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이 올해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사진=이미지투데이
연기금이 올해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사진=이미지투데이


주식시장의 큰 손으로 불리는 연기금이 올해도 '팔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증시가 부진한 가운데 연기금의 매도세가 증시 하락을 더욱 부추긴다는 우려도 나온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첫 거래일인 지난 2일부터 24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연기금은 주식을 9448억원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4조4975억원, 2조4356억원어치를 사들인 것과 반대다. 연기금은 올해 거래일 중 이틀을 제외하고 15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지속하며 주식을 꾸준히 내다 파는 모습이다.

코스피는 지난 2일과 15·18·19·23일 등 총 5거래일을 제외하고 모두 직전 거래일 대비 하락 마감하며 약세장을 지속 중이다. 이차전지, 건설, 중국 소비주 등 실적 전망이 불투명한 산업을 중심으로 52주 신저가도 속출하고 있다. 코스피 시장에서만 52주 신저가 기업이 147개사로 신고가(50개) 대비 3배에 달한다.


올해 연기금이 가장 많이 내다 판 종목은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다. 총 1556억원을 순매도했다. 이어 POSCO홀딩스(839억원)가 연기금 순매도 2위에 올랐다. 이외에도 SK이노베이션(825억원) 현대모비스(749억원) 삼성SDI(742억원) 호텔신라(541억원) 등도 연기금이 많이 팔아치운 종목 상위권에 올랐다.

거래소가 연기금으로 분류하는 수급 주체는 연금, 기금, 공제회와 함께 국가, 지자체 등을 포함한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교직원공제회, 군인공제회, 행정공제회, 우정사업본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중 세계 2위 규모의 국민연금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 2020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절정에 달하던 당시 폭락장이 펼쳐지자 국내 주식을 대규모로 사들였다. 그해 2월 중순 2200선 중반이던 코스피는 한 달 만에 1400선 폭락하기도 했다. 2020년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 동안 국민연금이 매수한 주식규모는 5조785억원어치다.

다음해 1월 코스피가 3266.23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는 강세장이 나타난 후 국민연금은 지속해서 주식을 매도 중이다. 특히 국민연금은 '중기자산배분계획'에 따라 국내 주식 비중을 2025년까지 15%로 줄이고 해외주식 투자를 확대하는 자산 배분 계획을 발표했다.


이전에는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목표 비중에 대해 지적하는 목소리가 컸다. 낮은 가격에서 집중 매수한 국내 주식의 주가가 크게 오르자 국민연금의 전체 포트폴리오 가운데 국내 주식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지자 목표 비중을 맞추기 위해 국내주식을 매도한다는 분석이었다.

아직 작년 12월 말 수치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10월 말 기준으로 보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은 13.2%다. 연말 증시 반등을 고려하면 현재 비중은 14% 안팎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올해 목표 비중인 15.4%를 밑도는 수치다. 목표 비중을 맞추려면 오히려 순매수를 해야하는 상황임에도 국민연금은 새해 들어 국내 주식을 1조원 규모 팔았다는 의미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연초 국내 증시 하락 배경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현재 우려스러운 점은 연기금의 순매도세"라며 "주요 연기금들의 국내 주식 비중이 포트폴리오 목표 비중을 밑돌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지속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이지만 일단 매물 출회 가능성이 낮은 업종을 위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