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소속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 2023.05.31/ ⓒ 로이터=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미국 민주당 소속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 2023.05.31/ ⓒ 로이터=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미국 연방 상원 외교위원장이자 민주당내 중진인 밥 메넨데스 상원의원(뉴저지)이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됐다.


뉴욕 맨해튼 연방지검은 22일(현지시간) 메넨데스 의원과 부인 내딘 메넨데스를 뇌물 혐의로 기소하면서 현금과 금괴 등을 증거물로 압수한 사실을 공개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NYT가 공개한 39페이지 분량의 공소장에 따르면 메넨데스 의원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미국 내·외의 광범위한 부패 계획에 영향을 미치는 대가로 수십만 달러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메넨데스 의원 부부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뉴저지의 유명 부동산 개발업자, 이집트 관련 할랄 육류 인증 회사 대표 등 3명을 함께 기소했다.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은 지난해 6월 메넨데스 의원의 자택 압수수색을 통해 옷장 등에서 현금 48만 달러(약 6억4000만원)와 10만 달러(약 1억3000만원) 상당의 금괴를 발견했다.


현금은 대부분 봉투에 담긴 채 옷장, 금고에 숨겨져 있었으며, 메넨데스 의원의 이름이 적힌 재킷 안에서도 현금 봉투가 발견됐다고 공소장은 설명했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메넨데스 의원 부부가 뇌물로 받은 가구와 고급 차량도 발견했고, 주택 대출금도 이들 사업가들에게 대납시켰다고 밝혔다.


메넨데스 의원은 자신에게 고급 승용차를 준 뉴저지 사업가에 대한 검찰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뉴저지 연방검찰청장 인사에 개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넨데스 의원은 지난 2021년 인사권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필립 셀린저 변호사를 추천했고, 실제로 셀린저 변호사가 뉴저지 연방검찰청장으로 임명됐다.

공소장은 메넨데스 의원이 자신의 영향력을 받을 수 있다고 믿은 사람을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셀린저 검찰청장은 메넨데스 의원의 희망대로 뉴저지 사업가에 대한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메넨데스 의원은 자신에게 뇌물을 준 사업가와 이집트 정부의 계약을 돕기 위해 이집트 정부에 미국 정부의 민감한 정보를 건네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의 기소 사실이 공개된 뒤 메넨데스 의원은 성명을 통해 "지역구 사무소의 정당한 일상 업무에 대해 검찰이 거짓주장을 하고 있다"며 "모든 사실이 제시되고 나면 이 문제가 성공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메넨데스 의원 부부는 오는 27일 뉴욕 맨해튼연방법원에 출석해 기소인부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메넨데스 의원은 과거에도 뇌물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지난 2015년 100만 달러(약 13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지만, 배심원단의 불일치 평결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1982년 뉴저지 유니언시티 교육위원회에서 근무했던 메넨데스 의원은 시장이 마피아로부터 뇌물을 받은 사실을 폭로한 뒤 지방의원으로 당선됐고, 이후 시장과 연방 하원을 거쳐 상원에 입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