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묘년 '1조 클럽' 증권사 없다… 리더십 교체 속 조직개편 속도
[머니S리포트-답답한 계묘년, 갑진년 재도약 기회①] 실적 악화에 미래에셋·한투·메리츠·키움 수장 교체
이남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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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연말을 맞아 금융투자업계에 세대교체 바람이 분다. 주요 증권사들은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고 조직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편으로 일제히 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자산관리(WM) 부문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자산운용사들은 350조원을 돌파한 퇴직연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미국 S&P 등 선진 지수를 추종하는 다양한 ETF(상장지수펀드) 판매에 열을 올린다. 최근 글로벌 증시 반등 속에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은 갑진년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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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게재 순서
① 계묘년 '1조 클럽' 증권사 없다… 리더십 교체 속 조직개편 속도
② 증권사, 부동산PF 직격탄에 WM강화로 돌파구 마련
③ [르포] "VIP 모십니다" 증권사 WM 특화센터 가보니
④ '350조' 퇴직연금 선점 총력… 갑진년 ETF 투자 전략 키워드
① 계묘년 '1조 클럽' 증권사 없다… 리더십 교체 속 조직개편 속도
② 증권사, 부동산PF 직격탄에 WM강화로 돌파구 마련
③ [르포] "VIP 모십니다" 증권사 WM 특화센터 가보니
④ '350조' 퇴직연금 선점 총력… 갑진년 ETF 투자 전략 키워드
계묘년 검은 토끼의 도약을 꿈꿨던 증권사들이 올해 암울한 성적을 거뒀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회사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1조원을 밑돌 전망이다.
2020년 미래에셋증권이 첫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연 데 이어 2021년 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키움증권이 '1조 클럽'에 입성했으나 올해는 전무하다.
지난해 유일하게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했던 메리츠증권도 올해 당기순이익이 7805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급격한 금리인상에 따른 투자심리 악화, 거래대금 감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축소, 대규모 충당금 적립 등 수많은 악재 속에 실적이 줄어든 탓이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미래에셋과 한국투자, 삼성, KB, 키움 등 주요 증권사 10곳의 영업이익 합계는 올 1분기(1∼3월) 2조3332억 원에서 2분기(4∼6월) 1조4865억원, 3분기 1조3582억원으로 하락세다.
올해 실적이 저조한 증권사들은 갑진년 청룡의 기운을 담은 높은 비상을 꿈꾼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증권은 수장을 바꾸고 조직개편에 나섰다.
나머지 증권사들도 부동산PF와 IB(투자은행)에 쏠렸던 수익구조를 개편하고 자산관리(WM)와 디지털 등 신성장 동력 확보에 주력한다.
창업 공신 떠나고 '젊은 CEO' 발탁
미래에셋증권은 창업 공신 최현만 대표가 현직에서 물러나고 김미섭 부회장과 허선호 부회장이 새 대표에 앉았다. 미래에셋증권은 김 대표 선임을 앞두고 부동산 조직을 슬림화하는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지난달 7개 본부가 있던 부동산 사업부를 4개 본부로 통폐합하고 투자개발 부문과 프로젝트금융 부문을 대체투자금융부로 합쳤다. 부동산사업부의 직위도 대표에서 본부장으로 한 단계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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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동산 불황이 손실로 이어져 부동산 사업부를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3분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5.5% 늘어난 1731억원을 기록했으나 부동산PF 충당금이 반영되면서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29.8% 줄어든 768억원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도 5년 만에 새 수장을 맞았다. '정통 IB맨' 정일문 대표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부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발탁했다. 김성환 사장은 LG투자증권을 거쳐 2004년 한국투자증권에 합류했다. PF·채권운용·IB·경영기획·리테일 등을 두루 총괄하며 금융투자업 전 부문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국투자증권은 신임 대표 선임에 따라 이달 내부 조직개편이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한국투자증권은 조직개편을 통해 IB그룹을 4개 본부로 확대 개편하고 업무 커버리지를 늘린 바 있다.
메리츠증권은 최고리스크책임자(CRO) 경험이 있는 장원재 사장을 대표로 선임했다. 이에 기업금융·부동산금융·PF 등으로 구분했던 기존 IB 3본부가 1사업본부 중심으로 통합됐고 기존 1본부장을 겸임했던 이세훈 부사장이 IB사업총괄본부장으로 선임됐다. 통합본부가 IB사업과 리스크를 관리·총괄하는 체제로 개편되면서 2본부와 3본부는 사업팀 규모로 줄어든 상태다.
삼성증권은 장석훈 사장 후임 대표이사로 박종문 삼성생명 자산운용부문 사장을 내정했다. 박종문 사장은 삼성생명 금융경쟁력제고 태스크포스(TF)장 출신이다.
하나증권은 최근 정영균 신임 IB그룹장을 선임하면서 분위기 전환을 꾀하고 있다. 정 그룹장은 하나증권 출신으로 15년을 재직하다가 지난 2015년 삼성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삼성증권의 대체투자 부문 성장을 이끌어왔다. 친정에 복귀한 정 그룹장은 하나증권의 초대형 IB 도약을 위한 준비 작업을 주도할 전망이다.
한화투자증권은 기존 IB본부를 IB1부문과 IB2부문으로 나눠 신설된 IB2 부문이 IPO 등을 전담하도록 했다. 하이투자증권은 내부 감사에서 부동산 PF 부문 투자 손실이 드러나면서 담당 사장을 포함해 7명의 임원이 한꺼번에 옷을 벗었다.
키움증권은 차기 대표이사에 엄주성 전략기획본부장(부사장)을 내정했다. 지난 4월 차액결제거래(CFD) 서비스를 이용한 '라덕연 사태'에 이어 영풍제지 사태 등을 통해 리스크 관리 부실이 드러나면서 내부통제 강화가 시급하다. 엄 부사장은 1993년 대우증권에 입사해 증권업과 인연을 맺은 뒤로 자기자본투자(PI)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쌓았다. 키움증권에는 2007년 PI 팀장으로 합류했다.
키움증권이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로 떠안아야 할 손실은 4333억원으로, 상반기 지배주주 순이익(4248억원)을 뛰어넘는다.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손실액을 4분기 실적에 반영할 계획이다. 이 경우 키움증권은 적자 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엄주성 부사장은 차기 대표로 내정된 후 "그동안 키움증권이 성장하면서 돌아보지 못했던 리스크관리 부문을 강화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점포 통·폐합, 디지털 자산관리 강화
증권업계의 내년도 경영전략 키워드는 자산관리(WM)와 디지털이다. 증권사들이 점포 수를 줄이면서도 고액 자산가를 타깃으로 하는 점포는 오픈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친다.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 증권사의 국내 지점(영업소 포함) 수는 842개로 1년 전 899개와 비교해 57곳이 줄었다. 지난 6월 말(853개) 대비로는 9개 지점이 감소했다. 증권사 점포는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2019년 말 1026곳에 달했던 증권사 점포는 지점 간 통폐합을 거치며 2020년 981개, 2021년 920개, 2022년 883개로 꾸준히 줄었다.
증권사들은 점포를 줄이는 대신에 통합·이전하는 모습이다. 최근 미래에셋증권은 명동 지점을 광화문으로, 서울산은 울산지점으로 삼성역은 테헤란밸리 지점으로 각각 통합했다. 지난달에는 용산·마포, 통영·거제 지점을 통합했고 이달에는 잠실새내역 지점을 투자센터 잠실로 통합 이전했다. 군산·전주, 안동·북대구 지점도 이달 중순께부터 통합 운영하고 있다.
NH투자증권 역시 지난 7월 구로 지점을 본사 소재 여의도 영업부금융센터로 통합한 것을 시작으로 부산 동래, 분당 미금역 지점, 인천·부평 지점 등을 줄줄이 통합·이전했다. 지난달에는 광주지역 3개 지점을 한 곳으로 통합했다. 대신증권은 오는 12월 말 신촌·사당·광화문 지점과 여의도영업부를 합친 통합 점포를 여의도에 신설할 계획이다.
몸집을 줄인 증권사들은 디지털 플랫폼과 서비스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는다. 인공지능(AI) 기술 고도화로 다양한 자산관리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지면서 디지털이 경쟁력이자 자산관리의 수단이 될 것이란 판단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 10월 자산 1억원 이상 디지털 우수고객을 위한 '디지털케어 플러스'를 출시했다. 자산 분석 서비스와 더불어 대기 없이 디지털 상담사와 통화할 수 있는 '바로 연결' 서비스, 보유종목 리포트 요약과 중소형주 탐방 노트 등 보다 섬세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8월 비대면 고객을 상대로 전담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PB 센터를 설치했다. AI PB, 로보 어드바이저 등 다양한 방식의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해 최근 1년 동안 1억원 이상 자산을 보유한 고객 수가 38% 늘었다.
삼성증권이 지난해 선보인 1억원 이상 자산 보유 디지털 고객 전용 서비스 'S라운지(S.Lounge)'는 회원이 약 30만명으로 늘었다. 삼성증권은 2019년 50명 규모 팀 단위로 출범시킨 관련 조직을 현재 100명이 넘는 디지털자산 관리본부로 확대했다.
홍지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기술력을 활용한 디지털금융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자산관리 부문에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증권사들이 소액자산가나 젊은층 등 대상으로 자산관리 서비스를 확대해 미래 고객을 확보하고 수익 다변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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