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SK텔레콤이 본격적인 인공지능(AI) 컴퍼니로 변신을 추진 중인 가운데 통신 기업으로의 부담도 안고 있다. /사진=SK텔레콤
통신사 SK텔레콤이 본격적인 인공지능(AI) 컴퍼니로 변신을 추진 중인 가운데 통신 기업으로의 부담도 안고 있다. /사진=SK텔레콤


통신사 SK텔레콤이 본격적인 인공지능(AI) 컴퍼니로의 도약을 천명했다. 관련 분야 투자금을 3배 이상 증액해 2028년 매출 2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기존 통신사업자로서 짊어진 무게가 상당하고 정부의 역할 주문도 만만치 않아 AI 청사진이 순조롭게 이어질지 관심이 모인다.


SK텔레콤은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SKT타워 수펙스홀에서 AI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사의 'AI 피라미드'를 소개했다. AI 피라미드는 AI인프라·AI전환(AIX)·AI서비스 3대 영역으로 나눠 일상의 AI 혁신을 추진하는 전략이다.

앞으로 AI 투자를 대대적으로 확대해 기존 수익 창출 방식을 AI로 바꿀 방침이다. 이어 AI 회사 인수합병(M&A)을 통해 관련 매출을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유영상 대표는 이날 "AI 관련 투자 비중을 12%에서 33%로 약 3배 확대하겠다"며 "이를 통해 지난해 매출 17조원 가운데 약 9% 수준(약 1.5조원)이었던 AI 관련 매출을 2028년 9조원(예상매출 25조원의 36%)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를 위해 SK텔레콤이 넘어야 할 산이 있다. 통신 기업으로서의 무게감이다. 최근 정부의 통신비 가계 부담 인하 정책으로 더욱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해야 하는 데다 지지부진한 인프라 투자 역시 고민거리다.

정부, 통신 기업 정체성 강조… SK텔레콤 AI 컴퍼니 순항할까

SK텔레콤 직원이 서울 명동에서 5세대 이동통신(5G) 기지국 안테나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SK텔레콤 직원이 서울 명동에서 5세대 이동통신(5G) 기지국 안테나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에 이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까지 5세대 이동통신(5G) 요금 인하를 강력하게 추진 중이다. 여러 번 세분화된 5G 요금제가 등장했지만 3만원까지 내려간 최저 요금제가 나올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최근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 대표들과 상견례 자리에서 "고가요금제·고가단말기 위주의 판매정책으로 국내 통신비가 국제적 수준에 비추어 저렴하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이 있어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요금제 종류가 부족하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네트워크 설비 투자비인 CAPEX 부담도 여전하다. SK텔레콤은 2019년 3조7400억원, 2020년 3조200억원, 2021년 3조원을 지출했고 작년엔 3조원을 쏟아부었다. 지난 1분기 1340억원으로 전년보다 32% 감소했지만 2분기엔 전년과 견줘 2.4% 증가한 8260억원을 투자했다.


통신 인프라 확충도 손을 놓을 수 없다. SK텔레콤은 올해 28기가헤르츠(㎓) 기지국 5059대를 구축했지만 정부 기준에는 미달해 해당 주파수 대역을 반납했는데 정부는 제4통신사를 추진하면서 기존 통신사를 압박했다.

SK텔레콤은 네트워크 투자에 대한 정부 기준이 엄격하지만 AI 사업 역시 그만큼 중요한 사업으로 여겨달라는 입장이다.

유 대표는 "(정부가) SK텔레콤을 네트워크 투자하는 회사로만 보고 있어서 곤란하다"며 "텔코(TELCO·통신기업)에서 AI 컴퍼니로 전환하는 것이고 네트워크도 전후방 효과(산업발전이 다른 산업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가 크지만 AI 투자가 더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AI 투자를 늘리는 일도 네트워크 투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유 대표는 "AI에 더 많이 투자해도 전후방 산업 효과를 못 만드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