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2024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하며 계열사 경영진을 대거 교체했다. 사진은 롯데월드타워 전경. /사진=롯데지주
롯데그룹이 2024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하며 계열사 경영진을 대거 교체했다. 사진은 롯데월드타워 전경. /사진=롯데지주


지난 6일 롯데그룹이 계열사별로 2024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하며 세대교체에 나섰다. 계열사 대표 14명을 교체하면서 사장단 평균 나이는 62세에서 57세로 젊어졌다.


이번 롯데그룹의 인사의 최대 관심사는 인사 폭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의 승진 여부였다. 앞서 경쟁사인 신세계그룹이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실시했기 때문이다. 지난 9월20일 신세계는 대표이사의 40%를 교체하는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백화점과 이마트 대표를 모두 교체하며 '혁신 인사' 의지를 보였다.

롯데그룹은 이번 인사로 60대 대표이사 8명 퇴진 등 세대교체에 방점을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는 1년 만에 전무로 승진하며 신사업 발굴을 맡게 됐다. 이에 따라 신 상무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그룹의 세대교체 인사는 신 회장이 강조한 '새로운 롯데' 건설을 위함으로 해석된다. 롯데그룹은 올해 자산총액 기준 포스코에 밀려 13년 만에 재계 서열 5위 아래를 기록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롯데는 올해 자산총액 129조7000억원을 기록하며 포스코그룹(132조1000억원)에 밀려 재계 순위 6위로 떨어졌다.

최근 롯데그룹 일부 계열사들은 희망퇴직에 나섰다. 롯데컬처웍스는 지난달 29일부터 근속 3년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받고 있다. 롯데컬처웍스는 롯데시네마와 롯데엔터테인먼트를 운영한다. 롯데마트는 지난달 29일부터 오는 8일까지 시니어 전 직급 10년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는다. 2021년 상·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희망퇴직을 단행했고 이번이 세 번째다.


이훈기 롯데 화학군 총괄대표 사장(왼쪽)과 이영구 롯데 식품군 총괄대표 부회장. /사진=롯데지주
이훈기 롯데 화학군 총괄대표 사장(왼쪽)과 이영구 롯데 식품군 총괄대표 부회장. /사진=롯데지주


화학군 김교현 용퇴, 후임에 지주 이훈기 사장

이번 인사를 살펴보면 롯데그룹의 화학사업을 5년간 이끌었던 롯데그룹 화학군 총괄대표 김교현 부회장이 용퇴하면서 후임으로 롯데지주 ESG경영혁신실장 이훈기 사장이 부임한다. 이 사장은 1990년 그룹 기획조정실로 입사해 2010년 롯데케미칼 기획부문장, 2019년 롯데렌탈 대표이사를 지냈다. 2020년부터는 롯데지주 ESG경영혁신실장을 맡아 인수·합병(M&A), 미래 신사업 발굴을 총괄했다.

식품군 총괄대표 이영구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한다. 롯데제과와 롯데푸드의 합병, 식품군의 포트폴리오 개선, 글로벌 사업 확대, 미래 먹거리 발굴을 통한 신성장 동력 확보 등을 총괄 지휘하며 안정적인 흑자 수익구조를 만들어 낸 성과를 인정받았다.


이번 임원인사를 통해 60대 롯데 계열사 대표이사 8명이 퇴진하며 이를 포함한 계열사 대표이사 14명이 교체된다. 특히 롯데헬스케어 대표이사로 우웅조 상무를 선임하면서 40대 대표이사가 기존 이원직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정현석 에프알엘코리아 대표이사를 포함해 3명으로 늘었다.

고수찬 롯데지주 경영개선실장 부사장, 고정욱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 부사장, 정준호 롯데백화점 부사장 등 총 3명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는 최근 3년 내 사장 승진 중 가장 큰 규모다. 사장 직급의 경우 전년에 비해 5세 젊어졌다.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겸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 전무. /사진=롯데지주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겸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 전무. /사진=롯데지주



4년 만에 전무로, 신사업 전면에 나서는 3세 신유열

롯데지주는 글로벌 및 신사업을 전담하는 미래성장실을 신설해 바이오, 헬스케어 등 신사업 관리와 제2의 성장 엔진 발굴에 나선다. 신임 미래성장실장은 신동빈 롯데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전무가 맡는다. 신 전무는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글로벌전략실장도 겸직한다.

롯데는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와 해외사업 확대를 위해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각 비즈니스 분야의 외부전문가를 영입했다. 롯데물산 대표이사에 장재훈 JLL(존스랑라살) 코리아 대표, 롯데e커머스 대표에 박익진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 글로벌 오퍼레이션그룹 총괄헤드, 롯데AMC 대표이사에 김소연 HL리츠운용 대표를 내정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이사도 외부에서 물류 전문가를 영입해 선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롯데는 지난 9월 신민욱 롯데GFR 대표이사 전무, 10월 이돈태 롯데지주 디자인전략센터장 사장을 영입하며 올해 총 6명의 대표이사급 임원을 외부 전문가로 영입했다.

롯데는 이번 인사로 경영 역량과 전문성이 검증된 내부 전문가들을 그룹 내 전략적 재배치함으로써 기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사업 추진 속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롯데정보통신에서 신사업 및 IT/DT사업을 주도한 노준형 대표이사를 신임 롯데지주 ESG경영혁신실장으로 내정했다.

롯데는 이번 인사에서 김소연 롯데AMC 대표를 신규 등용하며 여성 리더십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여성 대표이사는 기존 신민욱 롯데GFR 전무, 김혜주 롯데멤버스 전무를 포함해 총 3명이 된다. 2018년 첫 여성 CEO를 발탁한 이후 최대 규모다.

여성 임원의 규모도 확대된다. 전무 이상 고위임원 중 여성의 비중은 지난해 7.4%에서 올해 9.8%로 증가한다. 5명의 여성 임원(상무보)을 상무로 승진시켜 조직 전면에 배치했다. 신규 여성 임원은 김지수 롯데백화점 상무보, 조윤주 롯데홈쇼핑 상무보, 김현령 롯데호텔 상무보, 오혜영 롯데정보통신 상무보 등 4명이 배출됐다. 이로써 여성 임원은 지난해 47명(7%)에서 올해 54명(8%)으로 7명이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