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으로 몸살 앓는 게임업계… 저작권 분쟁 확산
[머니S리포트-게임업계 IP 전쟁①] IP 베끼기·훔치기 '도마'… 법적 분쟁 과열로 업계 활력 위축 우려
양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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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게임업계에 지식재산권(IP) 전쟁이 발발했다. IP를 베끼거나 유출하는 행위가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소송전이 이어지고 있다. 법적인 부분을 넘어 양심의 문제라는 말이 나오는데도 이러한 행태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게임업계 불황이 지속 되는 상황 속에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우수 IP를 확보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분쟁이 지속되면 게임업계의 성장 동력이 악화할 수 있는 만큼 표절을 근절할 수 있는 방안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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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게재 순서
① 소송으로 몸살 앓는 게임업계… 저작권 분쟁 확산
② 이래도 되나… 근절되지 않는 'IP 베끼기' 게임업계 취약한 이유
③ 표절로 얼룩진 K-게임, 세계 시장 주도권 잡으려면
① 소송으로 몸살 앓는 게임업계… 저작권 분쟁 확산
② 이래도 되나… 근절되지 않는 'IP 베끼기' 게임업계 취약한 이유
③ 표절로 얼룩진 K-게임, 세계 시장 주도권 잡으려면
게임업계의 지식재산권(IP)을 둘러싼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IP 저작권을 침해당한 기업들은 권리를 지키기 위해 소송전에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가 끝나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업계 전반으로 번진 법적 다툼이 성장 동력을 떨어지게 할 것이란 우려다.
넥슨 기술 유출에 분노… 'IP 빼가기'로 몸살 앓는 게임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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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불황에 빠진 게임업계가 'IP 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자신들의 IP를 훔쳐 가거나 베꼈다는 이유로 고소와 고발이 빗발치고 있다. 국내 대표 게임사 3N(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도 모두 소송전에 참전했다.
넥슨은 전직 직원의 IP 유출건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신생 게임개발사 아이언메이스를 설립한 최모씨가 자사 개발팀으로 일하던 중 미출시 게임 프로젝트 P3 데이터를 유출해 생존 어드벤처 게임 '다크앤다커'를 개발했다며 지난 2021년 8월 최씨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경찰에 형사 고소했다.
경찰은 아이언메이스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제수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지난 7월 말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최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이 이를 청구했으나 법원이 기각했다. 수사는 불구속 상태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아이언메이스 법인과 최씨, 명목상 대표인 박모씨 등을 상대로 다크앤다커 서비스를 막아달라는 취지의 영업비밀 및 저작권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아이언메이스 역시 넥슨의 영업방해를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하며 맞불을 놨다.
넷마블은 국내 게임사 마상소프트와 대치 중이다. 마상소프트는 넷마블 IP '세븐나이츠'가 자사 'DK 온라인'의 게임엔진을 활용해 개발됐다고 주장하면서 자사 저작물의 복제물을 폐기하고 애플리케이션(앱) 마켓에서 관련 저작물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2억원의 손해배상도 함께 청구했다.
법원은 넷마블의 손을 들어줬다. 두 게임 장르 및 전투 방식 등 핵심 구성 요소가 다르다고 판단했다. 마상소프트는 넷마블이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1심 판결에 불복해 최근 항소장을 제출했다.
만연했던 IP 베끼기… 엔씨-웹젠 소송으로 경종 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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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엔씨)는 웹젠과 물러설 수 없는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엔씨는 2021년 6월 웹젠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R2M'이 자사 모바일 게임 '리니지M'을 모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엔씨의 손을 들어주며 웹젠의 R2M 서비스 중단과 엔씨에 대한 손해배상을 판시했다. 리니지M과 R2M의 디자인, 게임 규칙의 유사성은 저작권 위반이라고 보지 않았으나 리니지M의 여러 구성 요소와 선택, 배열, 조합을 구현한 엔씨의 노력은 '성과물'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이번 판결로 하나의 장르로 불리던 리니지 라이크(리니지와 유사한 게임)의 무분별한 확산에 제동이 걸렸다. 게임업계 내 만연했던 IP 베끼기에 경종이 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측 모두 항소를 제기해 2심에서 시시비비를 제대로 가릴 전망이다.
또 다른 리니지 라이크 '아키에이지 워'를 서비스 중인 카카오게임즈도 긴장하고 있다. 엔씨는 지난 4월 아키에이지 워가 리니지2M 콘텐츠와 시스템을 다수 모방했다며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소장(민사)을 법원에 냈다.
엔씨가 웹젠을 상대로 승소하면서 카카오게임즈와의 법적 분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됐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앞으로 엔씨소프트와의 소송에 충실히 임하겠다"고 했다.
게임사 간 법적 공방 격화… "업계 활력 떨어질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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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는 코로나19 이후 경영 악화를 겪으면서 침체기를 맞았다. 신작을 선보여 실적 개선을 이뤄야 하는 만큼 갈 길이 급하다.
게임사들의 법적 다툼이 과열돼 소모적 분쟁으로 전체 업계의 활력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게임업계 관계자 A씨는 "소송전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며 "업계 전반적으로 실적이 좋지 않아 피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인데 법적 다툼으로 발목이 잡힌 것 같다"고 했다.
언젠가는 넘어야 할 산이라며 건설적인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게임업계에 IP 관련 표절이나 훔치기 등 문제가 만연했던 만큼 관련 법안 등을 제정해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게임업계 관계자는 "저작권 문제는 계속 언급됐지만 인정받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갈등적 양상이 지속돼 온 것이 사실"이라며 "이제라도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기존 IP를 차지하기 위해 힘을 쏟기보단 새로운 IP 발굴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신작 부재와 글로벌 경영위기 장기화로 다급해진 게임사들이 IP 확보에만 사활을 거는 행태가 아쉽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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