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경제 위기 막아낸 공산주의자 나폴리타노 전 대통령 별세
지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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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처음으로 재선에 성공한 조르조 나폴리타노 전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로마에서 향년 98세로 눈을 감았다. 뉴욕타임스(NYT)는 이탈리아 공산주의를 사회민주주의 운동으로 완화하는 데 기여한 인물로 평가했다.
이탈리아 안사(ANSA)통신은 이날 나폴리타노 전 대통령의 별세에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조르자 멜로니 현직 총리는 "가족들에게 깊은 조의를 표한다"고 했다.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은 "이탈리아와 유럽의 사회 발전, 평화와 진보를 위해 중요한 전투를 벌였다. 노동자의 직장 내 사망이라는 악순환에 맞서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고 추도했다.
나폴리타노 전 대통령은 1925년 6월29일 나폴리 귀족 집안에서 태어났다. 무솔리니의 파시즘 독재에 염증을 느꼈던 그는 나폴리 대학에 다니며 저항 운동가로 활동했다.
1945년 이탈리아 공산당(PCI)에 가입해 1953년 하원의원으로 선출된 게 정치 인생의 시작이었다. 당시 그는 열렬한 공산주의자. 당내 소련의 헝가리 침공에 반대한 당내 세력을 맹비난하기도 했다.
1970년대에서 1980년대에는 공산당 중앙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경제 및 외교, 문화 관련 정책에 관여했다. 하지만 나폴리타노 전 대통령과 공산당은 소련식 공산주의에서 멀어지기 시작했고 1991년 공산당을 해체하며 완전히 결별했다.
이후 공산당은 기독교민주당과 합당해 민주당이 됐으며 나폴리타노 전 대통령은 민주당원으로서 하원 의장이 됐다. 첫 대통령직 임기는 2006년 시작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탈리아 국민과 국제 전문가들은 그를 현실적이고 솔직한 지식인으로 평가한다. 대통령 임기 9년과 의회에서 보낸 38년 동안 그는 수십 권의 책을 저술했다. 뉴욕타임스는 "이탈리아 공산주의를 사회민주주의 운동으로 완화하는 데 기여한 인물"이라고 했다.
재선 때는 이탈리아의 경제 위기 상황이었다. 2011년 이탈리아의 공공부채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세금과 물가 상승, 임금 및 연금 삭감이 예상되는 등 악화일로였다. 경제학자들은 이탈리아 경제의 붕괴를 우려할 정도였다.
나폴리타노 전 대통령은 고령을 이유로 연임을 만류했으나 마리오 몬티 과도 총리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등 정계 지도자들의 부탁을 뿌리치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수개월에 걸쳐 세금 인상, 연금 개혁 등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부채 상환 능력을 올려 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하는 데 주력했다. 이같은 전략은 이탈리아 재정을 안정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전 총리,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전 대통령 등도 그의 리더십을 지지했다.
나폴리타노 전 대통령은 2015년 같은 당 출신 엔리코 레타를 대통령 후보로 지명하고 1월14일 사임했다. 이후 종신 상원의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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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용준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2부 제약바이오팀 지용준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