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시세] "요즘 군대 달라졌다고요?"… 전역자가 전하는 '그곳'의 기억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방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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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0 | 11: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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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편집자주]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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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생활 25년을 맞아 이런 점심상은 처음."
한 육군 간부가 군대 급식에 찬사를 보내면서 쓴 글이 지난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됐다. 그는 초복을 맞아 맛있는 특식을 요리해준 직원과 병사에게 고마움을 전하면서 닭 한 마리가 들어간 삼계탕을 공개했다.
지난 2021년 군 급식이 부실하다는 폭로가 터지자 국방부는 급히 급식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이후 해당 일화처럼 많이 발전된 급식이 소개되면서 부실문제가 잠잠해졌으나 최근 군대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격리 시설에서 또다시 부실한 급식이 제공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음식뿐 아니라 넷플릭스 드라마 'D.P.' 성공 이후 화두에 올랐던 군대 문화도 완전한 발전을 이뤘다고 평가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대의 어두운 면을 가감없이 보여준 이 드라마가 호평받은 이유는 군대 내 악습을 겪은 군필자들이 현실과 같은 상황에 몰입하고 공감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 군대는 어떨까. 아직도 그대로일까, 아니면 많이 나아졌을까. 머니S가 최근 군대를 전역한 남성들을 만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코로나 시절 입대… 훈련소 생활은 지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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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던 시기 육군에 입대한 최모씨(남·23)는 인간 대접을 받지 못한 논산훈련소 시절이 가장 혹독했다고 회상했다. 오후 2시에 입영해 하염없이 대기하다 밤 9시가 되자 생활관에 들어간 데다 당시 화장실조차 부족해 훈련병들은 깃발을 흔들면서 차례차례 들어가야 했다.
최씨는 훈련소 시절 2주 동안 씻지 못했다.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한다는 명목에서다. 그는 "양치, 샤워, 세수 다 못했다"며 "(코로나19 여파로) 밥 먹고 가만히 있는게 일과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비닐막을 쳐서 가축처럼 대우받았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고된 훈련소 생활을 마친 최씨는 자대 배치를 받았지만 또 다른 난관과 마주했다. 이유도 모른 채 툭툭 때리는 선임을 만난 것. 최씨는 가족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구타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이등별 시절 친분도 없는 최고참이 계속 때렸다"며 "진짜 아픈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상급자 아닌가"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때리는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상급자 눈치를 봐야 했던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언급했다.
최근 군대 분위기에 대해 묻자 그는 "그래도 20군번부터 문화가 바뀌면서 악습이 없어지는 추세"라며 "군대 문화가 바뀌는 과도기인 것 같다"고 전했다.
계획만 번지르르…아직도 많은 보여주기식 훈련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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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시절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로 '양구 훈련'을 꼽은 김모씨(남·23)는 산속에서 밤새 진행된 그날을 아직도 뚜렷이 기억한다. 강원도 양구 소재 산에서 진행된 해당 훈련은 규모가 상당히 큰 일정 중 하나였다. 김씨는 이 훈련에 대해 "계획만 놓고 보면 전쟁영화를 찍을 것 같았으나 사실상 가만히 앉아 좌우를 두리번거리다가 왔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군대에서는 A를 하라고 한 뒤 갑자기 B를 하라는 경우가 다반사였다"며 "똥개 훈련시키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아직도 보여주기식 훈련이 너무 많다고 지적한 그는 "양구가 낮에는 덥고 밤에는 엄청 추운데 설상가상 비까지 와서 계속 비 맞은 채로 덜덜 떨었다"고 전했다.
김씨는 "비는 계속 오는데 후속 조치가 없어 수많은 벌레와 함께 새벽 내내 추위에 떨면서 방치됐다"며 "겨우 판초우의(군용 우의)를 뜯어 텐트로 만들어 썼다"고 회상했다.
그럼에도 김씨는 군 생활을 돌아보며 "예의를 배웠다"고 밝혔다. 그는 "상하 체계가 확실한 곳이어서 '다나까' 말투를 써야 한다"며 "자연스럽게 상급자를 어떻게 존중하는지 배웠던 시간"이라고 전했다. 김씨는 "다시 생각해보면 군대에서 보냈던 모든 시간은 사회생활할 때 유용하게 쓰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미필일 때보다 상사를 대하기 수월해졌다"고 군 생활이 헛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음식도 문화도… 점점 나아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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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씨(남·22)는 군생활 중 가장 행복했던 날로 한 달에 한 번씩 돌아온 삼겹살데이와 생일, 그리고 전역일을 꼽았다. 평소 고기를 좋아하는 대식가 이씨는 "군 생활 중 늘 배고팠다"며 "그래서 한 달에 한 번 삼겹살 굽는 날을 기다렸다"고 전했다. 이씨는 "특히 주말마다 나왔던 빵식의 양이 성인 남성 기준으로 정말 부족했다"며 "빵식이 나올 때면 오전 10시30분에 다같이 PX로 우르르 몰려가 허기진 배를 보충하곤 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그는 "상병일 때까진 음식이 맛없었는데 전역할 즈음 진짜 맛있어졌다"며 "요즘은 군대에서 음식도 잘 챙기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고 변화된 군대 문화의 흐름을 전했다.
이씨는 "생일날 동기들이 생일 케이크로 축하해줬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케이크가 퍽퍽해도 그때만큼은 정말 행복했다"고 추억했다. 이씨는 "그래도 가장 행복한 순간은 전역할 때였다"며 "앞으로 군대 안에서 서로 응원하는 문화가 자리잡았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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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