011년경 15억원에 거래됐는데 이를 고려하면 해당 물건의 감정가가 낮게 설정됐고 부동산 상승기를 지나면서 가격이 후행했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한 물건"이라고 덧붙였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 /사진=장동규 기자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 /사진=장동규 기자


서울에서 가장 주목받는 경매 '핫플레이스'로 강 대표는 성동구 성수동을 지목했다. 지난해 12월 경매시장에 나온 주유소 건물을 예로 들어 해당 매물은 대지 면적 944.5㎡, 건물 면적 277.08㎡로 감정가가 336억4774만원이었다. 강 대표는 "해당 물건의 특이한 점은 원소유자인 A형제가 이 토지 외에 강남 등지에 보유한 건물 3채와 주차장 등이 전부 경매로 넘어갔다"고 소개했다.

지난 2월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대지 면적 1510.3㎡, 건물 면적 7413.3㎡의 건물은 1178억1276만원에 경매로 나왔다. 매각가율의 106.36%인 1253억원에 단독 낙찰됐다. 지난달에는 A형제가 소유한 강남구 청담동 소재 주차장(대지 면적 456.1㎡, 건물 면적 449㎡)이 201억733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감정가는 233억3532만원으로 매각가율 86.45%였다. 앞서 강남구 청담동의 백영청담빌딩도 A형제 소유였다. 이들이 올해 경매를 통해 매각한 금액은 2704억원이다.

고가 땅의 비주거 부동산이 경매로 나오는 현상의 배경엔 상속 과정이 있을 수 있다고 강 대표는 추정했다. 그는 "상속 물건인 것으로 보이며 이들 소유의 강남권 상업·업무용 부동산이 또 있을 수 있다"며 "부모에게서 상속받은 매물 소유권을 형제와 나눠갖는 과정에서 공유분할의 소를 제기해 경매가 여러 건 진행된 것일 뿐 이들이 부동산 한파를 못이겨 건물을 연이어 매각한 것으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부동산 하락장 이제 시작… 장기전 가야"

경매 투자자가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해 강 대표는 "응찰자가 몰리는 물건이 아닌 낙찰가율과 매각 건수 등 실제 지표를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통상 두 번 이상 유찰된 물건은 적게 20~30명, 많게는 50~80명이 응찰하는데 현재처럼 부동산이 침체된 상황에서 반등 신호로 보면 안 된다는 의미다.

강 대표는 "경매 시장이 회복되기 전 신건 낙찰이 잦아진다"며 "지금은 '불패'라 불리던 강남도 1차에 바로 낙찰되는 일이 거의 없다 보니 적어도 내년 초를 노려보는 것이 좋겠다"고 부연했다.

기준금리 상승으로 집값이 본격 하락한 지난해 하반기부터 아직 1년이 채 지나지 않았음에도 바닥론이나 부동산 부양책이 거론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내놓았다. 강 대표는 "경매 건수가 늘면 부동산 시장은 상승장이 끝나가는 신호"라며 "전국 경매 진행 건수가 2021년 최저(12만4390건)를 찍고 늘어나고 있어 부동산 시장이 앞으로 회복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한 셈"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