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10곳 중 9곳 '조합 방식' 선택… "주인의식 있지만 전문성 부족"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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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1 | 04: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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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조합원들의 선호도에 따라 부담 가능한 사업비 내에서 비용 대비 최고의 품질로 불필요한 지연 없이 신속하게 끝나는 공사를 성공적인 정비사업으로 정의한다. 현재 정비사업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조합 방식은 토지주 의견수렴이 쉽고 가장 익숙한 사업방식이지만 시행 측면에서는 단점이 많아 개선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21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건설동향브리핑 932호'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에 따른 재개발·재건축사업의 원칙적인 시행자는 조합이다. 조합이 시행하는 사업은 지난해 10월 기준 전체 정비사업의 91%에 이를 정도로 가장 보편적인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조합 방식을 택하면 사업과정 전반에서 타 시행방식 대비 조합원 의견수렴이 가장 잘 될 수 있다. 조합원이 집행부를 선출하며 불신임 시 해임이 가능하고 조합장에게 상당한 권한이 위임돼 있지만 주요 사안은 대의원회나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1983년 합동재개발 도입 이래로 가장 보편적인 기성시가지 재생 방식이므로 일반인들에게 가장 익숙하다.
조합원 동의를 받기 유리할 뿐 아니라 수많은 사례와 판례가 존재하기에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다. 조합 운영과 시행 업무를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조합장·직원 급여와 협력업체 용역 비용이 수반되긴 하지만 시행을 위탁할 때 발생하는 수수료보다는 훨씬 저렴하다. 조합 임원은 조합원들에게 가장 이익이 되도록 사업을 추진할 의무가 있으며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다면 선거 등을 통해 견제받는 구조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품질 향상이나 개발이익 극대화를 위해 노력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단점도 많다. 역량 있는 개발회사의 경우 자체 자금을 활용해 협력업체를 운용하는 데에 큰 무리가 없지만 조합은 선정한 정비사업 전문관리업체(정비업체)나 건축설계사 등에 계약금마저 지불하지 못하는 일이 잦으며 협력업체로부터 조합 운영비를 빌리는 경우도 많다. 용역비와 대여금은 시공사 선정 후 지급·반환되는 구조이기에 사업성이 양호하지 못한 사업장에는 용역사들이 참여를 꺼리게 돼 사업 지연의 원인이 된다.
공동주택 건설사업을 성공적으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도시·건축 관련 인허가 전반과 법률, 세무, 회계 등의 지식이 필요하다. 건설공사의 발주자로서 제때 의사결정을 하고 요구사항을 적절히 전달하기 위해선 상품설계와 건설사업관리와 관련한 고도의 전문성도 요구된다. 조합은 대체적으로 이러한 전문성이 부족해 사업 지연이나 사업비 상승, 품질 저하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집행부 비리 문제도 빈번하다. 공동주택단지 조성은 크게는 조 단위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거대한 규모의 사업이다. 비리나 대리인 문제가 잘 관찰되지 않는 일반 개발회사와 달리 조합시행 방식은 처벌이 강화되고 지속적인 실태점검 시행에도 여전히 불법행위가 일어나곤 한다.
많게는 수천 명에 달하는 조합원들이 동업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조합원 간 생각과 경제적 상황이 상이하기에 분쟁도 자주 발생한다. '1인 1표' 방식으로 의사결정이 내려지는 구조 속에서 수시로 비대위가 등장하고, 조합장 해임 발의가 발생하는 등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조합시행 방식은 조합원들의 선호와 니즈 반영이라는 측면에선 비교적 강점을 갖추고 있으나 사업비, 품질, 사업기간을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하다"며 "최근 주목받고 있는 신탁방식 또한 과도한 수수료, 검증되지 않은 시행건설사업관리(CM) 역량 등의 단점이 존재하고 공공참여 방식 또한 정권이나 정책 변화에 따른 리스크가 존재하기에 조합 방식은 각종 개선 필요 사항에도 향후 장기간 시행방식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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