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픔 저도 알아요"…정신질환 치유 돕는 동료지원가 장영준씨
장영준 서울시 정신건강복지센터 동료지원가 인터뷰
"정신질환 극복할 수 있어…누구나 관리받을 수 있길"
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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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준 서울시 정신건강복지센터 동료지원가가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고 있다.ⓒ 뉴스1 |
(서울=뉴스1) 정지윤 원태성 기자 = #학창시절 경험한 따돌림의 충격은 컸다. 견디다 못해 학교를 자퇴하고 20년 가까이 사람들과 관계를 끊었다. 트라우마로 인한 정신질환은 더욱 심해졌다. 시간은 흐르고 세상은 변했지만 어두운 방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장영준씨(46)는 그의 말을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어떠한 말도 먼저 꺼내지 않았다. 그랬더니 변화가 생겼다. 20년 가까이 사람 관계를 끊었다던 내담자가 스스로 장씨를 찾아왔다. 상담실로 들어와 장씨에게 속내를 털어놓으면서 "고통을 잊는다"고 말했다.
장씨는 그의 말을 들으며 자신의 경험을 직면했다. 그 역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그래서 내담자의 처지를 누구보다 공감할 수 있었다.
장씨의 직업은 동료지원가다. 정신질환을 겪었던 이가 같은 질환을 겪는 다른 이에게 회복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또 들어주는 직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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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
◇ 어머니 죽음에 정신질환…"관리 받으면 극복할 수 있어"
"직접 겪었기 때문에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어요."
장씨 또한 고교 시절부터 25년간 정신질환을 앓았다. 유전적 소인으로 발병 가능성을 갖고 있던 그에게 어머니 죽음의 고통과 학업 스트레스가 찾아오며 증상이 나타났다.
장씨는 친척의 도움으로 일찍 병원을 찾아 조기정신증 판단을 받을 수 있었다.
장씨는 "저는 꾸준히 관리를 받아왔기 때문에 극복할 수 있었지만 모든 정신질환자가 그런 것은 아니다"라며 "운이 좋아야 일찍 발견하고 관리받을 수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동료지원가 역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장씨는 "정신질환자에게는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지만 의사들이 많은 환자를 상대하다 냉정하게 얘기하거나 환자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할 때가 있다"며 "우리는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그 장벽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장씨는 "내담자들은 우리가 자신들과 같은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공감을 하면서 마음의 문을 연다"면서 "그때 우리는 경험을 토대로 질환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는 방법을 알려주고 그들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도와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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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정신질환을 관리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뉴스1 |
◇ "정신질환 누구나 관리받을 수 있는 사회 되길"
장씨는 정신질환자 모두가 초기부터 치료받고 관리 받을 수 있는 사회를 꿈꾸고 있다.
그는 정신질환이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이들뿐 아니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장씨는 "유전적 소인을 가진 사람보다 트라우마나 큰 스트레스 등 개인적 아픔으로 인해 정신과를 가거나 약을 먹는 사람이 더 많다"며 "정신질환은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발병했는데 모르고 있거나 정신과를 가보려다가도 '한번 참아보자' '정신력으로 이겨보자'라는 생각으로 조기 발견과 치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병원에 가는 것도 문턱이 낮아져야 하고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등록해 담당 사례 관리를 받는 것도 눈치를 보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누구나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정신질환을 관리받고 치료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소박한 바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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