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뒷골목엔 재수생이 산다…월 100만원 고시원서 오피스텔까지
'역대급 불수능' 여파에 12월부터 입주 문의 빗발쳐
재수학원 수강료·거주비, 1달 300만~500만원 달해
뉴스1 제공
1,014
공유하기
![]() |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일대에 입시 홍보문이 붙어있다. /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역대급 불수능' 못 들으셨어요? 이제 방 거의 없어요."
1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티역 인근에서 A공인중개사 사무소를 10년째 운영해온 관계자에게 '재수생이 살 만한 곳이 있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이 관계자는 "보통 1월 중순부터 방이 없는데 올해는 불수능이라 그런지 12월 초부터 문의가 많았다"며 "수능 만점자가 여기서 학원을 다녔다고 하니 전세값도 오르는 게 이 동네"라고 말했다.
오피스텔과 다세대주택, 수험생용 고시원인 '학사' 건물이 가득 메운 한티역과 선릉역 사이 학원가 뒷골목에는 재수생이 산다.
100만~200만원 상당의 비싼 월세에도 이곳에는 매년 이맘때 재수를 결심한 수험생들이 모인다. 지방에서 상경했거나 서울에 살면서도 이동 시간을 줄이려는 수험생들은 대치동이나 그 인근에 살면서 '일타강사'(일등 스타강사)의 현장강의를 듣거나 유명 재수학원을 다닌다.
올해는 '불수능' 여파로 예비 재수생들이 서둘러 내년에 살 곳을 선점한 분위기다.
대치동 B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학생들이 많아 '면학 분위기'라는 게 형성돼 있어 비싸더라도 여기로 오려고 한다"며 "월세는 부르는 게 값"이라고 말했다.
![]() |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티역사거리 인근. 학원가 뒷골목엔 재수생이 거주하는 오피스텔, 다세대주택, 학사 등이 있다.ⓒ 뉴스1 남해인 기자 |
월세는 거주 형태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뉴스1이 대치동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 4곳에 문의한 결과 재수생들이 모여사는 오피스텔 3곳의 월세는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190만~230만원 수준이었다.
한 오피스텔을 안내해준 C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70세대 규모인 이곳은 1년 내내 남는 방이 없다"며 "평소 좁은 교실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큰 창이 있는 오피스텔 방에선 편안히 쉴 수 있으니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200만원 월세보다 저렴한 곳은 다세대주택이다. 26.44㎡(8평) 상당의 다세대주택 원룸은 신축·구축 여부, 한티역부터 은마사거리까지 이어진 학원가와의 접근성에 따라 월세와 보증금이 다양했다.
한 신축 다세대주택 시세는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140만원이었고, 대치동 학원가와 도보 15분 거리에 있어 재수생들 사이에서 '꽤 먼 곳'으로 간주되는 선릉역 인근 다세대주택들은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100만원이었다.
100만원 넘는 월세가 부담인 재수생들은 반지하로 향한다. 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낮에도 볕이 들지 않는 반지하 방 월세도 70만원에 이른다.
일반 고시원과 비슷한 형태지만 세 끼 식사와 빨래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학사'도 인기다. 생활 패턴을 관리해주는 '사감'이 있어 수능이 끝나자마자 대기 예약을 받을 정도로 선호도가 높다.
방은 고시원과 다름없지만 가격은 그렇지 않다. 학사 중 가격대가 낮은 곳은 월 120만원, 방마다 창이 있거나 최근 리모델링을 해 비교적 나은 시설을 갖춘 곳은 월 170만원도 받는다.
올해 수능 준비를 위해 4개월간 자녀가 대치동의 한 학사에서 거주했던 김모씨(45·대전 거주)는 "'살다 보니 살아진다'고 말하는 아이의 말을 듣고 마음에 짠했다"며 "서울 상위권 학생들을 따라잡으려면 대치동에서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고액을 감수하며 학사에 보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고액 거주비와 대치동 일대 학원 수강료를 합하면 한 달 재수 비용은 수백만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된다.
대치동의 유명 입시학원 재수종합반 비용은 월 200만~300만원 상당이다. 재수종합반 수강료에 거주비, 식비 등 비용을 더하면 월 사교육비는 300만~500만원일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재수생들이 대치동에 입주하는 기간인 1월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지는 11월까지 비용을 추산하면 3000만~5000만원에 이른다.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
-
뉴스1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